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막말이 날이 갈수록 더욱 자자지고 험악해져가고 있다. 작년 8월5일 민주당 이종걸 최고위원은 트위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를 ‘그년’이라고 썼다. 시정잡배나 토해 낼 상말이었다. 올 7월 7일 전남 광주에서 열린 정치공작 규탄대회에서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남재준 국정원장을 지명, “국정원장이란 자가 NLL(북방한계선) 문건을 국회에 와서 뿌렸는데 이런 미친놈이 어디 있읍니까.” 막갔다. 69세 노인에 대한 망발이었다. 7월 11일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귀태)”라고 말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으로 저주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그 귀태의 “후손”이라고 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그는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7월 13일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 홍준표 경남지사를 가리켜 “마치 히틀러가 나치세력의 결집을 위해 유태인을 집단 학살했던 것과 같은 비슷한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홍 지사의 폐업결단을 끔찍한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에 터무니 없이 비유한 것이다. 7월 14일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은 한 정치공작 규탄 대회에서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며 막가파식 막말을 쏟아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권의 상말과 막말이 저렇게 날이 갈수록 극성을 부리는데 대한 분석은 여러가지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쇼, 충성심 보이기 위한 튀는 발언, 정치권의 과도한 집단주의적 대결의식, 상대편에 대한 정통성 부정, 정당간의 적대적 인식,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체계, 등이 지적된다. 그러나 그 밖에도 세 가지 중요한 요인들이 더 있다.

첫째, 일부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의 막말이 거칠면 거칠 수록 “시원하다“며 그를 영웅으로 떠받든다. 홍익표 대변인의 ‘귀태’ 발언을 새누리당이 문제 삼자 처음 민주당측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물타기 전략“이라며 막말 발언자를 감쌌었다. 홍익표 블로그에는 ‘난 이제부터 홍익표 의원 팬 한다. 굿(좋다)’란 글도 실렸다. 이종걸 최고위원의 “그년” 발언 때도 민주당내에서는 “그 표현은 약하다. 더 세게 하지...이종걸이 너무 무르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정치인의 저질 막말은 한쪽에서 “시원하다”며 영웅시 하는 저질 정치문화가 양산해내는 부산물이다.

둘째, 정치인 개개인의 소양 부족이 자제하지 못하고 뱉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해찬 고문은 일찍 부터 거친 말로 유명세를 탄 사람이다. 그는 총리 시절인 2004년10월에도 유럽 순방 중 반주를 곁들인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역사의 죄인이다.” 조선 동아는 “내 손아귀 안에서 논다.” “까불지 말라”며 조폭 같은 막말을 토해냈다. 이종걸 최고위원도 2008년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장관·차관·공기업 사장 등을 “이명박 졸개들”이라고 했다. 그들의 상습적인 막말은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금언을 떠올리게 한다.

셋째, 언론매체와 유권자들의 건망증도 막말 극성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유권자들은 막말 의원에 대해서는 다음 선거에서 표를 주지 말아야 하고 언론 매체들은 정치인의 막말을 기회있을 때 마다 꼬집어야 한다. 그러나 유권자나 언론은 얼마 안가 막말 정치인을 망각해 버린다. 거기에 막말 정치인은 막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뿐, 손해 보는 건 없다는데서 다시 막말을 서슴지 않게 된다. 막말 않던 정치인도 모방범죄 처럼 막말을 따라 하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가 아닐 수 없다. 저질 막말은 저질 정치문화가 키워주고 있다.

이제 막말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막말 정치인에 대한 제도적 법적 징계 강화, 유권자의 용서없는 낙선 운동, 언론매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등이 절실함을 덧붙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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