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가장한 살인 청부…끝까지 추적”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최선 화인코리아 전 사장이 자신의 교통사고와 관련한 수사를 벌인 전남지방경찰청이 수사를 축소하고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 전 사장은 지난해 7월 23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그는 이 사고에 대해 “우연을 가장한 고의적 사고”라며 “살인 청부 정황이 다분하다”고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3분14초짜리 동영상으로 제작, 페이스북에 올려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전남지방경찰청은 “조사할 만 한 것은 모두 다 하고 혐의가 없어 내사 종결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최 전 사장은 “그 해 6월 28일부터 사조그룹 본사 앞에서 1인 철야 단식 시위를 하다 광주광역시에 일이 있어 마치고 상경하던 중 교통사고가 난 것”이라며 “당시 1인 시위를 하자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줬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사고가 난 날 사조그룹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으며, 참여연대와 국회의원들이 사조본사 앞의 시위장소로 나를 위로 방문하기로 돼 있어 급히 상경하던 중이었다”라고 말했다.
“정황과 근거 다수 확보”
최 전 사장은 자신이 타고 있던 차량 운전기사인 김모씨가 특정세력과 연계, 의도적으로 사고를 냈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 전 사장은 “내 주장은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사고를 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 층분한 근거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에 동영상을 제작해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 영상을 다시 CD로 만들어 청와대를 비롯한 각계각층에 보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최 전 사장이 자신의 교통사고를 ‘계획된 사고’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일까.
최 전 사장에 따르면 사고당시 최 전 사장이 위급한 상황인데도 운전기사 김씨는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고, 즉시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또 상대 사고차량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숨기며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사고 후속처리 및 정황에 대해 계속 말을 바꿨다고 한다.
최 전 사장은 “렌트카 회사의 사고개요서를 보면 ‘사고접수 도중 계속 전화를 먼저 끝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계속 전화가 들어온다며 7번 만에 서야 사고접수를 했다. 사람이 중상을 입었는데 전화 받을 것 다 받으면서 7번 만에서야 사고접수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내가 중상을 입어 꼼짝할 수 없었는데 중상 사실도 다음날이 되어서야 알렸다. 김씨와 안씨 간 카카오 톡 내용을 보면 사고원인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이 나온다. 안씨가 ‘졸음 아니라고 해. 잠깐 헛생각했는갑다 해. 힘내고 걱정마’라고 했고 김씨는 ‘아까 깜박 졸았다고 했는데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안씨는 ‘잘했어. 상관없어’라고 답했다. 이같은 카톡내용을 보더라도 계획적 사고 정황이 다분하다”라고 주장했다.
최 전 사장은 특히 사고 장소가 화인코리아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주도했던 사람이 대표로 있는 사조그룹 계열사로부터 5km 떨어져 있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 전 사장은 “운전기사 김씨는 상대차량을 모른다고 했다가 갑자기 전화해 5t 차였는데 회사차가 아닌 개인차 같다고 말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회사에 오리를 도축하러 출입했었던 차였다. 사조그룹 계열사가 오리위탁도업을 하는 오리 도압장에서 오리위탁도압을 하는 차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회사 정보 빼돌렸다”
최 전 사장은 또 운전기사 김씨가 자신을 사찰해 금품을 수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전 사장에 따르면 회생에 관한 모든 정보를 김씨가 대표이사의 기사 안모씨와 회생업무를 담당했던 당시 경리부장 이모씨한테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는 “김씨가 또 영업정보, 회사내부기밀자료, 경영전의 동정 등을 전화기에 저장, 유출했다”며 “김씨는 안씨로부터 돈을 수시로 받으며 지시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의 업무범위를 넘어선 회사의 정보, 자료를 저장하고 있었고 갖고 잇을 수 없는 법인인감증명서와 사용인간감증명서 10여 장을 차 속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사장에 따르면 김씨는 이 뿐 아니라 최 전 사장의 주민등록번호, 회사 ERP ID, 통장 비밀번호, 메일 ID, 병원카드 등 모든 개인 정보를 메모장에 기록해 놓았다.
최 전 사장은 이어 “내 운전기사는 나의 일정, 행동, 만나는 사람들 표정까지도 안씨와 이씨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이는 나를 사찰해 기업정보를 유출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정내용 믿었다 ‘허탕’
최 전 사장은 “이 같은 의혹과 근거는 전남지방경찰청이 증거 불충분으로 내사종결한 후 40일이 지난 뒤 운전기사의 휴대폰을 복원해 얻은 것”이라며 “검은 배후를 꼭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김씨가 받은 수표와 통장 사진 등 증거가 있어 경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수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 전 사장은 지난해 ‘자신을 사찰하고 계획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검은 배후를 밝혀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운전기사 김씨의 휴대폰과 함께 전남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 경찰은 이 진정에 대해 지난해 9월 18일 무혐의로 ‘내사종결’했다.
당시 전남지방경찰청은 ‘사건처리결과통지’를 통해 “진정인이 임의제출한 휴대전화 3대에 대해 디지털 증거분석을 실시했고, 피진정인 김씨와 교통사고 전후 수개월 사이 통일한 상대방들의 인적사항을 특정해 사조그룹과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또 김씨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실시했다. 하지만 진정 내용이 입증되지 않아 내사종결한다”라고 밝혔다.
최 전 사장은 경찰의 내사종결 처리 이후 증거로 제출했던 운전기사의 휴대폰을 찾아온 뒤 휴대 전화에 저장돼 있던 일부 자료가 뒤바뀌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사장에 따르면 사라진 부분은 화인코리아의 회생을 위한 정보, 외부 유입자금의 배분 내역 등 중요 기밀과 직원들의 담합과 일탈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과 휴대폰 유심(USIM)이다.
이에 대해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은 “한마디로 억측이고 황당무계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지능범죄수사대가 원래 진정사건은 하지 않는데 이 사건을 맡은 까닭은 최 전 사장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능범죄수사팀으로는 한마디로 ‘대박 사건’이었기 때문이다”며 “최 전 사장이 진정할 때 사조 측에서 운전기사를 사주해서 고의 교통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기업범죄에 해당해 굉장한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큰 첩보가 오기가 사실 쉽지 않다. 어떤 수사관이 마다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팀에서 의욕을 가지고 수사한 사건이다. 관계자를 다 조사하고 통화내역도 모두 분석했다. 운전기사도 자발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했는데 진실반응이 나왔다. 모든 할 수 있는 조사를 다 한 결과 최 전 사장의 주장과는 반대로 나왔다”며 “문제의 운전기사와 사조그룹과의 연결된 흔적은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진정내용을 믿고 수사를 광범위하게 벌였는데 고급인력들이 허탕만 쳤다. 디지털 분석까지 완료했는데 경찰 조사를 신뢰하지 않아 답답하고 황당하다. 최 전 사장이 국회의원을 통해서 자료제출 요구를 하는 등 상당히 머리가 아프다. 대단한 사건인줄 시작했다 허탕은 허탕대로 치고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