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이주호’라는 공작명 썼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받았다. 이 의원은 남한 정부를 교란시켜 전복시키려는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국정원 녹취록 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국정원이 날조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모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선 “날조 수준으로 심각하게 왜곡됐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국정원은 ‘사법기관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향후 수사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요서울]이 지령 946호(2012.06.20.)에 단독 보도한 ‘국회 60여년만에 제2의 프락치 사건 터진다’는 기사가 정치권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보도에서 본지는 이석기 의원이 과거에 ‘이주호’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고 최초 보도했다. 국정원과 이석기 의원이 기관 존폐와 정치인 생사를 두고 양측의 진실 게임이 시작됐다.

- 2012년 6월 19대 국회개원전 <본지>최초보도
- ‘이석기 쓰나미’ 후폭풍 정치권 ‘혼비백산’

▲ 지난29일 국정원의 압수수색후 신체수색을 마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방을 나서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본지는 지령 946호를 통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관련해 공안 당국에 의한 ‘제2의 국회프락치 사건이 터진다’는 보도를 했다. 국회 프락치 사건은 1949년 제헌국회 시절 ‘국회 프락치(공작원) 사건’으로 당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13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프락치(선전선동 내지는 첩자)’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을 말한다.

1년전 6월경 최초 보도한 이 기사는 그동안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이면서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일요서울]이 보도할 당시는 19대 국회가 본격적인 개원도 하기 전에 같은 동료인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민주당 임수경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 제명건으로 여야간 논란이 벌어졌다.

이석기·김재연·임수경 ‘종북 주사파’로 규정
특히 집권여당과 보수진영은 이들 3인방을 ‘종북 주사파’로 몰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자격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특히 이석기 의원의 경우 ‘민족민주혁명단 사건’으로 실형을 살기도 했던 경력이 부각됐다. 민혁당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1999년 9월 9일 ‘민족민주혁명당 간첩단 사건’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국정원은 당시 민혁당 뿌리를 1989년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인 김영환(서울대 82학번), 하영옥(서울대 82학번), 이석기(한국외대 82학번) 등이 만든 ‘반제청년동맹’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이 의원의 경우 당시 ‘이주호’라는 가명을 쓰고 다녔다고 함께 활동했던 인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주호’라는 이름이 ‘공작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공교롭게도 제명안에 오른 경기동부연합 출신인 김재연 의원과 민주당 임수경 의원 모두 한국외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결국 국정원은 3년간의 내사를 통해 이 의원을 비롯한 진보 인사들이 북한과 전쟁 시 후방을 교란시켜 남한 정부를 전복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거론한 것으로 확인했다. 국정원이 확보한 녹취록을 보면 ‘경기동부연합’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산악회’ 소속 진보 인사들과 강연중 나눈 내용으로 추정했다. 특히 강연중 이 의원은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전쟁준비’를 촉구하는 강의 내용이 녹취록에 담겨 있다.

또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의 경우 “전시에 통신과 유류고에 타격을 주자”, “평택 유조창탱크는 니켈합금에 두께만 90cm여서 총알로 뚫을 수 없다. 전시 이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고문은 “통신의 경우 가장 큰 데가 서울 혜화와 성남 분당에 있는 전화국”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은 “연락체계, 후방교란, 무장과 파괴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팀을 구성하고 대응책을 준비해 가야 한다”면서 “미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제 팀을 예비역 중심으로 꾸리고 각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강의 말미에 “실질적, 물질적으로 강력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당장 준비하길 바란다”로 논의를 마쳤다.

이석기 쓰나미를 보는 여야 ‘대조적’
하지만 국정원의 녹취록 공개 관련 내란 음모 주모자로 지목당한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은 “한마디로 날조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 의원은 8월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기 언급과 관련해 “기가 막혀. 어이없는 일이다”고 해명했다. 국가 기간시설 습격과 관련해서도 이 의원은 “상상 속의 소설이다. 국정원의 상상력에 나온 게 아닌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국정원 녹취록 확보와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르다. 총기, 그런 말이 나오는 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철저한 모략극이고 날조극이다”고 반발했다.

통합진보당도 거들고 나섰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같은 달 30일 “국가정보원은 이석기 의원이 RO(혁명조직) 성원을 소집하여 내란을 모의하였다고 발표하고 그 증거로 녹취록을 제시하였으나, 이 의원의 어떤 발언에도 ‘내란 음모’에 준하는 발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이석기 의원이 참석한 자리는 김홍렬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도당 임원들과 협의해 소집한 당원 모임으로, 이석기 의원은 강사로 초빙돼 정세 강연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모임은 전쟁 반대 평화 실현을 위해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홍 대변인은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에 대한 증거를 단 한 개도 제시하지 못하고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에 대해 문제 삼고 있는데, 녹취록은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 취지가 날조 수준으로 심각하게 왜곡되었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은 향후 녹취록을 흘린 국정원을 비롯해 이를 여과없이 보도한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등을 대상으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국정원에 대해서는 ‘녹취록의 입수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석기 쓰나미’를 보는 여야간 입장은 대조적이다. 특히 민주당은 당장 ‘촛불집회 동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당장 부산에서 통합진보당과 함께 개최할 촛불집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과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혐의사건’은 별개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자칫 국정원 대치 전선이 약화되고 야권 내부 권력 다툼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정원 개혁 요구가 이번 이석기 파문으로 인해 물타기가 될 경우 그동안 벌였던 장외 투쟁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회담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야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10월 재보선에서 단일화는 없다’고 발언한 직후 터졌다. 이석기 파문으로 인해 민주당은 진보진영과도 안철수 진영과도, 멀어져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국정원 개혁·야권연대·정국주도권 ‘실종’
반면 새누리당은 표정 관리가 한창이다. 외형상 ‘검찰·국정원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강원도 홍천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친박계 노철래 의원은 8월 3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석기 사건은 국정원이 주도하는 것으로 수사 결과를 보고 대응을 어떻게 할지 보자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라며 “같은 동료 정치인으로 조심스럽기도 하고 일단 검찰과 국정원수사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태세다. 정치 일정상 10월 재보선과 정기국회를 앞두고 보수 진영의 결집을 꾀하고 정국 주도권을 계속 이끌 수 있는 호재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mariocap@ilyoseoul.co.kr

30여년만 등장한 내란 음모죄란?
- 내란죄 주모자는 최고 사형, 내란 음모죄 유기징역

지난 8월29일 수원지방검찰청 공안부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형법상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내란죄는 형법상 최고의 중범죄다. 내란 음모와는 차이가 있다. 형법 87조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일으켰을 때 적용되는 중범죄다.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 기관을 무력으로 전복시키거나 정당한 절차 없이 헌법.법률 기능을 소멸시키는 행위가 해당된다.

특히 내란죄는 집단적으로 내란의 목적을 가지고 폭동을 일으켰을 때 적용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폭동이 폭행.협박을 동원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어야 내란죄가 구성된다. 내란죄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 금고에 처한다. 모의에 참여, 지휘하거나 중요한 임무를 맡은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했어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할 수 있다.

반면 검찰과 국정원이 이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내란 음모죄’(형법 90조)는 2명 이상이 모여 내란을 일으킬 계획을 세우는 행위가 대상이다. 대법원은 내란음모죄를 적용할 때 단순히 추상적이거나 일반적 합의만으로 부족하지만 실행 계획의 세부 사항까지 모의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내란음모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한다. 내란을 예비.선동.선전한 경우에도 같은 벌을 받는다.

형법 최고의 중범죄라는 점에서 법률 전문가들 역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내란 ‘음모’의 음모는 도모할 공범을 찾거나 모으는 인적 준비해 해당한다. 국정원 등을 통해 현재까지 알려진 혐의 사실은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 모처에서 13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경찰서, 지구대, 무기저장소 등 국가기간시설 타격을 모의했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은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는 등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유죄 입증이 가능한 수준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내란죄나 내란 음모죄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총기 준비하라’는 정도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영장이 발부된다고 해도 이는 사법기관이 해당 사안을 수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잊지 혐의가 입증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무기고를 탈취하라’는 내용을 두고 국헌을 문란할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내란죄 자체가 목적범인 만큼 그 목적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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