靑 사정팀 공기업 사장 ‘사표’ 받느라 분주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박근혜 정권이 취임한지 90일을 맞이해 공기업 수장 대폭 물갈이를 통해 본격적인 보은 인사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윤창중 성추행 파문’으로 청와대내 책임론이 일면서 코너에 몰리자 국면전환의 필요성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윤창중 파문이 청와대가 그동안 보여준 불통 인사, 밀봉 인사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집안 식구들의 불만을 무마하기위한 ‘당근책’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앞장섰던 공신들이 청와대 인선이나 정부 각료 임명과정에 배제되면서 박 대통령 인사 스타일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이에 MB 정부때 임명된 공기업 수장들에 대해 임기와 무관하게 대폭 교체 카드를 꺼내들면서 대선 공신록에 등재된 인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공행상이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박 대통령 미 순방을 마친 직후 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인사 태풍이 불 것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인사가 한 말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윤창중 성추행 파문’이 터지면서 주춤거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후 청와대와 정부 부처는 이명박 정권때 임명된 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무더기 사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일요서울> 취재결과 확인됐다. 청와대 사정팀에서 일하는 한 인사 역시 기자에게 “내가 맡은 본연의 업무는 잠시 미루고 공기업 사장들의 사표를 받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공기업 대표 2~3군데 사표를 받아야 한다”고 실토했다.

‘윤창중 파문 막아라’  대폭 물갈이
실제로 박 대통령의 순방이 끝난 직후 청와대 및 관련 정부부처의 수장들은 공기업 사장들의 사표를 무더기로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지난 5월14일에 청와대발 공공기관 수장들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정부 출연 연구원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대거 공모에 나섰다.

특히 그동안 잠잠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5개 공공기관장이 박 대통령 미 순방이후 집단 사의를 표명했다. 대부분 현대 건설 인맥 등 ‘MB맨’으로 분류된 인사들로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 등이 14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강수 사장은 현대종합상사 부사장 출신이고 정승일 사장과 안승규 사장은 모두 현대건설 임원 출신이다. 허증수 이사장은 MB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쳤고 강승철 이사장도 MB인수위에서 에너지 대책팀 자문위원 등을 거친 인사다. 이미 임기가 만료된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과 김문덕 서부발전 사장도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바뀔 공산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공석이 된 KDI, 조세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은 신임 원장 후보를 뽑고 있다. 채욱 KIEP 원장 역시 임기를 1년 앞두고 있지만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 역시 공기업 수장들이 물러날 뜻을 밝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5개 기관장이 사표를 낸 14일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퇴임했다. 15일에는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갑작스런 사의 배경에 ‘농협중앙회와 관계 설정’, ‘끊임없는 전산장애’, ‘실적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청와대 교체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위기다.

또한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장석효 도로공사 사장, 감사원 출신인 정창영 코레일 사장, 김광재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등도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조기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잔여 임기가 남아있지만 교체 ‘0순위’로 꼽히는 인사들로는 친이계 정치인 출신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기업 수장들의 대폭적인 물갈이 명분은 일단 공기업들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가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평가는 늦어도 다음달 중순쯤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에선 경영평가가 나온 공기업부터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장이 ‘사표 수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평가 주관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는 관련법에 따라 매년 6월20일까지 마치도록 규정돼 있다”며 “이에 따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서울대 최종원교수)이 평가를 진행중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주인 없는 회사’ “못 물러나” 이구동성
공기업에 대한 수장 교체설은 공기업에서 사기업이 된 회사들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실정이다. KT&G의 경우 올해 2월 민영진 KT&G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민영진 체제 6월 교체설’이 끊이질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KT&G 민 사장 연임관련 이명박 조카와 김윤옥 여사 사촌 오빠 등이 거론되면서 민 사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민 사장은 연임된 이상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 역시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회사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석채 5월 용퇴설’이 흘러나오자 KT는 이례적으로 긴급 현안 간담회를 개최해 해명했다. KT는 4월30일  “최근 회사에 대한 각종 부정적인 소문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울 지경”이라며 “소문 및 일부 단체의 주장은 진실이 아닌 음해”라고 해명했다.

KT는 이석채 회장을 둘러싼 용퇴설을 비롯해 40억원 연봉소문, 참여연대·KT 제2노조가 주장하는 OIC 랭귀지비주얼, 사이버 MBA(KT이노에듀), 스마트애드몰 관련 배임, 법조인 인사 의혹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사석에서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이 정권이 교체될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악습을 끊어야 한다”며 ‘용퇴설’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T&G와 KT의 경우 공기업도 아니고, 대주주가 확실하게 잡고 있는 사기업도 아닌 거대 회사들로서 정권이 바뀌면서 알게 모르게 진통을 겪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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