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센터 의뢰는 기본 … 승용차 점검·휴대폰 위치파악 등 동원최근엔 배우자 팬티에 묻어있는 정액을 감별하는 약품까지 등장이른바 ‘불륜 감시시대’라고 할만하다. 한 달에 심부름 센터에 의뢰되는 불륜감시 건수는 무려 200~300건에 달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수십군데의 심부름 센터의 추정치를 합산해보면 수천건이 족히 넘는다는 이야기다. 부부는 속앓이를 하는 가운데, 심부름 센터는 넘쳐나는 의뢰건수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또 최근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배우자의 팬티에 묻어있는 정액을 감별하는 특별한 약품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20만원이란 비싼 가격이지만 이미 수백개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나아가 휴대폰 위치추적 시스템 등 불륜감시 기법도 갈수록 최첨단화되고 있다.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부부간의 감시와 의심의 눈초리, 그 삭막한 부부간의 풍경을 취재했다. 지난 24일 아내의 채팅내용과 이메일을 훔쳐본 혐의로 김모씨가 경찰에 입건됐다. 평소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오던 김씨는 확실한 물증을 잡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뒤 컴퓨터에 설치했다. 그는 수시로 그녀의 행태를 감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정도는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다. 배우자의 불륜을 캐내기 위한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불륜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외도를 걸리지 않는 법’에서부터 ‘외도를 잡아내는 법’까지 다양한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다.

■매일 아침 배우자가 잠깨기 1시간 전
서울 양천구의 김모(여·36)씨는 매일 아침 남편보다 한시간 일찍 잠에서 깬다. 이른바 ‘승용차 검사’를 하기 위해서다. 슈퍼를 간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온 김씨는 남편의 자동차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스카치 테이프로 시트 구석구석을 찍어보면서 여성의 머리카락이라든지, 혹은 꼬불 꼬불한 모양의 체모 등이 있는지 살펴본다. 주행거리판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평소보다 많은 주행거리가 계산되어 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남편에게 ‘어제 어디에 갔었냐’고 물어보면서 일상적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운전석 앞의 햇빛가리개가 있는 공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각종 영수증이나 고속도로 통행영수증을 통해서 남편의 ‘동선’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트에 코를 대고 면밀하게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만약 진한 여자의 향수 냄새가 난다면 의심의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김씨는 “나도 이러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물증이 있어야 뭔가 추궁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한다.

■불륜 체크의 전쟁터, 휴대폰
한마디로 휴대폰은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륜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휴대폰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배우자 몰래 휴대폰의 위치추적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위치추적 서비스는 휴대폰 사용자 자신이 직접 휴대폰으로 서비스를 신청해야한 한다. 따라서 남편이 잠들었을 때나 잠깐 외출했을 때 몰래 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주부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남편들은 반대로 가끔씩 자신의 휴대폰에 위치추적 서비스가 신청되어 있지는 않는지 확인해보기도 한다. 말그대로 ‘창과 방패’의 싸움인 셈이다. 불륜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휴대폰 통화시 주변의 소리도 민감하게 체크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미팅 중이라거나 회식 중이라고 하는데, 지나치게 주변이 조용한 경우 현재 그 장소가 모텔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남편의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커졌다 작아졌다할 때도 주의를 요한다. 상대 여성과의 귓속말을 위해서 자연스럽게 얼굴이 휴대전화와 멀어지기 때문에 소리가 작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녁에 집에 돌아온 뒤 목욕을 하러 간다거나 담배를 사러간다고 하면서 휴대폰을 필수적으로 지참하는 경우도 의심을 해볼만하다. 불륜 상대자와 비밀통화를 위해서 일부러 핑계를 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술 취한 후의 핸드폰 통화 내역도 중요한 단서라고 할 수 있다. 맨 정신일 때는 휴대폰 관리를 철저히 하다가도 술을 마신 후에는 자신도 모르게 불륜 상대와 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집에서는 철저하게 휴대폰을 꺼놓는 경우도 한번쯤은 의심을 해볼만하다. 자신의 배우자 앞에서 어정쩡하게 불륜 상대와 통화하는 것이 싫은 나머지 아예 휴대폰을 꺼놓는 경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와 비밀 계좌
불륜에는 반드시 돈이 든다는 점에서 신용카드를 둘러싸고 부부간의 말다툼이 많아지곤 한다. 특히 신용카드 영수증이 집으로 배달되지 않고 회사나 기타 주소지로 배달된다면 이는 상대방의 의심을 사기마련. 최근 최모(29·여)씨는 남편과 신용카드 배달지와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를 두고 심한 말싸움을 했다. 남편의 신용카드 영수증이 회사로 배달될 뿐만 아니라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이다. 인터넷 뱅킹은 상대방의 ‘현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륜에 사용되는 비용을 감시할 수 있다. 따라서 남편은 이를 절대로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는 것. 신용카드 영수증 역시 사용처와 금액이 찍혀 나오기 때문에 불륜 추적에 유용한 정보로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남편은 ‘부부간에도 사생활은 있게 마련’이라는 이유로 아직까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몸이 말하는 불륜의 증거
생활설계사 아내를 둔 박모(33)씨는 근래 들어 부쩍 달라진 아내의 ‘몸’을 의심하고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체위를 가끔씩 시도하려고 한다든지 그 전보다 더욱 섹스에 격정적이 되었기 때문. 박씨는 “내가 알려주지 않은 체위를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나와의 섹스 중에 다른 남자를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불쾌해한다. 일반적으로도 ‘불륜을 하면 배우자와의 섹스횟수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남성은 한번의 사정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지만 여성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섹스를 할 수 있고 또 할수록 오르가슴에 오르는 강도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섹스 중 딴 남자 생각’이라고 의심하는 박씨의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가 갑작스럽게 선물을 자주 사오는 경우를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미안한 감정이 들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말에도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집안 일을 하거나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기억력을 넘어선다
강남 서초동의 구모(37·여)씨는 최근 ‘남편일기’를 쓰고 있다. 남편의 말과 행동을 일일이 기록해놓으면서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체크를 한다는 것. 불륜을 하게 되면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오늘 회식이 있다’,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등등의 거짓말이 이어지게 되면서 상황을 모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남편일기’를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몇달 전에 죽은 친구 아버님이 또다시 죽는’ 경우를 적발할 수 있고 지나치게 회식횟수가 많은 것에 대해 이상징후를 판별해 낼 수 있다. 낮시간에도 불륜 체크에 열중인 사람들도 있다. 기혼자끼리의 불륜이라면 저녁 시간은 아무래도 위험하기 때문에 업무 중, 혹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모텔을 출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끔씩 회사로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의 동료를 통해서 휴가나 월차의 일수 등을 집요하게 캐묻는 여성들도 있다. 물론 이러한 일이 잦아져 부부싸움으로 발전하는 경우도많다.

■최첨단 기기 등장
최근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배우자의 외도를 단 5분만에 잡아내는 첨단 제품’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정액탐지 특허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된 이 제품은 배우자가 섹스를 했을 경우 팬티에 묻어있는 정액을 순식간에 탐지해낼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최초의 섹스 후 72시간 가량 미량의 특정 물질을 계속 분비해낸다는 사실과 남성은 전립선의 내분비선에서 특정 효소가 분비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 상품을 개발해냈다고 한다. 팬티에 약물을 묻혀보면 정액을 비롯, 섹스 후에 분비되는 특정 물질이 팬티에 있으면 해당 부위가 보라색으로 변하게 된다. 또 이 제품을 사용한 뒤에도 전혀 자국이 남지 않아 상대방은 실험을 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고 한다. 현재 이 제품은 인터넷 쇼핑을 위해 하루에도 수십개가 팔려나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초소형 몰카 탐지기계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심부름 센터에 의한 도청 및 몰래카메라가 성행하고 있어 이를 사전에 탐지하려는 남성들이 초소형 탐지기계를 많이 구입하기도 한다고. 이 기기는 가로 세로 3~4cm에 두께가 1cm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 키홀더, 휴대폰 액세서리로 위장해 휴대하면서 수시로 자신의 주변을 체크한다는 것. 또 불륜이 점차 많아지면서 때아닌 구청 및 시청의 도로교통과가 붐비기도 한다. 고속도로 CCTV에 과속으로 사진이 찍히게 되면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앞자석에 동승한 사람의 모습을 가리는 것은 일반화된 관례. 하지만 혹시라도 배우자가 불륜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심에 배우자가 직접 관공서로 찾아가 사진 전체를 보여 달라고 떼를 쓴다는 것이다. 한 평생 믿고 의지하고 사랑해야할 사이인 부부. 넘쳐나는 불륜의 유혹 속에서 어느덧 ‘쫓고 쫓기는 사이’가 된 현실에 많은 사람들이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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