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실패는 없다” “민주당과 단일화 협상 ‘치킨게임’ 시작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서울시장으로서) 내가 나름대로 잘해왔는데 안철수 의원이 새롭게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야 하겠느냐”고 발언한 박원순 서울시장. 그의 발언 탓에 안철수 의원 진영이 술렁이고 있다. 안철수 측은 신당 창당을 목표로, 전국정당화를 추진하는 만큼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과 박 시장의 관계가 ‘동지적 관계’에서 ‘경쟁적 관계’로 조정됐다는 평이다. 박 시장이 민주당에 잔류하고 안 의원과 나란히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부에서는 ‘경쟁 관계’가 지속될지 여부에 물음표를 던진다. 안철수 진영 내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뉘어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울지 내세우면 누구로 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도 ‘서울시장 경쟁론은 연막작전으로 수도권 단일화를 위한 치킨게임’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안 의원 측이 ‘박원순과의 경쟁론’을 외치는 이면에는 어떤 전략이 있는 것일까.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의 서울시장 선거 참여 여부에 대해 “(그것은) 정당의 자유이긴 하지만 사람은 상식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철수 의원이 내가 뭐 크게 잘못해가지고 진짜 저 사람이 잘못됐다,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몰라도 내가 나름대로 잘해왔는데 새롭게 (후보를) 내시기야 하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신세 진 것도 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과 힘을 모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과 관련해 박 시장은 “어찌 됐든 내가 민주당 당원이다. 민주당이 예컨대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불리하다고 해서 당적을 바꾼다든지 이런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안 의원의 ‘양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됐기 때문에 ‘안철수-박원순 연대론’이 정치권에서 늘 회자됐다.

“서울시장 후보 내겠다”
 박원순과 경쟁 불지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 측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박 시장의 ‘발언’에 발끈했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목표로 전국 정당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안철수-박원순 경쟁론’이 불가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안 의원에게 서울시장 선거는 본인과 신당의 성패가 걸린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의 최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서울시장에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전국적인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본다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전 정당의 형태를 갖췄는데도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뜻이다.
이어 “(후보를 낼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전국적 선거에 임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며 “(안 의원과 박 시장 간 지방선거 연대에 대해) 그때 가서 우리의 주체적 준비상황이나 객관적 정치상황에 따라 여러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박원순 경쟁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데에는 안철수 신당 성공 여부를 좌우할 핵심지역이라는 이유가 크다. 실제 부산·광주 등의 상징적 도시는 물론 서울을 빼놓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캠프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안 의원이 호남과 수도권에 사활을 걸었다. 수도권의 심장부인 서울시장에 후보를 내지 않고, 지방선거에 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울을 공략하는데 구청장 선거에 뛰는 후보만 돕기 위해 서울 유세를 한다는 것은 신당 창당이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으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 바로 서울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그는 “박 시장의 서울시장 자리는 애당초 안 의원의 후보 단일화 양보를 통해 얻은 자리다.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일화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보를 냄으로써 전국 정당화를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를 내겠다는 그 이면에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바람을 띄우겠다는 의도가 짙다는 분위기다.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지난달 29일 자문위원과 기획위원 및 호남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 윤영관 서울대 교수,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포함해 강인철 금태섭 조광희 변호사, 이태규 전 진심캠프 미래기획실장 등이 기획위원에 포함됐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면피’
안철수-민주당 단일화 불가피

이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 기웃인사나 주변세력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고, 당직자들도 “기획위원들을 발표했지만 파급력이 약해 서울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종의 ‘안철수 신당 띄우기’다.

이처럼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성공을 위해선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일화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에서도 후보를 내더라도 막판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안철수-박원순 아름다운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이 들어섰다고 치자. 안 의원 입장에서는 호남 지역은 민주당과 경쟁구도로 가더라도 수도권과 영남에서는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3자 구도가 아닌 양자구도로 선거를 치르려고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안 의원도 지방선거 패배에서 면피할 수 있고, 민주당도 ‘안철수 때문에 졌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은 단일화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의원 측에서 박 시장과의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은 야권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기 위한 전략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안 의원 측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것은 민주당과 ‘빅딜’을 하기 위한 제스처”라며 “박 시장은 안 의원과 가깝고, 정책적으로 많은 부분이 같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을 민주당에 내주고, 경기도지사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금 당장 안 의원이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아직 안철수 신당 바람은 미미하다. 지지율은 높다고 하지만 인재 영입이 더딘 상황이다. 안철수 진영에서 거론됐던 홍정욱 전 의원 같은 경우도 안철수 신당 참여에 부정적이고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정장선 전 의원도, 안 의원 측에서 러브콜을 보냈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역시 부정적”이라며 “안 의원이 인재영입 이후 민주당과 본격적으로 협상을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두 번째 대안으로 안 의원이 서울시장 단일화는 물론 경기도지사·인천시장 단일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안 의원 측 인사들과 민주당 모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안철수-박원순 서울시장 단일화 때 보여줬던 것처럼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거나 아니면 경쟁관계 속에서 단일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민주당 한 당직자 역시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패배는 안 의원과 민주당에서는 뼈아프다. 두 사람이 정치적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선 양 측이 후보를 내 단일화를 추진한 뒤, 단일화를 통해 양자 구도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안철수-박원순 경쟁론’에 대해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이 다음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둘 경우 안 의원과 연대를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장-박원순, 대권 후보-안철수’로 빅딜을 할 수 있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박원순 대항마 찾기
교수 출신 2명과 비밀리 접촉 중!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재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여권에서 ‘박원순 대항마’로 누가 나설지가 최대 관심사다. 박 시장의 각종 직무평가 여론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0%대 후반인 만큼 여권에서는 거물급을 차출해야 승산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를 찾고 있다. 야당이 박 시장을 앞세워 안정적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라 전망하고 강력한 바람을 일으킬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당초 박근혜 정부의 ‘실세 장관’으로 불렸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강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기초연금법을 둘러싼 항명 사태로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는 당내 여론이 강해, 서울시장은 물 건너갔다는 평이다.

진 장관이 빠지면서 현재까지 조윤선 여성가정부 장관,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홍정욱 전 의원과 이혜훈 당 최고위원, 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거론되고 있지만 ‘박원순 대항마’로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현직 교수 출신 등의 2명의 유력 후보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수도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경제마인드를 가진 인물 2명을 접촉하고 있다”며 “정치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와 과반에 이르는 새누리당의 지지도를 결합하면서 서울시장 선거에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행정 경험이 많은 제3의 인물을 찾고 있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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