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도 2차 있다?’당국의 음주운전 단속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직종으로 자리잡은 대리운전. 최근엔 너무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제살 깎기 경쟁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들이 대리운전을 윤락과 연결시켜 영업을 하는 신종 매춘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그 실태를 들여다보았다.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강남에서 동료들과 함께 3차까지 가는 술자리를 끝내고 인사불성이 된 김씨는 대리운전을 불렀다. 도로변에서 대리운전기사가 나타나기를 기다린지 10여분 지났을 무렵 한 여성이 김씨에게 다가왔다. 자신이 대리운전 기사라는 것. 김씨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여성 대리운전이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리따운 미모의 여성이 대리운전기사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더 놀랐던 것은 집으로 가는 도중에 일어났다. 술에 취해 차에서 잠을 청하려던 김씨에게 말을 계속 걸더니 은근슬쩍 ‘잠시 쉬었다 갈 생각없냐’고 물은 것. 무슨 의미인 줄 몰랐던 김씨. 하지만 그녀의 다음 행동에서 그 뜻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운전을 하면서 김씨에게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김씨는 손사래를 치며 ‘생각없다’는 표현을 하고서야 별탈 없이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근 이처럼 대리운전을 가장한 신종윤락행위가 고개를 들고 있다.

보도방과 연계 티켓다방식 영업
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리운전 윤락은 밤업소 등과 연계해 취객들에게 여성 대리운전자를 소개한 뒤 은밀한 거래를 하는 수법이다. 2년 전부터 입소문을 통해 알려졌던 대리운전 윤락은 초기에는 한물간(?) 밤업소 출신들이 개별적으로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 논현동 A 룸살롱 종업원은 “강남 룸살롱 일대에선 심심찮게 여성 대리운전자들이 명함을 돌리는 모습이 눈에 띄곤 했다”며 “대부분 전직 나가요 걸 출신들로 대리운전과 2차 영업까지 함께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주로 호텔가와 유흥업소가 많은 지역에 상주하며 취객들에게 “대리운전이 필요하냐”고 접근해 관계를 갖는다는 것. 화대는 10∼15만원 선으로 특히 밤 12시 이후에 대리운전 꽃뱀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보도방’이 이같은 영업에 합류하면서 전문적으로 대리운전 윤락을 알선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알선업체가 소개비를 따로 챙기고 시간당 2∼3만원의 티켓을 끊어주는 속칭 티켓다방식 영업을 한다는 게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10만원선의 화대는 별도다. 1박 2일식 출장형 대리운전 윤락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한 번 관계를 맺은 취객들은 고객리스트에 올려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꽃뱀 경보
대리운전 윤락은 매매춘 행위에 그치지 않고 자칫 협박과 갈취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만취한 상태의 취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물론 성추행범으로 몰아 돈을 갈취하는 전문꽃뱀까지 등장한 것. 실제 지난해 12월 말 서울 강남경찰서는 취객을 상대로 성추행을 당했다며 공갈협박한 혐의로 여성 대리운전자 최모(32·무직)씨 등 일당 2명을 붙잡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소무역업체를 운영하던 사업가 김모(41)씨는 직원들과 송년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가기 위해 여성대리운전자 최씨를 불렀다. 집으로 향하는 줄 알고 만취한 상태에서 차에 올라 잠을 잤던 김씨는 눈을 뜨자 강남의 한 호텔 방에 누워있었다. 이날 이후 김씨는 최씨가 자신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전화에 시달리게 됐다. 사유는 김씨가 호텔에서 성추행을 하며 최씨가 진 빚을 갚아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 최씨는 집요하게 이점을 물고 늘어졌고,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했던 김씨는 1,000만원을 건네주었다.

최씨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부모님의 병원비가 없다’는 둥 온갖 사유를 들어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씨가 이를 거부하자 최씨는 차안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건넸다. 김씨와 최씨가 포옹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김씨는 1,000만원을 다시 건넸다. 하지만 최씨의 협박은 계속됐고 결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 조사결과 최씨는 2인 1조로 움직이는 꽃뱀으로 밝혀졌고 사진은 공범이 뒤따라와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꽃뱀뿐만 아니라 취객들이 잠든 틈을 타 슬쩍 지갑에 손을 대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대리운전으로 만난 남성과 술을 마시다 업체의 콜을 받고 대리운전에 나섰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여성대리운전자의 사례까지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취객들이 여성대리운전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들어 여성대리운전자들에게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신고건수가 늘고 있다”며 “대부분 술에 취해 잠든 사이 발생한 일들로 자칫 낭패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