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전 총장-임모 여인 사이 감춰진 진실

[일요서울ㅣ오병호 프리랜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과 관련해 진위 공방이 제2라운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채 전 총장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강도 높은 별도 대응을 시사했고, 시민단체 등은 조선일보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향후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야권 등은 사태의 배후에 청와대 관계자 등 여권 핵심인물이 개입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정치권에 파장이 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 전 총장은 자리를 떠났지만 그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아직도 유령처럼 그 자리를 배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혼외자녀 실체를 놓고 말이 무성하다. TV조선은 채 전 총장이 퇴임식을 한 직후 떠나는 그의 뒤통수에 직격탄을 한 번 더 날렸다. 일종의 확인사살인 셈이다. TV조선은 임모 여인의 집에서 가정부로 인한 한 여성의 인터뷰를 통해 혼외자녀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퇴임사에서 “아내와 자녀들에게 한 번도 부끄러웠던 남편, 아빠였던 적이 없었다”고 밝힌 채 전 총장에게 회심의 반전카드를 내민 것이다. 그렇다면 임 여인은 과연 누구이고 그와 채 전 총장은 어떤 관계일까. 두 사람은 정말 모르는 사이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임 여인의 과거 행적을 추적해 보았다.

관심을 모았던 채 전 총장과 조선일보의 법정 공방은 채 전 총장의 소 취하로 사실상 무산됐다. 채 전 총장은 유전자 검사와 관련해 감정신청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송 당사자가 아닌 임 여인의 아들 채모군을 포함하는 감정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일지가 아직 미지수였고 채군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재판이 원활히 진행되기 힘들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채군의 친자 여부 규명이 물 건너가면서 의혹은 각종 추측을 생산하고 있다. 더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던 채 전 총장도 일단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의구심에 가득 차 있다.


채군이 과연 채 전 총장의 친자인지 여부는 알기 힘든 상황이지만 임 여인과 채 전 총장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또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일정 부분 드러나면 채군의 친자 여부를 채 전 총장이 밝히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모 여인은 누구인가

결론적으로 임 여인은 채 전 총장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관계일 개연성이 상당하다.


<일요서울>이 추적한 바에 따르면 임 여인은 부산에서 유명인사 아닌 유명인사다. 그는 부산 해운대의 모 업소에서 일했다. 당시 그를 고용했던 이는 부산 업소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모(大母)로 통하는 B씨로 알려졌다. B씨는 박연차 회장과 더불어 노건평씨 등 부산 연고 정치인, 기업인들과 매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마당발로 통한다.


임 여인은 B씨가 운영하는 업소에서 H씨 밑에서 일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H씨가 다른 업소를 차려 독립할 때 같이 나가 일을 도왔다고 한다.


임 여인에 대해 아는 한 인사는 “임 여인은 H씨와 함께 일하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그때 한 사업가의 소개로 채 전 총장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채 전 총장을 만난 뒤로 임 여인은 업계에서 급성장했다. 이런 내용은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의 전언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이 부산에서 근무할 때 임 여인을 만났고 그 이후로 계속 교류가 오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양측의 주장과 달리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관계라는 것이다. 다만 이 인사는 혼외자녀 의혹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인사는 “혼외자녀 의혹에 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 그들의 사생활이라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 안다 해도 이런저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개인적으로 채 전 총장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로서 좀 더 떳떳했으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장인의 좌익 혐의에 대해 ‘장인이 그렇다고 아내를 버려야 하나’라고 반문해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며 “이만희 전 환경부 장관도 혼외자녀를 인정하며 친자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번에 채 전 총장도 의혹을 빨리 그리고 말끔하게 씻어냈어야 했는데 의혹만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채 전 총장과 임 여인이 모르는 관계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일부에서는 임 여인의 정체가 드러나기 전 언론에 거론됐던 Y씨의 정체에 대한 추측이 분분하다. 채 전 총장이 Y씨와 친하고 자주 Y씨가 운영하는 업소에 갔다는 말은 검찰 내에서도 많이 들린다. 심지어 검찰 관계자들 중 Y씨를 채 전 총장과 함께 만난 적 있다는 이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의혹보도 초반 “채 전 총장과 함께 여러 직원들이 Y씨가 운영하는 업소에 가서 술을 마시곤 했다”며 “그런데 장담컨대 Y씨와 채 전 총장은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다. 그냥 단골집 주인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대목에서 반전이 드러났다. Y씨와 임 여인은 동일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Y씨라는 가명은 임 여인이 자신의 실명을 감추기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되면 임 여인과 채 전 총장은 보도 초반 서로 모르는 사이라며 모 언론사에 해명서신까지 보내는 등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만남에서 치명적 파멸까지

채 전 총장과 임 여인 관계 사이에는 사업가 A씨가 있다. A씨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업가로 채 전 총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그는 임 여인이 H씨와 일할 당시 H씨의 업소 단골이었다. A씨는 나중에 이 업소에서 채 전 총장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은 임 여인을 알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산의 한 업소 관계자는 임 여인에 대해 “채 전 총장과 임 여인이 가까워진 이후 임 여인의 신변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며 “A씨는 임 여인에게 부산 모 타워 스카이라운지 운영을 맡겼고 이 라운지를 운영하면서 더욱 폭넓은 대인관계를 만들게 됐다. 부산지역 사업가들, 고위직 공무원뿐 아니라 조폭들과도 잘 알고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 여인이 아이를 혼자 키우고 산다는 것은 모두 잘 아는 내용”이라며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이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소문이 파다했다. 그 아이가 채 전 총장의 아이인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그런 소문이 돌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배후 존재설도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고발 접수된 사안을 조사해 배후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배후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과정에서 몸통은 아니더라도 꼬리 정도는 드러날 수 있다.

 

검찰은 역학추적으로 배후 존재를 입증할 구체적인 정황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총장 관련 정보 일부가 내부에서 흘러간 정황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과 조선일보로 이어지는 경로를 추적할 경우 모종의 수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기사와 관련된 조선일보 관계자와 자주 통화한 검찰 관계자가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심지어 “A씨가 채 전 총장 관련 정보를 생산해 조선일보에 이르게 한 정황이 상당하다”는 소리까지 파다하다.


조선일보와 곽 전 수석을 고발한 시민단체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군의 학적부와 이들 모자의 혈액형 자료를 수집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들 단체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초중등교육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세 가지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민정수석 등이 주도해 피해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조선일보 기자 또는 제3자에게 유출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또 이들 단체는 “각종 개인정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정부 당국과 언론에 의해 유포돼 당사자들이 심리적 피해를 겪고 있다”며 “의혹의 진위와 별개로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해 책임자를 문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는 지난 9일 혼외자녀로 의심되는 채군의 초등학교 기록(학적부)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다는 등 내용의 후속보도를 내보냈으며 해당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군 모자의 혈액형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이 며칠 뒤 알려졌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