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과 팩트 사이 연예인·기업총수들 노린다

▲ 정대웅 기자

월 60~1000만 원… 퇴직기자 주축 이뤄
제목은 기막히게 뽑고 내용은 “카더라”

[일요서울ㅣ이광수 기자]최근 ‘증권가 찌라시’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유출되고 있다. 이 정보들은 사실 유무에 상관없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2차 가공돼 확대 재생산,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루머들은 연예인 관련 내용이 대부분으로 정치인과 대기업 총수들까지 얽히고설킨 그럴듯한 이야기들이다.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배포되는 정보들은 대부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전송되고 정보의 급에 따라 유료와 무료로 나뉘어 배포된다. [일요서울]은 증권가 찌라시를 만들고 배포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관계자를 만나 직접 확인해봤다.  

일명 ‘카더라’ 통신이라 불리는 증권가 찌라시. 일종의 정보지로 시작된 이것은 사실 1980년 후반 증권사 직원들이 투자를 목적으로 기업 주변의 소문을 수집하며 시작되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연예인들의 각종 루머의 온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SNS가 등장하면서는 일부 직업군에서 유통되던 ‘루머성’ 이야기들이 일반인들에게 빠르게 확산되어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루머들의 출처가 ‘증권가 정보지’라는 이름으로 기사화 되면서 각종 악플과 사생활 침해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의 심적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주 2~3회 스캔들 터트려

증권가 찌라시를 만들어 배포 한다는 A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증권가 찌라시가 만들어 배포 된 지는 10년이 더 됐다. 찌라시의 개념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카더라식 정보들이다. 정보의 타깃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연예인과 기득권 세력인 대기업 총수들이다. 연예인과 대기업 총수의 스캔들이 터지면 주식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파장이 크다. 그러니 대기업에선 이런 정보를 막기 위해 우리와 먼저 거래를 하는 것이다”라며 찌라시 정보지의 수익창출 방법에 대해 말을 이어나갔다.

A씨는 “이런 정보들은 제목은 기가 막히게 뽑아 놓고 내용에 대한 신빙성은 없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러한 정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왜냐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보통 주 2~3회 메일로 정보를 제공한다. 예전에는 월 60만 원을 받았다. 고급정보일 경우에는 몇 천만 원도 받는다”며 정보 메일은 비밀번호가 걸려 있고 인쇄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증권가 찌라시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연예, 정치, 증권 전문용 등이다. 주식이라는 것이 하루에도 몇 배 폭등하기도 하고 휴지조각이 될 정도로 폭락하기도 한다.

A씨는 “주식하는 사람들은 증권가 찌라시에도 관심을 가진다. 왜냐면 한 발 더 빠른 정보를 접해야 앞 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증권가 찌라시의 생성 과정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인터넷 뉴스가 활발해지기 이전에는 광화문 부근에서 촉판 신문이 나왔다. 기업의 홍보실에서는 촉판 신문을 사 자신의 기업과 관계가 있는 기사를 스크랩해 갔다. 아마도 이쪽에서 증권가 찌라시가 파생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반면에 중소기업에는 홍보실이 따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을 상대로 찌라시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또 언론계통의 종사자들이 증권가 찌라시를 상품화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찌라시 정보를 생산·유통시키는 장본인이 퇴직기자라고 운을 띄웠다.  

10개 중 1개는 고급 정보

증권가 찌라시는 크게 유료와 무료로 나뉜다. 유료 같은 경우에는 간행물 등록을 해 메일링을 하고 정보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무료일 경우에는 대기업에게 정보를 배급하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정보의 타당성 여부를 확인받아 거래를 한다고 A씨는 말한다. 

“최근에는 폭로 사이트를 운영해 고 수입을 올리는 매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갈림길에 놓이는 것이다. 매체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정보로 갈 것인가. 그러나 대부분의 퇴직기자들은 고수익을 챙길 수 있는 찌라시를 택한다. 그렇다고 퇴직기자 전부가 찌라시 정보 사업에 뛰어든 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찌라시의 정보는 10개중 1개는 팩트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독자들도 팩트인지 픽션인지 헷갈리면서도 어느새 찌라시 정보에 중독 돼 버린다. 내일 일어날 일을 오늘 알 수 있다면 정보화 시대의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찌라시 정보의 중독성을 야기했다.

“이 바닥은 민감한 부분을 전달해야 돈이 된다. 그렇지만 아랫도리(성관계)같은 것을 잘못 건드려 명예훼손으로 구속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 정보를 얻느냐면 수사당국, 정당, 대기업 등의 내부 고발자로부터다. 이들이 찌리시 정보의 키를 갖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정보들이 심증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카더라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한탕 후 빠지는 퇴직기자

증권가 찌라시는 퇴직기자들이 이윤만을 위해 만든다고 A씨는 재차 강조했다. “전직언론인이 아니면 어떻게 그 많은 정보들을 생산·배포할 수 있겠나. 나 역시 기자 출신이다. 그러나 소위 저급 찌라시를 만들지는 않는다.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을 전달한다. 궁극적으로 이들은 돈을 위해서 정보를 전달한다.

어떤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느냐면 공갈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만 주는 것이다. 특정 기업의 불이익을 가하는 정보를 받아 전송하기 전 ‘주당 언제, 어떻게 전송이 된다. 월 정보 사용료가 얼마 든다’ 이런 식으로 운을 띄우면 해당 기업은 정보의 타당성이 있을 경우 거래를 한다”며 정보의 질에 따라 한 건당 몇 천만 원이 오간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돈이 목적”이라고 확신했다. 

증권가 찌라시의 향후 전망에 대해 묻자 A씨는 “내가 볼 때에는 한탕이다. 대부분 이 바닥에 들어 온 사람들도 한탕하고 잠적해 버린다. 후리가리(경찰의 단속) 때문일 것이다. 단속에 걸리면 정보에 대한 출처 및 가공여부를 집요하게 캐물을 것이고, 때문에 이쪽 바닥사람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독버섯처럼 번졌다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국에서 유포되는 찌라시 정보 사업은 떳다방에 그친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법인을 세워두고 한국에 지사로 들어와야 단속망을 피할 수 있고 안전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끝으로 A씨는 “찌라시 정보 사업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이 바닥에 들어온 이들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다”라며 시작과 달리 이들의 결말은 초라하다고 덧붙였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흥미로운 사건을 전파함으로써 뭔가 했다는 소영웅주의적인 그런 행태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정보의 홍수라고 표현할 정도로 언론사와 기자들의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확인되지 않은 허위 정보를 유출해 이득을 취하는 일부 퇴직기자들이 정보화 시대의 오점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일각에선 찌라시 정보지의 진위여부를 면밀히 파악하고 허위 사실일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허위사실로 타인 평판 저하땐 ‘명예훼손’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여러 선진국들에는 허위사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법들이 많이 있다. 허위사실이 타인의 평판을 저하하면 ‘명예훼손’, 금품을 취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적시하면 ‘사기’, 상장회사가 허위사실을 적시하면 ‘허위공시’, 다른 생산자의 표지를 자신의 제품에 부착하여 그 생산자의 제품인 것처럼 꾸미는 식의 허위는 ‘상표권침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허위를 적시하면 ‘선거법 위반’ 등의 법들은 대부분의 나라에 공통으로 존재한다.
이 법들은 허위사실이 타인에게 초래하는 피해나 그 유포자가 취하는 부당이득 등에 대한 처벌이지 허위사실 그 자체에 대한 처벌이 아닌데, 이는 허위사실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별다른 공익적 목적도 없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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