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지난해 새로 발생한 실종자 수가 9만 건을 넘어섰다. 실종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한 해만 9만5832명이 실종됐다. 3년 사이 16%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많은 5월과 6월에는 실종아동이 많이 발생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면 남은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다. 아이 뿐 아니라 치매 노인과 장애인, 청소년 등 수많은 실종자들이 그들을 애타게 찾고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가족 못지않게 실종자들을 찾고 있는 경찰관이 있다. [일요서울]은 오늘도 가족 상봉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서제공 구로경찰서 실종수사전담팀장을 만나봤다.

안양 예슬이·혜진이 실종 사건 이후 실종 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연평균 26명의 아이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데다 최근 들어 장기 실종 아동 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체계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종 후 아이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5시간. 실종 후 48시간이 지나면 발견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실종 신고 안된 경우 많아

서제공 팀장은 2009년 구로경찰서 실종팀으로 오면서 실종수사에 처음 뛰어 들게 됐다. 그는 발로 직접 뛰는 적극적인 수사로 실종자들을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까맣게 그을린 그의 피부는 그의 열의를 반증하고 있다. 서 팀장은 활약을 인정받아 실적이 우수한 경관에게 수여하는 2013년 ‘베스트 킹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 팀장은 “50대 여성이 22년 전 구로동 집 앞 놀이터에서 놀다 사라진 여덟살짜리 아들을 찾아달라고 신고해 찾았던 적이 있었다. 이 여성은 어려운 가정형편과 무지함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아들을 꼭 찾아달라며 신고했다. 전국보호시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해 발견했다. 이 남성은 지정장애 2급을 앓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찾고 나서 사진을 보여주며 지적장애가 있다고 알려주니 가족들이 믿지 않았다. DNA 검사까지 해서 만날 수 있었는데 다시 만난 자리에서 할머니가 ‘어릴 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라고 말했다. 이 사례는 실종아동법 개정에 따른 첫 발견 사례였다. 지난해 2월 실종아동법 개정으로 실종아동 기준이 신고당시 14세 미만에서 실종당시 14세 미만으로 변경됐다. 실종아동법 개정으로 31살이었던 이 남성은 실종 당시 8살로 확인돼 실종팀에서 수사에 나서 뒤늦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수십 년 전 발생한 실종사건들 중 실종 신고조차도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실종신고를 하더라도 치부라고 생각, 핵심적인 이야기들은 감추고 이야기 해 실종 수사에 어려움이 따르곤 한다.

서 형사는 “장기실종자 가족들의 경우 대부분 경찰에 신고하는 것 자체를 몰랐던 사람들이 많다. 과거 경찰에서도 장기실종아동은 방치하다시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 사건들로 인해 장기실종아동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면서 실질적 수사가 강화됐다. 일반적 행정적인 주민등록조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형사사건처럼 적극적 수사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도 바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신고하면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음 여는 것이 우선”

서 팀장은 가출 청소년 사건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 팀장은 관할구역 학교 아이들과 스마트폰 메신저로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는 아이들에게 전형적인 딱딱한 모습의 형사 아저씨가 아니다. 서 팀장은 아이들을 훈계하지 않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는 단지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안부를 살피고 있다.

그는 “보통 심리적으로 위축된 청소년이나 한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가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출 청소년의 친구들이나 선배를 통해 찾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이다. 먼저 마음을 열고 친해져야지만 이야기가 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가출했다는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여중생을 찾아 나섰다. 이 여학생은 아버지가 이혼을 하고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사춘기를 겪으면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 가출했다고 아버지가 신고 한 것.

서 형사가 여중생의 친구를 통해 아이를 찾아냈지만 ‘단순 가출’이 아닌 ‘아버지의 폭력’에 의한 가출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이의 눈가에는 짙은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시퍼런 멍이 가정폭력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여경이 아이의 몸을 살펴보니 허벅지와 종아리 등 온몸 곳곳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서 팀장은 “아이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에 반발심이 생겨 반항이 잦아지면서 아버지와 잦은 다툼이 일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아버지가 잦은 손찌검을 했는데 그날은 아이의 손발을 역기에 꽁꽁 묶어 놓고 밖에 나왔다. 그날 역기에서 손을 가까스로 푼 아이가 집 밖으로 도망쳐 나온 것이다. 아버지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입건한 후 아이를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집도 쉼터도 다 거부했다. 일단 아이의 요청대로 친구네 집에 가 있게 했다”고 전했다.

이후 아이의 아버지는 변화했고 부녀는 화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서 팀장은 얼마 전 중학교를 졸업한 이 아이에게 졸업 축하를 직접 해주기도 했다. 그는 “아이에게 졸업을 축하한다고 친구들과 놀러오라고 했다. 따로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삼겹살을 사주고 용돈을 챙겨줬다. 아이는 아빠와 화해했다고 전하며 고맙다고 방긋 웃었다. 밝아진 모습을 보니 나도 저절로 미소짓게 됐다”고 빙긋이 웃었다. 이처럼 그는 실종자를 찾았다고 해서 손 놓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연락하고 안부를 묻는다.

그는 ‘빠른 신고’를 거듭 강조하며 특히 아동과 치매 노인, 지적장애인의 경우 즉시 신고를 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는 “여러 수사를 해왔지만 실종 수사는 내가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있어 보람도 있고 좋다. 가족들이 다시 만나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찡해진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요즘에는 생활이 어렵고 아이 키우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경우가 많아 씁쓸한 마음이다. 한쪽에서는 아이를 찾고 한쪽에서는 아이를 버리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지곤 한다. 모래사장에 바늘을 떨어뜨린 격이라고 해도 거기서 잃어버렸다는 확신만 있다면 찾을 수 있다. 아주 조그마한 단서, 사소한 제보만 있어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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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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