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안개’ ‘은하수’ ‘꽃마차’. 한때 ‘짝집’ 혹은 ‘박스집’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던 오비집의 또다른 이름들이다. 최근 이곳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집장촌이나 룸살롱에서 일하던 여종업원들이 대거 이곳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러시아 걸이나 조선족 여성들의 유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꽃을 찾아 나비가 날아드는 것은 당연한 일. 일부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이곳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짝집 마니아’가 구성돼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을 정도다. <일요서울>은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는 짝집의 운영 실태를 취재했다. 인천 청천동에 위치한 세칭 ‘카페 골목’. 최근 이곳을 방문한 김모(33)씨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다. 러시아 걸을 파트너로 맞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는 “짝집 하면 보통 30~40대 여성을 떠올리기 마련 아니겠냐”면서 “늘씬한 러시아 미녀가 옆자리에 앉아 적지 않게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짝집’ 등장한 러시아걸에 놀라
김씨는 나중에서야 러시아 백마들이 대거 이곳으로 유입된 사실을 알았다. 김씨에 따르면 러시아 여성의 경우 보통 한국이나 조선족 여성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대개 한짝은 작은 맥주 스무병 정도로 1인당 15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대화도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찾는 손님들이 의외로 많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그것도 이국적인 러시아 여성들과 함께 술잔을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곳을 다녀온 자영업자 최모(35)씨도 비슷한 설명이다. 그는 “룸살롱 등에서 러시아 여성이 서비스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짝집은 의외였다”면서 “이번 기회로 인해 짝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게 됐다”고 회상했다.무엇보다 눈에 띄는 사실은 여성 접대부들의 나이다. 일반적으로 짝집은 한물 간 접대부 여성들의 최종 안착지로 인식돼 왔다. 때문에 나이대가 보통 40대를 상회한다. 그러나 이곳은 20대 중반, 심지어 20대 초반의 여성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성매매 특별법 시행을 든다. 한 업소 관계자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옐로 하우스가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이곳에서 일하던 윤락여성들이 대거 짝집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윤락여성들 대거 짝집으로 유입
서울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곰달래길이나 신당동, 중곡동, 수유리 등에 몰려있는 짝집의 경우 30대 초반이나 40대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나이대가 많이 줄어들었다. 가격은 한상에 5만원. 1인당 팁은 약 1만원 정도다. 한상에는 약 3병~5병 정도의 맥주와 간단한 안주가 제공된다. 때문에 보통은 서너상 정도는 마시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곰달래길에서 만난 짝집 관계자는 “북창동, 청량리, 용산, 미아리 등 대표적인 서울의 윤락가가 성매매 특별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갈곳을 잃은 여종업원들이 비교적 단속이 덜한 짝집으로 옮기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최근 젊은 손님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고 있다. 가끔씩 짝집을 들른다는 이모(26)씨는 “다른 친구들은 룸이나 단란주점, 혹은 미아리와 같은 집장촌을 선호하지만 솔직히 짝집처럼 싼값에 ‘원스톱’이 가능한 곳이 어디 있겠냐”면서 “무엇보다 편하게 술을 먹을 수 있고, 2차를 위해 모텔을 찾을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싼값에 ‘원스톱’ 유흥서비스
최근에는 계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 남성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는 “화끈한 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장점이다. 과감한 스킨십에도 접대 여성들이 별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일부 유흥포털 사이트에서 만난 회원들이 계를 부어 이곳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각 유흥업소 포털 사이트들에는 최근 이같은 짝집이 별도의 메뉴를 구성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마니아층도 꽤 되는 편이다. 이들은 짝집의 매력에 대해서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스스로를 짝집 마니아라고 칭한 아이디 ‘K00’씨는 “손님이 얼마나 작업 멘트를 잘 날리냐에 따라서 비용을 조절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공짜로 2차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면서 “기존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은 이러한 자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말만 잘하면 비용 절감 가능
실제 짝집의 경우 ‘사장-구좌-아가씨-웨이터’ 등의 엄격한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있다. 그래서 가격 면에서 다소 자유롭고 2차 문제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짝집을 찾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이들의 영업이 워낙 은밀히 진행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짝집의 경우 집창촌처럼 대규모로 모여 있지 않고, 2차도 은밀히 진행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손님 한 두 팀을 받으면 바로 가게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 짝집 주인 K마담 인터뷰 - “짝집이 단속에 걸렸다는 신문기사 본적 있나요?”
기자는 어렵게 인천 청천동의 한 짝집 주인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이미 40대를 훌쩍 넘긴 것으로 보이는 그녀는 젊었을 때부터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인터뷰를 다소 꺼렸으나 지속적으로 설득,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짝집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데 사실인가.▲ 사실 이런 업소에는 오는 사람들만 온다. 나이든 여자를 좋아하는 ‘특별한’ 사람들이나 나이 많이 든 남자들이 들러 술 한 잔 먹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윤락가의 폐쇄가 짝집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 것이다. 젊은 여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곳을 찾는 젊은 남자들도 많다.

- 조선족이나 러시아여성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고 들었다. ▲ 맞다. 조선족 여성들은 성매매금지법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짝집이라도 괜찮으니 이곳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조선족 여성들이 있다. 일부 업소에서는 러시아 여자들을 접대부로 쓰기도 하더라. 물론 극소수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은 ‘백마’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손님들 끌기에는 안성맞춤인 것 같더라.

- 단속에 대한 걱정은 없나.▲ 짝집이 단속에 걸렸다는 신문기사 본 적 있나. 이곳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주로 아줌마들이 많고 작은 술집 규모로 일을 하기 때문에 단속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더군다나 손님 한 두 팀을 받으면 바로 가게문을 닫아걸고 영업을 하니 적발하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강제로 문을 따고 적발하는 경우가 근래 들어 자주 발생해 불안하긴 하다. 우리같이 나이 많은 퇴기들이 그나마 먹고살려고 하는 이런 곳은 좀 봐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 우리가 뭘해서 먹고 살겠는가.

‘짝집’이란?
‘짝집’이란 용어는 맥주를 ‘짝(박스)째로’ 가져다 놓고 술은 먹는다고 해서 유래됐다. 한때 ‘오비집’ ‘꽃마차집’ ‘은하수집’ 등으로 불렸다. 요즘은 짝집이 많이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서울 곰달래길, 신당동, 중곡동과 인천 청천동 등은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름이 유난히 촌스럽고 촉수가 낮은 붉은 조명, 80년대 호프집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는 이곳의 주요 캐릭터다. 때문에 과거의 경우 30~40대의 한물간 노기들이 이곳의 터줏대감이었다. 그러나 최근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갈곳을 잃은 젊은 접대부 여성들의 유입이 늘고 있다. 조선족 여성들도 이곳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걸들까지 들어오면서 ‘제2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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