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최근 들어 전국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5대 범죄로 불리는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은 2008년 54만9644건에서 2012년 62만496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중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1만5021건에서 1만9619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5대 범죄 전체 검거율은 75.0%에서 61.2%로 13.8% 감소했다.

청소년 재범률 11.3%·성인보다 2배나 높아
범죄자 특성에 맞는 교화 프로그램 도입해야

범죄는 예방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도 사건은 일어난다. 사건이 발생되면 한시라도 빨리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범인을 검거하면 사건은 종결되지만 또 하나의 숙제가 남는다. 바로 교화과정이다.

다양한 사건을 저지른 범인들은 교도소에서 형을 마치고 나면 다시 사회로 복귀한다. 과거의 일은 잊고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교화과정이 더욱더 중요하다.
교도소는 범죄자들이 형기를 마칠 수 있도록 수용하고 교정과정을 통해 교화의 계기를 갖도록 해 주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교도소를 형무소로 불렀으나 1961년부터 교정주의를 실현하고자 교도소로 바꿔 부르고 있다. 

교도소는 현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설치·운용되고 있다. 주관국은 교정국이며 각 교도소는 소장 1인 아래 총무과, 보안관리과, 작업훈련과, 교화교육과, 보건의료과, 복지지원과 등으로 나뉘어 있다.

교정주의 실현 위해 형무소서 교도소로 변경

TV나 영화를 봐서 알 듯이 사람들은 교도소를 ‘학교’ ‘큰집’이라고 부른다. 범죄자들이 교도소를 은어로 부르는 것이지만 그 기본 바탕에는 “범죄를 배울 수 있는 곳, 배워서 나오는 곳”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교도소를 다녀온 범죄자들이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잦다. 청소년 범죄자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더 심각하다.

법무부가 발표한 ‘2012년 범죄 백서’에 따르면 보호관찰 대상자 중 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9년 28.8%, 2010년 34.7%, 2011년 38.2%다. 문제는 소년들의 재범률이 11.3%로 성인들의 두 배 정도다.

또 성범죄자들을 예로 들어보면 전체 성범죄자 3분의 2 이상이 재범이다. 법무부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 재범자들의 재범 주기는 평균 80일이었다. 교도소 문을 나서자 마자 3달 안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보통 성범죄자는 교도소에서 40~100시간 재범방지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교도소 교화프로그램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부산 여중생을 납치 살해했던 김길태도 20세 때인 1997년 7월 아홉 살 여자 어린이를 유인해 성추행하다가 발각되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교도소 수감생활 3년 동안 선배들에게 범죄 수법, 증거인멸 방법, 경찰 수사 피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2001년 4월 만기출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길 가던 30대 여성을 납치해 친구 집과 자신의 옥탑방에서 10일간 감금하며 지속적으로 성폭행하다가 검거됐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소년원

지난 5월 5일 부산 금정구 오륜동 오륜정보산업학교(부산소년원)에서는 수용자들 집단 난동 사건이 있었다. 신고가 접수돼 112타격대 등 경찰 400여 명이 급파돼 긴장감이 감돌았다. 법무부 소속인 오륜정보산업학교는 14세 이상 20세 미만의 형사범들을 수용한 소년보호교육기관이다.

이날 난동은 건물 1층에서 생활하는 자동차정비반과 헤어반 보호소년 몇 명의 다툼이 발단이 됐다. 1층에 위치한 이들 반은 중앙에 홀을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다. 이날도 별도 시설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들어오던 중 자동차정비반 수용자 9명이 헤어반에 쳐들어가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곧바로 직원들이 이들을 끌어내고 문을 차단하면서 집단난투극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동차정비반 40여 명은 자신들의 반에서 휴지통과 빗자루 등을 던지고 아크릴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20여 분간 난동을 부렸다. 철제 출입문과 철망을 흔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쓰러져 이 중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오륜정보산업학교는 정원 130명보다 많은 189명을 수용하고 있었다. 정원의 50%가 초과된 상태다. 구치소에 해당하는 소년분류심사원 원생까지 합치면 270여 명이다. 관리직원은 총 74명밖에 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의 이유는 보호소년들의 감정싸움이지만 그 시작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소년원 내부 실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소년원 생활 여건은 열악하다. 그 이유는 과밀 현상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에 1인당 4㎡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과밀 현상이 심한 대도시의 소년원은 절반이 채 안 된다. 또 소년원 원생에게 제공되는 식사 단가는 한 끼에 1463원이다. 하루 세끼를 다 합쳐도 4389원에 불과하다. 평균 한 끼 비용이 일반 고등학교 3022원, 중학교 2826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식사와 주거 등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효과적인 교정프로그램 개발해야

현재 전국의 교소도에서는 원예, 음악, 문예 등을 소재로 다양한 교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교화프로그램만으로는 범죄자들을 교화할 수 없다.

좀 더 체계적인 교화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교도소 내에서 교육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점도 문제다. 대부분 교도소 내에서 이뤄지는 교화프로그램은 교도소장에 따라 임의로 운영되고 있다. 당연히 교화프로그램의 연속성이 있을 수 없고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교도소 내에서뿐만 아니라 출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도 단순 교육이 아니라 심리 치료, 인지행동 치료 등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법무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6월 12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교정교화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제1기 교정정책 자문단’ 위촉식을 개최했다.

교정정책자문단은 교육공학, 심리치료, 문화예술,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5명과 내부위원 5명으로 구성됐다. 2년 동안 법무부의 교정교화프로그램 및 교정정책을 자문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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