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웃기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최근 안철수 국회의원과 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던지는 화두가 많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대선 때 정당후보로 뛴 문재인 의원이 선거 끝난 6개월 만에 ‘시민정치’를 외치고, 시민정치를 들고 나왔던 안철수 전 교수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자 ‘정당정치’를 위한 신당 행보에 나서있다.

아무리 정치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생물이라고 하지만 이 두 사람이 불과 몇 달지나 정반대 자리에서 정치적 활로를 찾으려하는 역설적 상황이 올 줄은 미쳐 예상 못한 일이다. 문 의원의 이 같은 변화는 당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김한길 민주당 신임대표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문 의원은 당원에만 집착하는 민주당은 왜소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안철수 의원은 대선 당시 기성 정당을 때 묻은 구 정치로 몰아붙여 ‘반(反) 정치’로 중도 무당파 유권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런 사람이 4.24재보선 과정을 통해 국회입성에 성공하자마자 정당정치론자인 고려대 최장집 교수를 영입해서 제3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직접 국민과 소통하며 시민정치의 상징이 됐던 안 의원이 ‘뱃지’를 달고부터는 정치 논리가 백팔십도 달라진 것이다.

그래도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30% 넘게 나오는 데는 안철수 현상이 아직은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율로 보기 때문이다. 이점이 바로 ‘안철수 신당’이 태생적으로 안게 될 양날의 검이다. 낡은 정치를 혁신하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며 겁 없이 정치판에 뛰어든 정치 초짜에게 대중이 열광한 것은 그를 통해 정치개혁을 한번 해보자는 열망 때문이었다.

안철수 신당 바람에 위험해진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의 정치 스탠스와 안철수 신당의 정치 스탠스가 상당부분 겹치는데다,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민심이 갈 곳을 찾아 보인다. 안철수 의원의 목표는 2017년 대권 점령이다. 민주당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으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할게다. 그러려면 디딤돌을 튼튼히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겠지만 개인의 인기란 것이 길게 믿을 건 못된다.

꾸준한 개혁과 신뢰의 바탕 없이는 과거 ‘문국현 당’의 교훈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호남은 오늘까지 야권의 아성이었다. 이 호남 민심이 바뀌고 변하는 화두를 쫓아서 끝까지 안철수를 지지해줄리 없다. 안 의원으로서는 새누리당까지 상대해야하는 여타 지역과 달리 호남에서는 민주당만 제치면 된다고 생각하겠으나, 이는 호남을 공략치 못하면 호남외의 지역은 명함 내기가 어렵다는 말과 같다.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든다면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전국적으로는 말할 것 없고 호남에서도 월등히 높게 나오는 현상이 역설로는 민주당이 고토 회복을 하게 될 때는 안철수 당은 설자리를 잃는다는 얘기가 된다. 안 의원의 처가가 호남이라고 해서 정치적으로 ‘호남의 사위’라고 불리는 정도의 위상확보로는 어림없을 것이다.

호남사람들에겐 민주당은 미우나 고우나 자식 같은 존재였다. 백년손님 같은 사위보다는 호남의 아들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야 안철수 신당의 미래가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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