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오병호 프리랜서] 검찰이 CJ그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CJ그룹 재무팀장의 살인청부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CJ 측에서는 “삼성이 CJ를 음해할 목적으로 퍼뜨린 악성루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 소식통을 통해 들리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검찰은 2009년 이미 무죄로 판결난 살인청부 사건의 주인공인 이모 전 CJ 재무팀장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고등법원은 이 해 CJ의 재무2팀장이던 이모씨에 대해 살인예비와 배임,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가 무죄로 풀려남에 따라 모든 것은 그대로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검찰은 재판에서 드러난 이씨의 역할을 바탕으로 CJ비자금에 대해 내사를 적지 않은 바탕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등법원 재판 판결문에는 이씨가 CJ에 근무할 당시 어떤 일을 맡았는지 대략적으로 드러난다. 그의 직책은 CJ그룹 회장 비서실 재무2팀장으로 검찰은 이씨가 이 자리에서 ‘기타명의 주식관리 업무’를 담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이 판결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씨의 주요 업무는 회사 임직원 명의의 차명증권계좌를 이용해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매도하는 방식으로 이재현 회장의 차명자금을 보관·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또 이를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주식 매매를 통해 차익을 얻는 방식 등으로 이 회장의 재테크도 책임졌다. 이 업무는 법정에서 ‘기타 명의 주식관리 업무’로 통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와 증권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하는 부서가 존재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씨가 수행한 그 밖의 드러나지 않은 업무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씨는 이재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는 업무 성격으로 인해 이재현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 등을 보관했고, 자신이 제안하고 그룹 차원에서 사업타당성 검투 등을 거쳐 인천 옹진군의 섬인 굴업도에 복합 레저타운 건설 사업을 하기로 하고 토지매입과 사업추진을 위해 이재현 회장 등을 주주로 하여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의 사업추진은 별도의 팀에서 관장했으나 법인 자체의 관리 업무는 재무2팀에서 관장하였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검찰이 CJ비자금 본격 수사에 앞서 내사를 통해 상당한 근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CJ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아니면 이대로 흐지부지 될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고 쉽지 않은 구석이 있다”고 말해 CJ 비자금 수사와 정치권과의 연계 가능성을 암시했다.
또 이 소식통은 “이씨가 수조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었고 주로 차명통장 수십 개를 비밀리에 운영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도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주변에서는 “CJ비자금의 일부는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받은 실명전환 하지 않은 상속재산”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CJ 측은 이씨가 관리해온 자금에 대해 “비자금이 아니라 삼성가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주식 형태로 상속받은 것이며 회사 자금이 아닌 이 회장의 개인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액수가 불분명해 상속재산이라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CJ 측은 이 회장의 재산에 대해 2008년 9월 당시 금융상품 240억원, 주식 234억원, 펀드 64억원 등 합계 537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씨는 재판에서 “이재현 회장의 자금은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차명 재산관련 세금만도 1700억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납부했다”고 전혀 다른 내용을 진술했다. 이것만 봐도 CJ의 차명 통장에서 굴려지는 돈이 비자금일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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