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확인 없이 가입 후 만남… 소개팅 사이트 문제 심각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이제는 이상형을 내 마음대로 선택하세요’, ‘21세기 운명적인 만남’, ‘나만의 이상형과 아름다운 만남을’… 외로운 남녀의 텅 빈 마음을 채워주는 소개팅 사이트가 대세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소개팅’만 치면 줄줄이 소개팅 사이트가 검색된다. 스마트폰 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개팅 사이트는 개인 신원 확인도 없이 가입이 돼 거짓 정보를 입력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또한 소개팅 만남을 성(性)적 목적을 가지고 나오는 남성들도 있어 성폭행 피해를 보는 여성도 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소개팅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이 편법으로 운영되는 소개팅 사이트를 전격 해부해봤다.

클릭 한 번에 전화번호 공개 “오늘 만나실래요?”
거짓 정보로 이성 홀려… 성매매 사이트까지 등장

“오늘 시간되시면… 만나볼까요?”
소개팅 사이트에서 어느 남성의 프러포즈(만남) 신청을 수락한 후 5분 만에 취재진의 휴대전화 SNS로 날아온 메시지다. 프러포즈를 신청한 상대방은 40세의 A씨. A씨는 우리나라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상류대학 출신으로 정보통신업종에서 연봉 6000만 원을 받고 있다고 프로필에 명시돼 있었다. 엘리트 출신의 고액 연봉자가 무엇이 아쉬워서 소개팅 사이트에서 이성을 구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거짓 스펙으로 이성 꼬셔

지난 2일 오후 2시께 강남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A씨는 프로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나왔다고 작성했던 일류대학이 어느 곳에 있는지도 몰랐다. 평범한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만나는 이성이 없어 외로움을 토로하던 중 직장 동료에게 소개팅 사이트를 소개받았다고 했다.

A씨는 “오프라인에서 이성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홈페이지라고 동료한테 소개받았다”며 “학력이나 직장 등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 출신에 고액 연봉자라고 속이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듣고 프로필을 거짓으로 작성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또 다른 남성인 B씨도 마찬가지였다. 프로필에 의하면 B씨는 일류대학 출신에 고액 연봉을 받는 공무원으로, 185cm의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B씨의 키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180cm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B씨는 “사이트를 통해서 만남이 이뤄지려면 프로필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큰 키로 설정해 놓은 것”이라며 “외형이나 스펙보다 사람 됨됨이가 중요한 것인데 프로필로는 성격을 알 수 없으니 거짓으로라도 좋은 스펙을 명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렇듯 소개팅 사이트에서 거짓 스펙으로 이성을 낚는, 일명 ‘낚시꾼’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신원 확인을 하지 않는 사이트 특성상 방지할 방법이 없다. 회원가입 절차에서 확인하는 것은 실명확인 단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외 학력과 개인 프로필 등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통상적으로 커플매니저가 중간에서 만남을 이어주는 결혼정보사이트와는 달리 온라인에서 모든 것이 다 이뤄지는 소개팅 사이트의 한계점이다.

이들은 홈페이지 가입 후 3만~5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상대방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성이 보낸 프러포즈(만남) 신청을 수락하면 상대방의 본명과 연락처를 알 수 있다.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성매매 도구로 이용

이렇듯 검증이 되지 않은 낯선 사람을 만나다 보니 위험도 도사린다. 새로운 인연을 위한 만남이 아닌 하룻밤의 유흥을 꿈꾸며 나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C양(25)은 스마트폰으로 소개팅 앱을 다운받았다. 회원가입을 하니 하루에 두 명의 남자에게 만남 신청이 왔다. 고민하던 C양은 그 중 한명에게 연락을 취하고 수원의 번화가에서 만나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꽃단장을 하고 나간 C양에게 그날은 잊을 수 없는 악몽이 됐다. 저녁식사 후 가볍게 술 한잔 했던 것이 문제였다. 속이 답답하다며 모텔에서 잠시 쉬어가자는 상대방 남성의 제안을 거절하자 그 남성은 사납게 돌변했다.

남성은 C양을 인근 으슥한 뒷골목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 C양은 끌려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술기운 때문에 당해 내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C양을 끌고 온 그 남성은 C양의 옷 속으로 손을 넣으며 추행을 시작했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반항하며 주위를 살피던 C양은 지나가는 사람이 눈에 띄자 크게 소리를 질렀고 남성이 주춤하던 틈을 타 사람이 많은 곳으로 도망갔다. 이후 그 남성에게서 ‘신고하면 죽인다’는 협박 메시지가 왔다고 한다. C양은 “너무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한동안 집에만 있었다”라며 “휴대전화 번호도 바꾸고 집도 이사했지만 지금도 그 생각이 나면 무섭다. 나 같은 피해 여성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소개팅 사이트를 성(性)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남성들이 많아지자 대놓고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소개팅 사이트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사이트들은 ‘섹시한 그녀와 하룻밤까지’라는 홍보문구로 뭇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외형은 소개팅 사이트지만 프로필을 등록한 여성들은 모두 성매매 여성들이다. 남성들은 일반 사이트처럼 회원가입 후 결제를 하고 원하는 여성을 선택해 소개팅부터 원나잇까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성매매 사이트로 알 수 없어 경찰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며 “소개팅 사이트 중에서도 신원 확인을 확실하게 하는 곳들이 있다. 이성을 인터넷에서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곳들을 찾아서 만남을 이루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저녁보다는 밝은 낮에, 여성의 경우 사람 많은 번화가의 큰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만나고 늦기 전에 귀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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