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 서울의 내로라하는 여야 정치인들이 전투적이며 선동적 막말을 반성없이 거듭 토해내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그 못된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지난 9일에도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독일 메르켈 총리가 ‘나치 만행‘에 대해 거듭 사죄하는 이유는 그가 독일의 국가 수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정보원 댓글을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만행”에 해당하는 악행으로 연상케 한 선동적 막말이었다.

또한 7월 11일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홍익표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을 “귀태(鬼胎)”에 비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으로 저주했다.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그년”이라고 막말했는가 하면, 60대 후반의 남재준 국정원장을 가리켜 “이런 미친 놈이 어디있나” 등 시정잡배만도 못한 상말을 뱉어냈다.

새누리당도 좀 덜하긴 하지만 예외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반역의 대통령” “노가리” “노무현 외교는 등신 외교” 등 자극적인 막말을 삼가지 않았다.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에게는 “저거 아주 웃기는 사람이네”라고 했다. 웃지 못할 막말이었다.

여야 정치인들의 막말은 북한의 전투적이며 선동적인 구호를 연상케 한다. 평양의 집권세력은 걸핏하면 남한을 상대로 소림 끼치는 협박을 퍼붓곤 한다.
북한은 북의 최고지도자를 비판한 조선일보·동아일보·세계일보 등 남한 신문들을 향해 “살아 숨 쉬지 못하게 죽탕쳐 놓겠다” “완전히 초토화 해 버릴 것” 등 섬뜩한 낱말만 골랐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 “박근혜 X”라고 했고 이명박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실명을 거론하며 “미친개” “짐승 보다 못한 역사의 쓰레기” “찢어죽이자” “죽탕쳐 버리자” 등 거침이 없다. “적진(남한)을 아예 벌초해 버리라” “미국 놈 각을 뜨자”등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예사로 담는다.

평양 정권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전투적이며 자극적인 말을 쓴다. 이미 1950년대 중반 ‘천리마 운동”을 하면서부터였다. 천리마 운동은 6.25 폐허위에서 북한의 생산증대를 위한 근로자 독려 운동이었다. 평양은 주민들에게 “1백일 전투” “속도전” “섬멸전” “속도전 돌격대” “속도전 청년 돌격대” 등 등골이 오싹해지는 살벌한 전투 슬로건(구호)을 띄웠다.
북한은 아직 까지도 반세기가 지나도록 그러한 전투적 슬로건을 그대로 쓰며 주민들을 긴장케 한다. “철천지 원쑤 미제를 까부수는 총폭탄이 되자” “총폭탄 되어 (수령을) 결사 옹위하자” “고난의 행군” 등 변한 게 없다.

남한 정치인들의 선동적이며 자극적인 막말들은 북한의 전투적인 구호들과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막말한다는 데서는 남북한 두 정치권이 닮은 데가 있다. 둘의 공통점은 상대편을 파트너(동반자)가 아니라 “죽탕쳐야” 할 대상으로서 적대시 한다는데 있다. 북한은 남한을 “초토화 해 버릴” 적으로 간주하며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적대시 하고 전투적 용어를 써야 통치된다고 간주한다.
남한 정치인들도 상대편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로 간주,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척결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전투적이며 선동적인 단어 토해내기 경쟁으로 치닫게 된다. 개개인의 버르장머리 없고 성마른 못된 성격도 한몫했음을 배제할 수는 없다.

여야는 섬뜩한 막말을 자제하고 품위 있는 어휘를 쓰기 위한 캠페인(운동)을 벌여야 한다. 무엇 보다도 먼저 상대편을 “귀태”가 아니라 “상생(相生)”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서로 상대편을 정치적 파트너로 존중할 때 “그년” “미친놈” “귀태” “노가리” 등의 극언은 튀어나올 수 없다.” 오는 말이 고아야 가는 말도 곱다”는 금언(金言)을 되새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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