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검찰총장, 복지부장관, 공공기관장까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가을은 야구만큼 여의도가 뜨거운 계절이다. 바로 20일간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야는 최근 국회일정에 합의를 보고 10월14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국정감사가 ‘방어’하려는 여당보다는 ‘공격’하는 야당을 위한 무대다. 정부를 상대로 국민을 대신해 ‘군기’를 공식적으로 잡을 수 있어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야단을 쳐야 할 수장이 대거 공석으로 남아 있어 국감이 예전같지 않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정부부처의 장 자리 중에 공석인 곳이 3곳이다. 양건 감사원장이 사퇴를 한 지는 한달이 넘어가고 있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 역시 사직서가 수리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항명파동'을 일으킨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정부 부처 핵심 부처의 장이 없는 상황에서 국정감사를 치르게 됐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감사원장의 경우에는 여야 첨예한 4대강 관련 감사 주무부처로 야권이 벼르고 있는 기관 중 한 곳이다. 그런데 수장이 없어 권한 대행체제로 국감을 받을 경우 ‘후임원장이 결정할 일이다’, ‘권한 밖이다’라며 핵심 사안에 대해 발뺌할 공산이 높다. 민주당 국토해양위 한 보좌관은 “민감한 자료를 주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집중 추궁을 하려고 해도 수장이 없으니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물론 박근혜 정권의 인사난맥상을 문제삼을 수도 있지만 국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선 책임질 수 있는 수장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토위의 경우 한국철도공사, 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굵직굵직한 피감기관의 수장이 부재해 부실국감이 될 우려가 벌써부터 지적되고 있다. 정무위의 경우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코스콤, 예탁결제원의 수장이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피감기관의 경우 기관장 인사가 나야 후속 인사가 나오고 조직개편이 이뤄져야 국감 준비를 하는데 공무원들이 마음이 떠 있어 제대로된 국감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진영 장관의 사퇴에 차관이 대신 출석하겠지만 아무래도 흥이 날 리가 없다. 기초노령연금제부터 무상보육, 4대중증질환, 공공의료 정상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보건복지위 위원은 “보건복지정책의 수장으로서 사퇴는 책임회피”라며 “새로운 장관이 임명돼 대선공약에 대해 책임을 얼마나 느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장관 임명도 10월 중 인사청문회를 거친 다음에 국정감사에 출두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이다.

검찰총장 공석 역시 야당 법사위 위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채동욱 전 총장은 사퇴의사를 밝힌 후 두문불출하고 있고 청와대는 최근 전격 사표를 수리하면서 공석인 상황이다. 채 전 총장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올 공산이 낮은데다 검찰 인사청문회를 남겨두고 있어 대검 차장이 국정감사장에 출두할 공산이 높다.

한편 4대강 사업의 핵심 부서인 수자원 공사,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코레일과 도로공사, 원전 납품비리 의혹, 사고은폐 의혹, 잦은 원전 고장으로 정전사태가 우려되는 한국수력원자력 수장 역시 공석이다. 현재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전체 공공기관 295곳 중 20%(60여곳)이 공석이거나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획재정위 위원실 한 인사는 “공무원이 영혼이 없다느니 지갑에 있다느니 하는 집단인데 수장이 공석인 것을 핑계로 국정감사에 소홀할 공산이 매우 높다”며 “국정감사 전에 최소한 공공기관장이라도 인선을 마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ariocap@ilyoseoul.co.kr

수정된 날짜: 2013-10-03 11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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