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곽상도vs ‘서울대’ 조응천 갈등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국정원 댓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불구속 처리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검찰의 이런 결정 배후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곽상도 민정수석을 지목하면서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두 인사 모두 성대 출신으로 박근혜 정권의 사정 라인에 핵심 인사라는 점이 눈에 띈다. 설상가상으로 곽 민정수석과 조응천 공직기강 비서관의 ‘갈등설’까지 부상하면서 청와대내 고질적인 권력 다툼이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감까지 확산되고 있다. 구중심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알아봤다.

민정수석실과 산하 비서관들은 주요 권력기관과 사정기관의 업무를 감독·조정하고 친인척·측근 비리를 관리하는 한편, 공직 기강을 책임지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으로 내정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기 민정수석실 인사를 단행할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 변환철 법무비서관을 내정했다. 특히 3명 모두 고향이 대구라는 점에서 사정 라인이 TK 출신이 집중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학연이냐 파벌이냐' 민정실 내홍 여전
결국에는 변환철 법무비서관 내정자는 출근한 지 몇 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청와대를 떠났고 그 후임으로 부산대 출신의 이혜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곽 수석이 민정수석실내 ‘인선’을 두고 갈등설이 불거졌고 파워게임에서 패한 변 교수가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박근혜 정권 사정라인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성대 법대 출신의 곽 수석과 서울대 법대 출신 조응천 비서관이 ‘자기사람’을 심으려다 충돌을 빚었다는 소문도 나왔다. 조 비서관과 변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박 대통령의 싱크 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법.정치분야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미 민정수석실에서는 이중희 민정비서관 내정을 두고도 곽-조간 불협화음으로 홍역을 치룬바 있다. 고대 법대 출신인 이 비서관은 내정 취소 이후 다시 내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그 배경에도 곽 수석과 조 비서관의 갈등설이 흘러나왔다. 즉 조 비서관을 견제하려는 곽 수석이 이 비서관을 추천했고 탐탁치않게 생각한 조 비서관의 비토가 내정번복이라는 헤프닝을 겪게 됐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시각이었다.

한바탕 인사 홍역을 치룬 민정수석실은 엉뚱하게도 ‘국정원 댓글녀 사건’으로 재차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6월10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5월 하순 국정원 사건을 수사중인 검사들의 회식 자리에 곽 수석이 전화를 걸어왔다”며 “휴대전화를 통해 ‘너희들은 뭐하는 사람들이냐, 도대체 뭐하는 거냐’, ‘이런 수사 해서 되겠느냐’고 빈정댔다”고 수사개입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곽상도 수석, 검찰 수사팀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위(위원장 신경민)는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곽상도 민정수석은 사퇴해야’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야권의 곽 수석에 대한 사퇴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민정수석실내 곽-조간 ‘갈등설’이 다시 불거져 나오면서 당사자와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3차 갈등설 요지는 고질적인 학연.지연 문제속에 쏟아지는 투서와 비리 제보에 대한 영역 침범이 빌미로 작용됐다는 후문이다. 사정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 수석실의 업무 특성상 쏟아지는 투서로 인해 업무 분장이 이뤄지는데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민정비서관실에 유사한 첩보가 입수되면서 사단이 됐다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공직기강실에서 민정실에 ‘자료 협조’를 요청했지만 민정실에서 거부하면서 사건이 외부로 흘러나오게 됐다.

구체적으로 민정실에 근무하는 이모씨가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곽-조간 갈등설이 나왔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해 “성대 출신 곽 수석은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공안부 부장검사를 거쳐 대구 서부지청 지청장으로 검사 생활을 끝내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속하고 검찰내에서 신뢰가 두텁지 않은 편”이라며 “하지만 서울대 법대 출신인 조 비서관은 엘리트 검사로 유명한데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 당시에는 정책 특보, 국정원장시절에는 특별조좌관 등을 지내는 등 정치성향이 강한 검사로 서로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인사는 “조 비서관의 경우 박 대통령의 친인척인 A씨와도 친분이 깊을 정도로 민정수석 산하에 있지만 가끔 대통령에게 직보하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곽-조 갈등설에 서울대 법대 출신인 임종훈 민원비서관이 조 비서관과 선후배관계로 얽혀있어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민정실, “여의도에서 흠집낼려고 하고 있다”
한편 곽-조 갈등설이 터지자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갈등설’은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음모론’을 제기했다. 청와대 민정실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저런 얘기가 나와서 내부 감사팀에서도 알아본 것은 사실”이라면서 “결론은 지난 대선 캠프에서 일했지만 청와대에 못 들어온 인사들이 정무수석과 비서관을 흠집낼려고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민정실 관계자는 “곽-조 갈등설에 조-임 갈등설이 있다는 말은 들었다”면서 “결국 사정이라는 영역이 비슷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부딪히는 것일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이 인사 역시 “박 캠프 법조팀에서 일했지만 아직 자리를 못잡은 인사들이 수석 자리나 비서관 자리가 빌 경우 올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갈등설을 부추키는 게 아닌가 싶다”며 “실제로 여의도 사무실에 나가고 있는 A변호사가 흘리는 게 아닌 가 싶다”고 특정 인사를 지목하기도 했다.

현재 민정수석실은 막강한 권한만큼 총 70여 명이 넘는 인력이 있고 사정과 인사 검증을 맡고 있어 소리 없이 움직이는 조직이다. 그러나 윤창중 성추문 사건 대응 논란을 시작으로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보고 묵살 의혹에 최근 국정원 댓글녀 사건 수사 개입 의혹까지 정쟁의 한 가운데 서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모습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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