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친박·빨강 vs 노무현·친노·노랑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패배는 3가지를 버리질 못했기 때문이고 박근혜 후보는 3가지를 버려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선 당시 민주당은 박후보에게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보다는 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한번 사과를 했다’며 버티던 박 후보는 9월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으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사람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박 후보는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며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아버지에 대한 과를 인정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또한 대선을 거치면서 박 후보는 ‘인의 장막’으로 대표되는 친박계 인사들을 2선으로 후퇴시키면서 친박과 거리두기를 했다. 대표적인 것이 최경환 당시 비서실장의 2선 후퇴와 김무성 총괄본부장의 등장이었다. 이런 과감한 인사는 대선 승리 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에서 박 후보를 평가하는 데 있어 당 깃발에 파랑색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빨강색으로 바꾼 점이다. 당시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바꾼 것 보다 과감하게 빨강색을 당 상징색으로 하면서 과거 구태의연한 한나라당 이미지를 씻는데 일조했다는 게 여야 한결같은 평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을 버리질 못했다. ‘공은 계승하고 과는 개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발표했고 이런 입장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친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 ‘친노가 캠프를 좌지우지한다’고 비노 진영에서 목소리를 높이자 마지못해 그것도 실무자들만 2선으로 후퇴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해찬, 한명숙 등 친노 핵심 인사들은 막후에서 건재했다. 게다가 실무자들 역시 물러난 후에도 대선 캠프에 보이지 않게 역할을 했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아울러 민주당 역시 당명과 로고, 당 색깔인 노랑색에 대해 변화와 쇄신차원에서 변경 요구가 거셌다. 하지만 주류측인 문 후보와 친노는 ‘선거는 우리 책임하에 치룬다’는 태도로 배척을 했다. 결국 2012년 대선은 3가지를 지킨 문 후보가 3가지를 버린 박 후보에게 박빙의 차로 패배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있다. DJ가 92년도 당을 만들며 동교동계가 득세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가 결집되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동교동계는 급격히 무너졌다”며 “친노 역시 마차가지다. 2002년도에 ‘바보 노무현’과 함께 등장해 2004년 총선에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하지만 10년 후인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동교동계와 같이 정치 몰락기를 걷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여전히 문재인 의원과 친노가 미래 권력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며 “친노의 역할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거나 새로운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 주연이 아닌 조연이 돼야 기존 정파들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권력은 10년도 채 가지 못할 공산이 높다. 비주류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이계가 5년 동안 권세를 누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역시 권불오년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그는 향후 정치권 재편관련 “이제 정치권은 안철수 의원을 구심점으로 하는 테크노크라트 그룹, 박원순 시장을 둘러싼 시민운동그룹, 그리고 민주당.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정치인 그룹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그중 정치인 그룹이 차기 리더 그룹으로서 주목받기는 현재로서 힘들다는 평도 내놓았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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