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이벤트 찾다 ‘쪽박’찬 사연

[일요서울|이광수 기자] 최근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악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무료 이벤트로 회원가입을 유도한 뒤, 가입과 동시에 유료 월정액 회원으로 바꿔, 본인 인지없이 휴대폰 결제를 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수법으로 인해 피해자가 30만 명을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태의 심각성을 야기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사기수법의 실체를 몸소 체험해 봤다.

▲ 지난 2일 서대문 경찰청 사이버센터 수사실장이 ‘신용카드, 스마트폰 결제 사기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자는 얼마 전 ‘2970원 결제완료 익월 휴대폰 요금에 청구됨’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알아보니 운세업체로부터 매달 2970원 씩 2년여 간 자동결제가 이뤄졌고, 3개월 간 무료영화사이트 가입으로 매달 3만 원 상당의 돈이 자동결제 된 것이었다.

상황을 알아보니 가입과 동시에 유료회원(월정액제)으로 전환돼 매달 요금이 청구된 것이었다. 며칠 동안 해당 운세업체와 영화사이트 업체와의 전화 연결을 시도해봤으나 불통이었다.

이용없이 결제 메시지 전송

기자는 소액결제 민원센터인 ‘소액결제 8585’카페에 환불 요청 글을 기재했고, 1시간 뒤 해당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원 탈퇴 및 요금환불을 해당 업체에 요청했지만 해당 운세업체에서는 “본인이 약관에 동의했으니, 요금환불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본 서비스를 2년 동안 이용한 적도, 가입여부도 몰랐다. 이번 달 결제 메시지를 확인한 후 파악했다”고 말하자 업체는“2년 동안 결제 메시지를 보내왔다. 회사 규칙 상 3개월 요금만 환불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2년 동안 메시지를 받은 적 없다”고 밝히자 “문자내역을 확인하고 착오가 있다면 전액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 다른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업체는 사용자들이 이용약관을 확인하지 않는 것을 악용해 약관에 자동 결제 사항 등을 기입해둔 것이다. 업체는 3일 뒤 3개월 결제 금액을 모두 환불 해주겠다고 했고, 3일 뒤 환불처리 됐다.

약관 작게 표시 가입자 몰라

일부 콘텐츠 공급업체에서는 회원 가입과정에서 추천 회원을 기입하면 포인트를 준다며 개인정보를 기입케 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의 소액결제를 유도하기도 한다. ‘본 페이지는 가입 시 1만 6500원이 결제되며 매월 자동연장 결제된다’는 약관이 적혀있긴 하지만 깨알만큼 작게 표시돼 있어 이용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최근 일주일 사이 휴대폰 소액결제 민원센터 온라인 카페 ‘소액결제 8585’에는 ‘케이알드라마(krdrama)’ 70여건, ‘멜론티비(melontv)’ 30여건, ‘위드로또’ 40여건 등 피해 사례 신고가 수십건씩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불법스팸대응센터 관계자는 “인증절차 없이 자동결제가 됐다면 문자 메시지에 악성코드를 심어놨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소액결제 피해를 당하게 되면 경찰에 알리거나 해당 통신사에 신고해야 한다. 불법스팸대응센터 관계자는 “통신사 소액결제 대행업체를 통해 증빙자료를 받은 뒤 해당 통신사의 소액결제 중재센터에 회부하면 일정 부분은 정상 참착해 보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소액결제 피해 민원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 인증번호 없이 결제됐다는 피해사례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좀 더 수사를 해봐야 한다”며 “평소 휴대폰 소액결제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아예 통신사에 소액결제금지 요청을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소액결제 피해자 34만 명 육박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접수된 소액결제 관련 신고 민원은 3555건으로 작년 2월(733건)의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소액결제 피해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소액결제8585’에는 비슷한 내용의 신고·문의글이 34만 여개가 올라와 있다. 올 1~2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새로 발견한 악성 앱은 179개에 달한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전자거래 분쟁관련 상담은 작년 2만4915건으로 전년대비 9.1% 늘어났으며 분쟁조정 신청은 5596건으로 전년대비 23.1% 급증했다.

의류나 가전, 통신기기 등 상품과 관련된 분쟁은 전년 대비 12.1% 줄어든 반면,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모바일·디지털콘텐츠 활성화로 영상, 음원, 게임 등 콘텐츠 관련 서비스 분쟁이 178% 증가했다.

특히, 휴대폰을 활용해 영상·음원 등의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해 결제하는 소액결제 관련 분쟁(1339건)이 전년도(569건) 대비 135.3% 늘어났다.

주요 분쟁사례를 보면, 무료 회원가입을 유도한 뒤 유료 월정액 회원으로 자동 전환되는 경우, 무료회원 가입시 실명인증절차 과정에서 본인 인지없이 휴대폰 결제가 이루어지는 경우 등이 있었다. 피해 금액별로는 1만∼5만 원이 33.3%, 5만∼10만 원이 20.1%, 10만∼50만 원이 33.3%를 차지했다. 음원·영상 등 서비스에 대한 휴대폰 소액결제 분쟁 증가로 10만원 미만의 피해금액은 전년 대비 50%가량(3234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이젠 안속아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전화금융사기(일명 보이스피싱) 피해사건이 1402(피해액 134억 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발생한 2485(피해액 274억 원)에 비해 발생건수 기준 43.6%가 감소한 수치이다.
 
경찰청은 이 같은 피해발생 감소의 원인으로, 지난 1월부터 추진 중인 전화금융사기 특별단속이 성과를 거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서 활동하는 전화금융사기범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추진한 결과,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799, 1393(구속 58)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대포통장 모집과 유통책 및 계좌명의 제공자 단속에 집중하고, 대출의뢰자 등을 상대로 대포통장을 확보하기 위한 대출사기에 대해 작년 9월부터 단속을 실시했다. 단속 결과, 범죄발생이 감소했는데 이는 대포통장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범인들의 범행 시도가 어려워지면서 감소한 것으로 경찰청은 추정하고 있다. 또한, 전화금융사기 피해방지를 위해 유관기관과 협조로 실시중인 지연인출제도(2012. 6월 시행)와 대포통장 통합관리시스템(2012. 11월 시행)도 범죄억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했다.
 
아울러 신종수법이 발생하거나, 또는 주요 검거사례가 있는 경우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전화금융사기 주의를 당부하는 예방홍보 활동을 강화함에 따라, 국민들이 전화금융사기 전화 등에 쉽게 속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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