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정동영, 김문수, 서청원 나와라”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10월 재보선이 당초 10여 곳이 넘는 미니 총선급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여야 공히 ‘거물급 차출론’이 터져나오면서 대선 전초전 양상을 띌 전망이다. 일단 잠룡군들이 즐비한 야권의 경우 손학규, 정동영 차출론이 나오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안철수 신당 창당을 사전에 차단하기위한 민주당 지도부의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여권 역시 차기 대권 출마를 시사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친박계 원로’ 서청원 새누리당 고문을 10월 재보선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권 역시 안철수 조기 부상을 막고 김무성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10월 재보선을 둘러싼 정치권의 고도의 정치방정식을 풀어봤다.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몸이 달아오른쪽은 단연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다. 2014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권 지형까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집권 여당측은 다소 느긋한 편이다. 야권이 각자 후보를 내 분열되면 그런대로 좋고 단일화된다고 해도 수도권외에는 별반 영향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나마 당안팎 대선 주자로 부상한 안 의원이나 김무성 의원이 껄끄럽다는 점에서 견제 카드를 내세울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판단이다.

민주 친노vs비노 ‘프랑스식 동거정부’?
일단 민주당 김한길 지도부는 당 대표로 당선된 지 60일이 지났지만 정치적으로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질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정원 국정조사와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문재인 등 주류측이 현안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비주류 김한길 대표가 당원·대의원 힘으로 당선됐지만 원내에서는 친노 비주류가 압도적으로 다수라 당 운영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친노 비주류와 비노 신흥주류가 프랑스 동거정부를 구성한 것처럼 이중 지도부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결국 김한길 대표로선 오는 10월 재보선에 그의 정치적 생명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김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건재하면서 안팎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의원측이 수도권 및 호남에서 후보를 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대선주자급 거물급 인사를 10월 재보선에 차출해 안철수 바람을 잠재우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민주당 손학규 고문과 정동영 고문 차출론이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학규 고문이 신장용 의원의 경기 수원을 지역 출마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의원이 10월 재보선 출마를 결심할 경우 수도권에서 반드시 후보를 내야만하는 안 의원측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택할 후보군이 확 줄어든데다 설령 후보를 낸다고 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 지도부로선 지난 대선 전후로 최근까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손-안 연대설’을 확실하게 끊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1타2피 전략인 셈이다.

또한 내년 경기도지사에 출마가 확실한 민주당 김진표, 원혜영 의원도 내심 손 고문의 10월 재보선 출마를 원하는 분위기다. 도지사 출신 손 고문이 10월 재보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내년 지방선거까지 민주당 바람을 이어갈 경우 민주당 후보로서 나쁠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고문은 당 지도부와 경기도지사 출마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손 고문측 핵심 인사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요즘 하도 여기저기서 물어봐 독일에 머물러 있는 손 대표에게 직접 알아봤다”면서 “손 고문은 수원지역이건 어디 건 출마할 뜻이 없다고 전해왔다”고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일각에선 이미 손 고문의 측근들이 수원지역에 내려와 출마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알아보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거물급 차출설 손학규, 정동영, ‘부정적’
정동영 고문의 경우 전주 완산을의 이상직 의원 지역 출마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 고문의 경우 지난 2012년 4월에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주 덕진을 포기하고 서울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그러나 전주 완산을의 경우 자신의 지역구인 덕진을과 인접해 있는 데다, 지난 2009년 4월29일 재보선에서 전주 완산갑에 정 고문(전주 덕진 출마)과 함께 무소속으로 동반 출마한 신건 후보마저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최소한 정 고문은 전북에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판명난 선거였다.

그러나 정 고문측 역시 완산을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 고문측의 한 인사는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역구를 2번이나 옮기고 다시 전주로 출마하는 것은 지역구 주민들이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특히 정 고문은 대선 후보였던 인사인데 뱃지를 한 번 더 다느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측에서는 ‘정 고문이 이미 출마를 결심했다’는 말을 계속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역시 당 지도부에서 호남발 안철수 바람을 사전에 차단하기위한 배수진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다. 안 의원측에서 호남 재보선 지역에 후보를 낼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정 고문의 출마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안철수측에선 이 지역 출마자로 강준만 전북대 교수를 점찍었다는 말이 진작부터 나왔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바람을 일으키는 데 일조한 강 교수가 안 의원측으로 나올 경우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안철수측,‘강준만-금태섭-김성식’ 부상
민주당 지도부의 기대와는 달리 손.정 양 고문의 입장에선 10월 재보선 출마로 얻을 게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당선 된다고 한들 선수를 한번 늘리는 것외에 정치적 의미가 없다. 하지만 손 고문과 정 고문은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와 전북에서 각각 패할 경우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는 것으로 대선주자로서 정치 인생은 끝난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의 손.정 고문에 압박과 회유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을 분열의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삼고초려를 계속할 경우 당 대표를 지난 두 인사로선 거절할 명분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김한길호와 양 고문간 명분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기대를 버리질 않고 있다.

한편 민주당이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주판알을 튕기는 사이 새누리당 역시 당권과 대권을 두고 수싸움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경기 평택을의 이재영 의원 지역과 인천 서구.강화을의 안덕수 의원 지역구가 주목받고 있다. 경기 평택을 지역이 주목받는 이유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권 출마를 시사한 김 지사는 ‘10월 재보선 출마 → 2014년 당권 도전 시나리오’가 그럴듯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가 유력한 유정복 안전행정부과 ‘빅딜설’마저 나오고 있다. 즉 경기도지사 출마를 유 장관에게 양보하는 대신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게 ‘빅딜설’의 요지다. 무엇보다 김 의원의 당권.대권 도전은 결국 김무성 의원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김무성 견제 카드’로 여권내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김문수-유정복 ‘도지사-당권’ 빅딜설
인천 서구.강화을의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의 지역구는 ‘친박계 원로’인 서청원 고문이 출마설이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다. 서 의원의 경우 당초 정두언 의원 지역구인 서대문에서 고향인 충남 천안에 인접한 서산.태안의 성완종 지역으로 출마설이 나오다 최근 인천 서구.강화을로 굳어졌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하반기 국회의장직을 원하는 서 고문으로서 전반기 강창희 국회의장이 충청도 몫으로 됐다는 점에서 충남에서 인천으로 급선회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서 고문 역시 내년 2월 있을 당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청와대발 ‘김무성 견제카드’로 삼고 있다는 게 여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여야가 거물급 인사들의 차출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안철수측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서대문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경우 의원직 상실이 확실한 가운데 10월 재보선 개최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의원의 한 핵심 측근이 사석에서 ‘옥살이 하고 있는 정 의원이 의원직 자신 사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돌면서 10월 재보선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안철수 측에선 정 의원이 자진 사퇴할 경우 금태섭 전 캠프 상황실장과 김성식 전 의원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출신인 금 전 실장과 관악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 모두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사라라는 점에서 두 인사중 한명을 두고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10월 재보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야 안철수 진영의 치열한 수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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