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행복도시 세종시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세종특별자치시가 지난 1일로 출범 1년을 맞았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표방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장점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세종시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청사 개청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여건 때문에 몇 시간씩 출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세종시 공무원들의 출장비는 작년보다 50%나 급증하는 등 업무 비효율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잦은 출장에 장거리 통근까지 겹치면서 생활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처럼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가 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뉴시스>
세종청사에는 이미 12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을 했고 올해와 내년까지 24개 기관이 추가로 이전을 마치면 명실공히 행정중심 도시로 자리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세종시는 행정비효율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 되고 있고 업무적인 측면과 개인적인 생활 모두에서 세종시 공무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길에서 시간 다 버린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총 36개 정부 기관이 세종시로 내려가지만 청와대와 국회, 외교통상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은 수도권에 남아 있어 행정비효율문제는 세종시가 극복해야할 우선 과제였다. 각종 회의나 업무 조정을 위해 수도권에 있는 부처의 장관과 세종시에 있는 총리나 부처의 장관이 수시로 오가는 것이 불가피할 것은 이미 전망됐었다.
 
실제로 세종청사 일부 부처의 출장비가 지난해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세종청사 내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공무원들이 근무시간 대부분을 청와대나 국회 출장으로 보내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지난 반년 간 출장비만 4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55억 원을 들여 만든 세종청사의 최첨단 영상회의장은 개청 후 6개월 동안 단 두 번밖에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행정비효율은 한 조사결과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세종시로 이전한 6개 중앙행정기관 기획조정실의 상위관리자(·국장)와 중간관리자(과장·서기관) 등 총 45명을 대상으로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분산에 따른 정책소통 실태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에서, 상위관리자는 주당 4~5, 중간관리자는 3~4일을 각각 청와대나 국회, 다른 부처 출장에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출장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출장비가 2만 원 가량 지급됐다면 현재는 일비, 2끼의 식비, 교통비까지 줘야하니까 금액 자체도 크게 늘어났다새벽 일찍 일어나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내려왔다 다시 출장 때문에 오후에 서울에 가는 경우가 많다. 거리도 멀고, 비용도 많이 발생하고 몹시 비효율적이다. 거리가 멀다 보니 부처 협의 관계 등에서 굉장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세종시 공무원들의 고충은 출장뿐만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문제가 세종시 공무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을 오고 가는데 시간을 한나절씩 쏟아 부어야하기 때문. 한 세종시 공무원은 정부정책이 갈팡질팡 해서 세종시가 출범하기까지 곡절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입주도 똑같이 지연됐다. 아파트 공사보다도 청사 공사가 먼저 완료돼 공무원 중에 입주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꽤 된다. 통근을 하거나 인근에 작은 방 하나를 얻어 사는 공무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 통근버스를 타는 곳까지 가는 거리도 만만찮다. 대부분 집에서 30~40분 거리다. 통근버스를 타고 세종청사까지 가는 길만도 2시간 안팎이다. 왕복으로 치면 통근시간이 5시간 이상 소요된다. 어떻게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밥 먹고 출근하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다. 삶의 질이 엉망이 돼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행정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현재의 세종시가 탄생하기까지는 부침이 많았다. 세종시는 2002년 대선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를 만들겠다는 공약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반대에 부딪쳐 2004년 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 행정도시로 변경, 진행됐다. 2009년 말 이명박 정부가 행정도시 계획을 축소하는 수정안을 추진했고 이듬해 국회에서 부결돼 수많은 논란과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첫 단추가 됐다.
 
세종시로 출근을 한 다음에도 점심시간 때 또 다시 문제의 상황을 맞이한다. 청사 주변에 변변한 식당조차 하나 없기 때문이다. 10km 이상 떨어진 조치원이나 대전으로 식사를 하러 나가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 공무원은 정책이 갈팡질팡하다보니 민간 투자하는 사람들이 건물을 짓지를 못했다. 개청하면서부터 건물을 짓다보니 상권자체가 형성되지 못했다. 게다가 대중교통조차도 잘 되어 있지 않아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늘어가는 한숨
 
세종시 공무원들 중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으로 이직또는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종시가 서울 중심가에서 차로 두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해 대다수 공무원이 이직하지 않는 이상 이산가족 신세를 면키 어려워져서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조사해온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고 대기업과 법무법인 등으로 잇따라 이직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 공무원은 현재 남자 공무원들은 여자 공무원들에 비해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여자 공무원의 경우 육아문제와 겹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데다 사실상 육아문제를 아예 손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닥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문제로 그만둔 몇 몇 사람도 있고 계속 일해야 되나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는 공무원도 상당수다라고 털어놨다.
최근 가족들을 서울과 수도권에 남겨두고 홀로 세종시로 내려온 남성 공무원들에게 꽃뱀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공무원은 한마디로 꽃뱀은 자취를 감췄다. 세종시는 꽃뱀이 살 환경이 안 된다. , 술집, 노래방 아무것도 없다. 꽃뱀이 살만한 근거지 자체가 없는 셈이다. 음식점, 커피숍 하나 제대로 없는 곳에서 꽃뱀이 뭘 하겠는가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와 정부 간 업무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가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세종시 이전에 따른 비효율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인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 정착하는 공무원이 확정됐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상가 투자 등을 활성화 시키고, 과밀학급 해소 등 아이들의 교육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여러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게끔 세종시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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