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검찰 다음 경찰 손보나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10만 경찰이 안전행정부가 마련 중인 경찰 조직 개편방안을 두고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경찰 공무원의 사기진작과 새로운 치안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분하에 조직 개편안을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경찰이 주목하는 것은 개편안 착수 전부터 불거진 “안행부에 경찰국을 신설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인사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안행부 산하에 경찰의 인사권을 가진 경찰국을 둘 경우 경찰 조직이 정권의 통제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에 이어 경찰까지 박근혜 정권이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발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와 경찰 간 소리 없는 전쟁터로 들어가보자.

- “안행부 경찰 개혁안 ‘경찰국 설치’ 빠졌지만…”
- 경찰 “검경 수사권 조정도 참고 참았는데…”


검찰 4대 요직 중 하나가 법무부 산하 검찰국장이다. 검찰국장은 검찰 내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예산 및 인력을 지원하고 있어 법무부의 꽃으로 불리는 직급이다. 그래서 검찰국장은 곧 차기 대검차장이나 검찰총장으로 가는 요직중의 요직으로 꼽히고 있다.

법무부의 꽃 검찰국 경찰국은 칼
이런 검찰국과 유사한 ‘경찰국’을 안전행정부 내 설치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경찰 조직이 술렁거리고 다. 특히 정부가 마련 중인 경찰조직 개편안과 맞물려 10만 경찰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유대운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경찰 조직 개편 방안을 보면 일단 경찰이 우려하는 ‘경찰국’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인사권과 관련해 “경찰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인사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경찰청 내 인사제도 개선 TF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적시돼 있다. 안행부 관계자 역시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는 검토 자체가 없었다”며 “경찰 조직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경찰 개혁안을 추진하는 데 총경 승진 등 직제 개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개편안을 보면 ‘2013년부터 매년 4000명씩 5년간 2만 명 증원’이나 경찰 공무원 계급구조 조정으로 ‘순경·경장’ 정원의 일부를 ‘경사·경위·경감·경정’으로 상행하는 안을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전국 경찰서장직이 획일적으로 ‘총경’으로 되어 있는 현실을 개선해 계급을 ‘경무관, 총경, 경정’으로 다양화를 시도했다. 이 밖에도 간부후보생 정원(50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대신 경찰대 정원(120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특채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3년 3월 기준으로 총경(4급) 이상 출신별 직위를 보면 단연 경찰대 출신이 44.2%로 가장 많고 간부후보(30.7%), 순경(22.8%), 고시특채(2.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대 출신 경찰총장은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또한 경찰의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조정하고 자치경찰제도 도입을 통한 지방자치권 강화를 꾀하고 지역생활 안전, 경비, 교통 및 일부 특별사법경찰 사무를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듯 개편안에는 ‘경찰국 신설’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지만 일선 경찰들의 우려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회에 출입하는 한 경찰 IO(정보담담관)는 “개편안을 준비할 때부터 경찰국을 신설한다는 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경찰뿐만 아니라 야권에서 정권이 검찰에 이어 경찰까지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거세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가 ‘공안통’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사덕, 서청원 등 ‘올드 보이’들의 등장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낙마 사태 등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안행부 “검토된 적 없다” 경찰 “못 믿겠다”
현직 경찰 고위 인사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행부에 실세 장관이 오면서 오버하는 측면이 강하다. 행정부가 법을 컨트롤 할 수 있느냐”며 “가뜩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참고 있는데 경찰국이 신설된다면 10만 경찰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 인사는 법무부 산하 검찰국과 비교하면서 “검찰국장은 대부분이 검찰이 맡고 있는데 경찰국에 경찰 출신이 임명된다면 인사 시스템의 옥상옥이다. 내심 정부가 인사권과 예산을 통해 경찰 조직을 정권의 사유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행안위 산하 민주당 유대운 국회의원 역시 “검찰에 이어 경찰도 박근혜 정권이 인사를 통해 경찰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며 “야당 의원으로서 향후 개편안에 대해 예의주시해 반드시 사전에 방지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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