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핵심 손보기 MB 직접 겨냥 시나리오 급부상

 “대공 수사 강화해 진보진영 흔들기 나설 것”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9월 30일 공식 사퇴하면서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신임 총장 임명 직후 검찰 내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는 사실상 개혁에 준하는 내부 인사 및 조직 개편이 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검찰 조직 안정 이후 검찰의 행보도 관심사다. 특히 경제계가 향후 수장 교체 이후 검찰 수사가 어떻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에서는 총장 교체 후 경제 관련 수사가 다소 부드러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차기 수장이 어떤 성향의 인사로 임명될지에 따라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신임 총장 인선이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지난 정권에 대한 수사에 적합한 인사가 총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총장 인선 이후 지난 정권 비리 의혹과 관련해 마무리되지 않은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들춰지지 않은 정경유착 비리 의혹이 집중적으로 사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 정권 비리 중 4대강 비리와 해외사업 비리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청와대는 관련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규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에 발목 잡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여권 주변에서는 일단 대화록 유실에 따른 문제제기로 야권의 공세를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여론의 시선이 야권을 향하게 되면 MB 정권 비리 수사와 더불어 여세를 몰아 야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추진할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특히 야권을 향한 대공수사를 강화해 진보진영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이 대공수사 분야의 첩보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 향후 야권 인사들의 이적행위와 더불어 종북 친북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법을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남재준 국정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청와대에 반영된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원 전 원장 대선개입 의혹 논란과 관련해 국정원은 진화에 앞장서서 정국 반전의 수훈갑으로 꼽히고 있고 야권은 NLL대화록 유출 책임을 놓고 국정원을 공격하고 있다. 이런 현 상황 때문에 국정원이 향후 공안수사를 움직일 것이라는 ‘국정원 공안수사 역할론’은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묵혀뒀던 수사파일 꺼내나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원 전 원장과 관련된 문제가 마무리되면 곧 이 전 대통령의 개인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추진될 수도 있다.
이 소식통은 “검찰 안팎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9월 중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다”며 “하지만 검찰 문제와 더불어 각종 현안에 부딪혀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11월 정도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할 예정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해외 은닉재산 의혹과 친인척 등 측근 비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만 나돌고 있다.
기업수사의 방향과 그 강도에 대한 추측과 관측도 분분하다.
일단 기업수사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현재 특정 기업이 정치권과 결탁해 각종 특혜를 누리는 경제구조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장기적인 계획 아래 재계에 메스를 들 것으로 재계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새 총장이 자리에 앉게 되면 그동안 느슨해졌던 기업수사 고삐를 다시 바짝 조일 것이고 그동안 수사 대상 기업으로 거론돼온 일부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검찰은 특정 건설사 몇 곳에서 도로공사와 관련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준비 중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이 지난 정부 시절 추진된 각종 도로 토목공사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채동욱 이어 황교안 위기

최근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지난 4일 모 일간지에 의해 제기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과 관련해 황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장관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이 불거졌다”며 “1999년 삼성 임직원의 ‘고급 성매매’사건을 무혐의 처분해주고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황 장관은 이후 중앙지검 2차장으로서 삼성X파일 수사를 지휘했으나 이 역시 삼성에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반면에 폭로자인 이상호 MBC 기자는 기소돼 법정에 섰다”며 “장관 스스로의 잣대에 따르더라도 명백한 감찰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황 장관은 불과 사흘 전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에게 의혹이 제기되면 스스로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제 그 말에 책임을 질 때”라면서 “누구는 의혹을 부인해도 신상털기 감찰로 찍어내고 누구는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며 일축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맞는 일인가”라고 야당은 공세를 펼쳤다.
이어 “일국의 법무부 장관으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국정원 사건 수사 압력, 말 안 듣는 검찰총장 찍어내기. 이제는 무죄 주고 떡값 받는다는 의혹까지 나왔다”며 “법무부는 의혹에 대해 신속한 ‘진상규명’을 실시하고 청와대는 감찰 지시에 들어가야 한다. 자격없는 황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황 장관은 법조인으로서의 소신과 자존심도 버리고 거대 권력에 충실히 따르는 ‘권력바라기’일 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황 장관은 이 모든 의혹에 대해 분명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한다”며 “대한민국 법질서를 책임지고 있는 법무부 장관의 이러한 행적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삼성 측으로부터 떡값을 받고 삼성 X파일 수사 결과 등에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응당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장관직 사퇴는 물론이고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교롭게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장관에 대한 야권의 공세를 채 전 총장에 대한 사퇴가 임박한 시점에 이미 준비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말부터 야권 주변에서는 “여권에서 채 전 총장을 정리할 경우 야권은 여권의 황 장관을 내리려 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야권에서 황 장관에 대한 여러 파일을 준비하고 있다. 채 총장의 사퇴가 추진되면 황 장관에 대한 공세를 시작하기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야권에서 황 장관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을 두고 “여야의 힘겨루기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황 장관은 ‘삼성 떡값’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황 장관은 “1999년 부장검사 재직 시 삼성 관련 수사를 할 때 봐주기 수사를 하고 상품권을 받았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황 장관은 또 “삼성 X파일 사건 및 이른바 ‘떡값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2008년 삼성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철저한 수사로 그 진상이 충분하게 규명됐고 특검 수사를 통해서도 의혹이 전혀 사실무근인 것으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면서 “당시 조준웅(73·2기) 특별검사도 ‘황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관련자들에 대해 조사했는데 그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혐의가 없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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