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특수교사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특성과 인성을 잘 파악해 장애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고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좋은 스승 밑에 좋은 제자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눈과 귀가 멀고 말을 할 수 없었던 헬렌켈러는 7살 때 설리번이라는 특수교육 교사를 만나 신체기관의 불완전함을 극복,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한국에도 역시 수많은 ‘설리번’ 선생님이 있다. [일요서울]은 오늘 하루도 장애학생들의 눈높이에 서서 진정한 소통을 위해 힘쓰고 있는 김선주(42) 부천 혜림학교 특수교사를 만나봤다.

김선주 특수교사가 특수교육에 뛰어든지도 올해로 17년째다. 17년 동안 크고 작은 사건도 많았고 매 순간이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특수교사의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김 교사가 특수교사의 꿈을 키운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그녀가 롤모델로 삼았던 목사님과 장애학생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교사는 “장애인이셨던 목사님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을 닮고 싶었다. 또 이 아이들에게 꼭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특수교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수교육과 진학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20여 년 전에는 특수교육이 생소했던 까닭도 컸다. 김 교사의 지인들도 그녀에게 “병신들을 가르쳐서 뭐하고 살래”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아버지는 백기를 들었다. 그녀가 3학년이었던 그해 4월 20일 그녀의 아버지는 “오늘이 장애인의 날이라더라”라며 김 교사의 전공에 관심을 표시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든든한 우군이다. 요즘 김 교사의 아버지는 그녀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소소한 일상을 물으며 “그 아이는 잘 지내냐”고 안부를 챙기곤 한다. 김 교사는 “아버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도 장애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방향의 인식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겼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개별화 교육의 중요성

특수교사의 업무는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아 녹록지 않다.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많은 학생들은 중복 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적 장애 뿐 아니라 보행이 힘들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생,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학생 등 모두가 선생님의 적극적 보살핌이 필요한 학생들이다. 김 교사 역시 어느 선생님들처럼 교사로의 발걸음을 뗀 첫 해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과 육체적 피로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아이들과 울고 웃고 직접 부딪치면서 ‘보람’을 찾게 됐다. 그녀는 “교육 현장에 나오기 전에는 과목별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인 것들만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되고 보니 현장지도가 우선이어서 괴리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선생님이 된지 첫해 연말에 교지를 쓰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아이들이 지금 배워야할 것은 한글이 아니라 화장실에 가는 연습, 실수하지 않고 식사를 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상생활에서 알아야하는 기능적인 것들을 먼저 가르치는 생활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별화 교육에 대해 깨우치면서 더 이상 아이들이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았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져서 수업 중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이 더 이상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이 특수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눈에 띄게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남들이 봤을 때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변화는 ‘소폭’에 그치기도 한다. 김 교사는 “장애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달라지는 부분은 굉장히 적다. 하지만 교사나 학부모는 그 작은 부분에 감동한다. 특수교육은 ‘병’이 아닌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의 발전은 굉장히 더디고 피드백이 없는 상황은 반복된다. 하지만 개별화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게 되면서 상황을 인정하고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각각의 학생들이 선호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채고, 인지적인 부분에서 가르치며 경험하게 해줘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수교사의 몫”이라고 미소 지었다.

학교와 가정 역할 중요

특수교육은 교사만의 몫이 아니다. 100% 중 학교 수업 등 교사와의 관계가 50%라면 가정 속에서 부모·형제와의 관계가 50%다. 장애학생이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더라도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이 연계되지 않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특수교육에 대해 학부모가 얼마나 이해하냐에 따라 아이의 발전도가 틀려진다. 교사와 학부모 모두 해당 학생을 같이 돌본다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선생님에 대한 자부심이 점점 내 속에서 생겨나는 것 같다. 예전에 한 선생님에 나에게 ‘특수 교사여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려줬을 때 내가 고리타분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인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평가들이 나에게서도 이제 선생님이라는 향기가 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내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말로 들려 흐믓하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장애학생의 사회 적응을 위한 일반학교 안에서의 통합교육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궁극적으로 사회 속에서 일반인과 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같은 교육 현장 안에서 성장하며 함께 부딪치고 경험해야 한다는 주장과 장애인들이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특수학교에서 개별화 교육 등을 통해 충분한 밑거름을 닦은 후 사회에 내보내 적응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김 교사는 “이 문제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라는 문제와 같다. 우리학교의 경우만 봐도 일반학교에서 우리학교로 전학을 온 학생도 있고 우리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전학을 간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교에 있으면 같은 대상의 아이들을 보고 편안함을 느끼고 특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수학교의 몫은 각각의 학생들에게 개별화를 잘 해야 한다는 점인 것 같다. 반면 일반학교로의 진학은 교육이 궁극적으로는 통합교육의 방향으로 간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궁극적으로는 ‘통합’이 중요한 것은 확실하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장애학생이 궁극적으로 사회인으로서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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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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