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에 ‘등’ 돌리고 철수와 ‘포옹’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안, 손에 수도권 단일화 가교 역할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10월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지난 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에서 정치적 의미가 담긴 축사를 밝혀 관심을 끈다. 통합의 정치를 내세우면서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강조했던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안철수 의원과 손 고문의 연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입지 및 추구하는 것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구체화된 것이 아직 없다. 안 의원은 손 고문을 끌어안고 싶어하지만 손 고문이 선뜻 이 손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손학규-안철수 연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시화될 전망이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다. 그 배경을 알아봤다.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민주당 신학용·원혜영·오제세·김우남·김동철·이찬열·이춘석·황주홍·최원식 의원과 김유정·전혜숙·최영희·박양수·한광원 전 의원 등 손 고문과 가까운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손학규-안철수 연대론이 불거졌던 안철수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연대론? 모멘텀은 없지만…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고문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손 고문이 무엇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안철수 연대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친노와 호남 세력이 세를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손 고문으로서는 다음 대선에서도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손학규 고문과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구체화되는 것은 (현재) 없다”면서 “안 의원도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양측이) 비생산적으로 싸우는 것보다 힘을 합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고문과 안 의원이 스타일이 잘 맞는다. 철학이나 성향도 맞는다”고 덧붙였다.

안철수-손학규 연대론이 불거진 까닭은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데에 있다. 실제 손 고문은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의원에게 졌다. 안 의원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문 의원에게 밀렸다. 특히 손 고문은 모바일 경선의 폐해를 주장하며 친노와 거리가 멀어졌고, 안 의원도 후보 사퇴를 하는 과정에서 친노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다.

더구나 손 고문은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자기의 지지기반에 집착해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폐쇄정치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외연을 넓혀야 한다”며 “나의 이익을 양보하고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주는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통합의 정치를 내세우면서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강조했다. 이는 연대론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내년 지방선거 선전을 위한 안 의원의 필요성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손 고문 입장에서도 연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연대론이 구체화 되지는 않았다. 지방선거 때 연대를 할지, 20대 총선에서 손을 잡을 수도 있다”면서도 “손 고문 입장에서는 큰 틀에서는 당 대 당 통합에 목표를 두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전례가 있어, 또다시 민주당을 탈당하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가까이에는 안철수-민주당 지방선거 수도권 연대를 위해 손 고문이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손 고문은 안철수 측 김성식 전 의원과 가깝다. 손 고문이 경기도지사 시절 부지사를 지냈고 손학규 복심으로 통했다. 두 사람은 과거 민주화운동을 통한 개인적 인연이 있었고, 한국 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호남은 안철수-민주당 경쟁, 수도권 지역에서는 손 고문이 나서 ‘수도권 연대론’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안 의원과 손 고문이 다음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둘 경우 두 사람의 연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손학규 측근들은 “손 고문과 안 의원의 연대 가능성이 높지만 손 고문을 박차고 나가 안 의원과 손을 잡을 일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손학규계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안철수-손학규 연대론을 촉발시킬 모뎀텀이 없다. 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명분이 없고, 손 고문이 안 의원에게 끌리는 게 없다. 안 의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으나 현실정치에 몸담으면서 미래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 야권 진영이 서로 갈 때까지 가야만 ‘안철수-손학규 연대론’이 무르익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차원에서 손 고문이 자신의 측근인 조정식 의원에게 경기도지사 출마를 권유했고, 당내 입지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지방선거 패배로 ‘김한길 교체론’이 불거져, 손 고문이 당 대표를 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당연히 손학규-안철수 연대론이 가동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방선거 손 역할론 속 안 끌어안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 고문 측에서는 강한 어조로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손 고문과 가까운 이낙연 의원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근거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손 고문이 언급한 ‘통합의 정치’에 대해) 안 의원을 보고 처음 말한 게 아니라 독일에서 귀국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 말을 했고, 그 전부터 똑같은 말을 계속했다”면서 “현재의 민주당과 야권이 너무 자기 진영 논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서 통합의 자세를 갖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가다 보면 외연도 넓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반면, 안 의원 측은 당장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하면서도 향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대의 의지는 남겨뒀다. 안 의원의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민주당 바깥에서 야권에서의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화를 하고 있는 데는 그 나름대로 각자 국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각자의 몫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기존과 다르게 민주당의 혁신이 필요한데, 그것이 민주당 내부에 갇혀 있는 혁신이 아니라 야권 전체에 도움이 되고 (야권을) 확대·강화할 수 있는 혁신이 돼야 할 것이다. 거기에서 손 고문에 대해 아주 높은 기대가 있는 것”이라고 연대론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손 고문과의 연대 여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면서 “지금 어떤 형태를 만들고, 독자적으로 어떤 성과를 만들기도 전에 연대를 한다거나 과거 선거 때처럼 단일화를 한다는 식으로 너무 성급하게 나가게 되면 오히려 각자의 성장과 발전에 장해가 되는 경우들이 많다는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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