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뉴라이트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 동안 당내 핵심인사 몇몇만이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조직은 30~40대 초반의 젊은 전문가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가칭)‘대안과 행동’이 바로 그들이다. 아직 공식창립을 갖지 않은 상황임에도 벌써 전국적으로 1,0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사실상 당내 최대세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당내 대권주자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대안과 행동을 해부했다. 올 상반기 공식 창립을 준비중인 ‘대안과 행동’은 한나라당내 차세대 주자들로 구성돼 있다.

17대 총선 출마자, 중앙당 당직자, 지역 청년위원회조직을 중심으로 당내외 중도개혁적 젊은 그룹이 전면에 나서 조직을 결성했다. 현재 대표는 강용석 당 운영위원, 17대 총선 성동구을 출마자 김동성 변호사, 김성호 서울시당부위원장, 박준선 당 법률지원단 부단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이밖에 김성훈 당 운영위원이 사무총장, 김우석 당 중앙위원, 윤상진 17대 총선공천심사부장, 윤상현, 이기하 17대 총선출마자, 최창우 대전시당 부위원장, 사업가 이지호씨등 20여명이 운영위원에 포진해 있다. 원외 차세대 그룹의 핵심인물들이 조직에 두루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대안과 행동은 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초부터 결성을 위한 준비모임이 진행했다.

이 조직의 핵심관계자는 “지난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지도부가 구성됐지만 당이 여전히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계속됐다”며 “젊은 그룹내부에서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당직자와 원외 후보군을 중심으로 당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내부에서 새로운 당내 정치조직 결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이를 위해 매주 수요일 조찬과 석찬 모임을 가졌다”며 “전직 총리와 장관, 현직교수, 시민단체 지도자 등을 초청 해 세미나를 갖고 조직의 방향설정을 위해 진지한 토론을 거쳤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20여차례 진행된 세미나와 모임을 통해 이들이 내세운 아젠다는 글로벌리즘에 부합하는 국가경쟁력강화와 당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안세력으로서의 당내외 조직기반 확충이다. 이를 위해 실용적 보수노선을 택했고, ‘중도우파’길을 걷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좌파를 완전히 배격하지 않고 우파로서 좌파를 수용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잡았다. 사실상 당내 뉴라이트 조직으로 풀이된다. 이 조직 핵심관계자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노 정부의 친북좌파적 포퓰리즘 정책에 반대하고 수구적 보수주의를 지양하는 가운데 건전한 자유시장주의를 지향하는 점에서 사회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뉴라이트 운동과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뉴라이트 운동이 시민단체 중심의 정치운동이라면 우리는 당내 조직으로서 유사한 이념의 정치 실현을 추구한다는 점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다소 성향이 유사한 원내 소장파들과의 차이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장파들을 ‘배반의 장미’로까지 비유한다. 입당하고 공천을 받을 땐 철저히 당의 우산아래서 보호를 받다 당이 어려울 땐 힘을 주기는커녕 포퓰리즘에 영합해 자기관리에만 신경을 쓴다는 주장이다.

공동대표단 중 한 인사는 “지나치게 수구적·지역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영남보수파도 문제지만 당이 국민 전체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소장파의 책임이 더 크다”며 “당의 미래를 책임져야하는 그들은 새로운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는 또 “소장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국민들에게 일정정도 인정받는 효과를 받을지 모르지만 당은 상처가 깊어진다”며 “사실상 당의 혼란과 당원간 응집력을 약화시키는 행태를 반복하는 당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장파는 더 이상 소장파가 아니다”며 “당의 핵심 요직을 맡아 일해왔고 박 대표 체제하에선 주류로 활동했음에도 당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소장파 책임론을 제기하며 대안과 행동이 ‘뉴소장파’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자신들이 지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이들은 수요모임의 전신인 미래연대처럼 원내인사들이 중심이 된 조직이 아닌 평당원 중심의 조직을 건설하고 있다. 지역별 네트워크를 이미 갖췄고 산하에 가입된 회원수만 1,000여명에 달한다. 올 상반기 공식 창립까지 3천여명을 가입시킨다는 목표다. 특히 일반회원이 아닌 각 지역의 30~40대 정치 지망생과 지식인, 당원들이 중심이 된 진성회원들로 구성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당원이 아니더라도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이들은 받아들인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현재 원내 의원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단 특정계파에 소속되지 않고 당내 합리적 인물의 전형으로 꼽히는 한 중진의원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조직의 한 관계자는 “원내인사들의 참여는 막지는 않지만 정체성이나 힘은 평당원에서 나온다”며 “원내인사들의 참여는 대외적으로 매도될 수 있어 조심스러워 처음부터 배제했다”고 밝히며 평당원 중심의 조직체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분명한 정치조직”이라며 “변전소로 그치는 게 아니라 당을 견인할 수 있는 발전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은 이들이 상반기 공식창립이후의 행보다. 2006년 지자체 선거와 2007년 대선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역시 당면한 1차 목표가 차기집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2007년 대선정국엔 뜻을 같이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조직 관계자는 “지금은 특정 후보 진영과의 연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경선을 앞둔 상황에선 지지후보를 선정한다”며 “스타성을 따지지 않고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우리당의 후보로 나서야 될 사람을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전문가 그룹과 당 청년조직이 결합돼 있어 이들이 지지하는 후보는 강력한 지원군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당내 차기주자진영에서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연대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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