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속이는 남자의 심리

주변을 살펴보면 유부남과 사귀는 처녀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들이 남자를 모두 ‘총각’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 그러니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유부남과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유부남을 사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여성들의 수치가 통계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한번쯤은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도 여성들을 속이는 것일까. 그리고 왜 여성들은 ‘유부남 같은 총각’에게 끌리는 것일까. 남녀의 사랑을 둘러싼 오묘하면서 애매한 일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직장 여성 김미란(29)씨는 지난 1개월이 마치 ‘지옥’에 사는 것 같았다. 본인은 나름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성이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던 것.
어느 날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통해 그녀의 ‘애인에 대한 실체’를 알 수 있게 됐고, 그간 그 남자와 아름다운 미래를 꿈꿨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도대체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청천 벽력같은 낯선 여성의 전화 한 통
“처음 듣는 낯선 여성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대뜸 하는 소리가 ‘지금 당신이 만나고 있는 남자의 아내’라고 이야기했다. 순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신이 멍해졌다. 그렇지 않겠는가. 입장을 바꿔 자신이 사귀던 여자의 남편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온다면 어떻겠는가. 그녀가 완전히 처녀라고 알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자를 원망하기 전에 나를 먼저 원망했다.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채 그녀 한 남자를 사랑하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아이도 둘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나를 만나면서 나는 그러한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을까. 물론 지금은 헤어졌지만, 과거의 그 사건을 생각하면 정말로 미칠 것 같은 심정이다.”
하지만 김씨는 남자와 헤어진 후 아직까지 의문인 것이 있다. 왜 자신에게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속였냐는 점이다. 특히 유부남임을 속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소한 일이 아니다. 만약 처음부터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녀는 그 남성을 사귈 이유도 없었고, 지금 그렇게 고통을 당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성이 그토록 큰 거짓말을 하면서도 자신을 만나고, 자신의 앞에서 웃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김씨만 당한 일은 아니었다. 주변에 찾아보면 적지 않은 여성들이 유부남에게 속아 총각과 연예를 하다 결국에는 ‘비참한 결과’를 맺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유부남들은 왜 이렇지 사소하지 않은 큰 문제를 여자들에게 속이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심리학적으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처음에는 ‘한두 번 만나고 말겠지’라는 생각에 남성들이 여성들을 속인다는 것. 하지만 그러다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정이 들면서 더 이상 여성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 결국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작은 거짓말이 큰 거짓말이 된다는 이야기다. 취재진은 과거 이러한 경험이 있었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악의적으로 속이는 남성도 있어
“물론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청천 벽력같은 소리일 것이다. 물론 남자들이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은 조그만 거짓말일 뿐이다. 어차피 자주 만나지도 않을 사람한테 내가 유부남인지, 총각인지를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로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발을 빼고 싶어도 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거짓말에 동참하게 되고, 지금의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거짓을 참아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남성의 경우는 ‘실제 이혼 과정을 밟고 있는 과정에서 유부남이 아니라 총각이라고 하는 것이 뭐가 대수냐’라고 항변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아내와 별거 중이거나 곧 이혼에 합의할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총각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예전에 이혼 절차는 밟으면서 만난 한 여성에 나를 ‘총각’으로 소개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약간의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때 당시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과거가 있는 남성이라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거기다가 조금만 있으면 곧 진짜로 혼자가 되는데, 뭐하러 일부러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겠는가. 이런 그녀를 속인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배려의 마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남자들의 이야기가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한쪽 면만 본다면 분명히 맞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봐서는 그 어떤 이유로도 남성들은 여성을 속이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자신이 믿었던 남성이 유부남이었다는 소리는 가히 ‘멘붕’에 빠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성들의 경우에도 유독 이런 ‘유부남을 사칭하는 총각’에 이끌리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유부남들은 이미 결혼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여자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처녀들이 이들 ‘총각’들에게 끌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이런 경험을 해봤던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남성들이 상당히 배려심이 깊고 매너가 있다고 말한다. 한 3년 전쯤 이런 일을 겪었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 여자가 좋아하는 말, 좋아하는 행동을 잘하는지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러니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나중에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그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누가 그런 의심을 할 수 있었겠는가.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런 남자들이 여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에서도 순식간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일부 악의적인 남성들의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처녀를 사귈 목적으로 접근, 유부남임을 밝히지 않고 사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남성들의 경우에는 대개 ‘천성이 바람둥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남성들이다.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만족을 하지 못해 또 다른 여성을 사귀기 시작하는데, 여기에서 ‘유부남’이라는 꼬리표는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는 것. 따라서 이를 감추고 여성을 만나는 남성들이 일부 있다고 한다. 자신의 친구 중에 이러한 부류가 있다고 말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 녀석은 결혼을 한지 벌써 10년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여자가 없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와이프는 잘 나가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일 때문에 너무 바쁘고 해외 출장도 많아서 상대적으로 내 친구에게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잘 나가는 아내의 직장 생활’은 오히려 내 친구에게 바람을 피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당연히 여자를 만날 때마다 자신을 ‘나이 많은 총각’, ‘일이 너무 바빠서 결혼에도 신경을 쓰지 못한 총각’으로 소개를 한다. 사실 그렇게 하면 여자들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일 때문에, 능력이 좋아서 결혼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오히려 은근한 매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친구는 나름의 철칙이 있다고 한다. 처녀들과는 결코 오랜 기간 연애를 끌지 않는다는 것. 말 그대로 오로지 ‘엔조이’만 하고 1~2달 이내에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 오히려 그것이 여자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더 낫다는 것이 그 친구의 원칙이자 철학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유부남들의 ‘악행’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이에 상처를 받는 여성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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