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혼외자식 의혹과 겹쳐 사법부 도덕성 도마 위에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국민들의 ‘공분’을 산 사법연수생 불륜 사건이 해당 당사자가 중징계를 받으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사실상 부인을 목매달아 자살케 한 사법연수생 남편 S씨(31)는 최고 징계인 ‘파면’을 당했고 내연녀이자 사법연수생인 L씨(28)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사법연수생 논란 사건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식 의혹과 맞물려 사법부 전체 도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인의 자살로 혼수품 형식으로 받은 10억 원대 재산을 남편이 상속받은 부분도 공격을 받고 있다. 국세청에서는 ‘증여세’형식으로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세금을 매겨 국고로 환수하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어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살 부인의 혼수 10억원 남편 상속·증여세 매긴다
-외도남편 변호사 자격박탈 내연녀 ‘자격정지’ 중징계


사건의 발단은 올해 7월 A씨(30, 여)가 송파에 위치한 자신의 신혼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A씨 모친이 사위가 근무하는 K법무법인 건물 앞에서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는 1인 시위와 함께 진정서를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자살한 부인의 유가족들의 증언과 진정서에 따르면 불행의 씨앗은 2010년 남편 S씨가 사시에 합격하면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S씨는 Y대 법대 시절 같은 과 동기인 A씨와 캠퍼스커플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4년 넘게 사귀면서 두 사람은 모두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1차 합격의 기쁨은 2009년 여자 친구에게 먼저 찾아왔다. 남친은 1차부터 떨어졌다. 이에 남친 식구들은 서울에 거처를 마련해주면서 지극정성으로 여성의 2차 합격을 위해 노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래의 시댁은 A씨에게 다정다감했다. 하지만 그해 사시 2차에 떨어지자 시댁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아졌다.

사시 1차 합격 ‘애지중지’2차 불합격하자 ‘돌변’

설상가상으로 이듬해인 2010년 S씨가 1차 2차 시험에 연이어 합격하면서 사법연수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2차에서 재차 떨어지자 남친 가족들의 태도는 냉랭하게 바뀌었다. 이때부터 남친의 가족들은 A씨에게 결별을 종용했다. 그러나 4년 넘게 사귄 두 인사는 우여곡절 끝에 2011년 4월 결혼식은 미루고 혼인신고를 통해 사실혼 관계가 됐다.

그러나 시댁에선 결혼식 지참금으로 무려 10억 원 상당의 혼수품을 요구했다. 송파 아파트 한 채(5억 원), BMW 차량(7000만 원), S씨 개인빚(5000만 원), 분당 아파트 전세(2000만 원), 롤렉스 시계(4000만 원 이상)에 현금 5억 원을 요구했다.
 
A씨는 변호사 출신인 부친을 일찍 여의였고 홀로 모친이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이를 위해 A씨 어머니는 살고 있던 집을 팔아 요구한 것 중 현금 5억 원을 제외한 혼수를 마련해 줬다. 당초 시댁에서는 현금 10억 원을 요구했지만 강남 아파트 5억 원으로 대체하고 나머지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주질 못하고 있었다.

어렵게 결혼을 한 A씨는 몸과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남편은 2012년 분당의 사법연수원에 입소했고 A씨는 변호사 꿈을 버리질 못하고 바뀐 사법시험 제도를 이용해 지방대 로스쿨에 입학해 주말 부부처럼 지냈다. 이 사이 남편 S씨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S대 법대 출신 여동기 L씨를 만나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평소 명품을 즐겨했던 S씨가 고가의 시계와 외제차를 몰고 다니면서 총각 행세를 해 L씨는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S씨 역시 빼어난 미모에 도도한 젊은 여성 L씨에게 관심을 갖고 연수원 내 공식적인 커플이 됐다. 둘은 장모가 송파에서 출근하는 것은 힘들다는 시댁의 불만에 따라 분당에 전세로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거의 부부처럼 지내면서 밀월을 즐겼다. 하지만 ‘총각’행세는 오래갈 수 없었고 끝내 L씨도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여기서 둘이 헤어졌다면 본처가 목을 매 자살하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L씨는 우선 남자에게 이혼할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부인과 다년간 살아온 S씨에게 이혼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자 나선 것이 L씨와 시댁이었다. L씨는 본처에게 휴대전화를 통해 이혼을 종용했다. ‘8개월 동안 사귀고 있는 것을 정말 몰랐냐’는 등 사귀면서 주고받은 문자와 채팅을 캡처해 수시로 보냈다. 시댁에서는 “내가 너라면 혼인신고로 남자 발목을 안 잡을 것”에서부터 “네 년 찢어 죽여도 분 안풀려” 등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씨는 심한 불안 증세와 함께 우울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먹는 날이 늘었고 사시공부 역시 중간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올해 7월 A씨는 일산 신혼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을 선택했다. 딸이 자살하자 A씨의 모친을 비롯해 유가족은 사법연수원에 진정서를 보내고 S씨가 시보생활을 하는 법무법인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불륜남, “여자는 죄없다”내연녀 감싸

사법연수생 불륜 사건이 알려진 직후 남편 S씨의 모친은 “한 집안의 문제이고 부부의 문제이며 고부간-친사위간 갈등이 문제”라며 “조만간 모든 것을 밝힐 수도 있으니 그때 모든 정보를 다 들으시고 판단해 달라”고 언론사에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남편 S씨 역시 사법연수원 내부 게시판을 통해 “그 여자는 죄없다”며 본처보다 L씨를 옹호하는 글을 올려 연수원생들을 당혹게 만들었다.

결국 사법연수원은 지난 2일 징계위원회 결과를 발표해 남편인 S씨에 대해선 중징계인 ‘파면’ 조치를, 내연녀인 L씨에게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파면’조치는 로스쿨 졸업을 통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다시 법조인이 되기 어려운 중징계다. 이로써 남편인 S씨는 법무법인 회사에서 쫓겨나 일반인으로 살아야 한다. 반면 S법무법인에서 쫓겨난 내연녀 L씨는 3개월 후 변호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법조인 이력에 큰 치명타를 입게 됐다.  

하지만 연수생 불륜사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의혹과 맞물려 이제 갓 법을 다루는 연수생들의 불륜 사건까지 터지면서 사법부 전체의 도덕성과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가뜩이나 도제식 분위기가 강한 사법부에 여성 진출이 늘어나면서 불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판사가 술집에 가서 계산할 때 ‘을’인 변호사를 불러 계산하게 하고 검사를 부르면 스폰서를 대동해 계산하는 것은 차라리 애교”라고 탄식했다.

또한 법조계의 ‘검사동일체의 원칙’(전국의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여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관계에 서서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조직체로서 활동)이 여전히 만연해 서로 비리나 불륜을 눈감아주거나 감싸주는 행태 역시 비일비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법부 여성 진출 높아져 불륜 ‘비일비재’

한편 국세청 역시 남편 S씨에 대해 ‘증여세’를 꼼꼼하게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한 직원은 “장모에게 받은 10억 원 상당의 혼수품 역시 증여이기 때문에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며 “특히 부인이 자살한 이상 재산이 남편에게 상속되기 때문에 상속세와도 관련돼 있어 고액의 세금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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