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 브레인으로 통했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처신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여권 내부는 이 기회에 국가 전반의 기강과 국정 틀을 새로 점검해서 다잡아야 한다는 ‘채찍론’이 높아졌다. 기초연금 정책이 표류하고 검찰조직이 불안정하면 정권의 위기로 치닫게 된다는 불안심리가 감지되고 있다.

기초연금 같은 주요 국가 정책이 정책의 방향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에 장관이 반발해서 논쟁을 키운 일이 건국과정 빼놓고 헌정사상 없었지 싶다. 그것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생각이 객관적으로 들 만큼 대통령 최측근에 의해 정부가 흔들린 유례가 없다. 더욱이 복지부 장관 자리는 각종 시혜성 정책을 다루므로 논란에 휘말리기 쉬운 자리다.

때문에 장관은 최선의 정책 수행을 위해 관련기관과 충분한 대화를 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틀이 정해지면 정책에 차질이 안 생기도록 집행하고 감독하는데 진력해야 시혜 목표에 오류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 사과에 찬물을 끼얹고 기초연금 정책을 뿌리째 흔든 격이니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당당했다고 할 수는 없다.

적어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거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으면 주군격인 대통령 처지를 대통령의 장악력을 의심 받을 정도로 흔들어 놓을 수가 없는 일이다. 물론 박근혜정부가 공약가계부까지 발표하며 반드시 공약을 지키겠다고 다짐한 지 4개월 만에 핵심 복지공약을 사실상 파기한 데 대한 무력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야권의 날선 공격 앞에 ‘콩가루 집안’ 모습을 나타낸 분명한 ‘이적행위’이자 ‘적전분열 행위’를 옳게 여길 정도로 민심이반 현상이 강하지 않다. 아직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방향을 전면 재검토하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에도 야권은 정권에 밉보여 벌어진 사태로 청와대를 향한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마치 채 전 총장의 의도를 따르고 의중을 대변하는 듯하다. 진작 청와대 민정관련 책임자가 본인이 꼼짝 못할 은밀한 사실 조사결과를 들이 밀고 명예로운 퇴진을 소리 안 나게 강구했으면 상황이 이토록 혐오스러워지고 한편의 저질 드라마가 국민을 바보 취급하지 않았을 터다.

작금의 NLL대화록 사초 폐기 같은 따질게 없어 보이는 뻔한 이치가 갈등으로 점화되고 그 갈등을 갈등으로 맞받아치는 정치가 국민을 감동시킬 일은 꿈에도 없다. 비겁함과 비열함이 묻어나고 가증스럽기까지 한 지경이다. 비겁하다는 것은 겁이 많고 용렬스러워 당당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비열(卑劣)하다는 말은 사람의 하는 짓이나 성품이 천박하고 졸렬하다는 표현이다. 이에 더해 가증스럽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비열하다 못해 자기 잘못됨을 남에게 전가시키는 후안무치의 뻔뻔스러움을 느낄 때다.

가치관이 전도되고 세상 정의가 사라지면 이런 비겁함과 비열함이 일어나고 가증스러움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도덕적 규범이 무너진 사회는 오로지 힘의 논리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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