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마음으로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도메인 가격만도 수십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sex.co.kr’이 문을 닫게 됐다. 이 사이트를 운영했던 (주)레드엑스는 지난 1일 홈페이지내 공지와 회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2004년 1월1일부로 사이트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도메인 소유부터 숱한 화제를 모았던 . “음지의 성문화를 양지로 끌어 올리겠다”고 야심찬 도전을 선언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 것. 의 도전이 실패로 끝난 사연을 담았다. ‘sex.co.kr’사이트를 운영했던 레드엑스는 지난 1일 회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2003년 12월 31일까지만 운영되며, 그 이후엔 사이트가 폐쇄됨을 알린다”며 “기존의 회원 여러분들의 개인정보는 2003년 12월 31일 부로 영구적으로 삭제된다”고 밝혔다.

레드엑스는 또 “‘sex’ 하면 음란함을 연상시키는 현사회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음지의 성을 양지의 성으로 이끌어 내고자 부단한 노력을 했다”며 “하지만, 아직은 저희의 작은 힘이 이 사회의 관념을 바꾸기에는 너무나 미력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레드엑스는 현재 신규 회원을 받지 않고 여러 제휴사의 결제도 막아 놓은 상태다. 남기중 레드엑스 대표는 “우리사회의 성문화를 바꿔 보겠다는 심정으로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성에 대한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6개월만에 전격 폐쇄결정이 내려진 사이트 ‘sex.co.kr’. 이 도메인은 지난해 11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주관한 도메인 공개 추첨에서 2만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 끝에 남기중(28)씨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당시 친구 애인 명의로 당첨돼 소유권 논란이 일었으나 지난 8월경 2만2,000원에 양도받았다. 도메인 가치가 수 십 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성인사이트에 판매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남씨는 죽마고우인 동네 친구 2명과 함께 직접 레드엑스라는 회사를 차리며 사이트 운영에 도전장을 던졌다. 사이트 개설을 위해 있는 돈을 모두 털어 5,000만원을 마련한 부산 사나이 3명은 서울로 상경했다.

올 2월부터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내고 숙식을 해결하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이트를 준비, 지난 4월 1일 동영상, 만화 등 일반적인 성인 콘텐츠와 토론장, 민용태 교수 성담론 등의 메뉴를 구성해 공식 오픈했다. 당시 남씨는 “10억원에 팔라는 제의도 있었으나, 돈벌이에 급급한 일반 성인사이트로 전락하는 것이 싫었다”며 “바람직하고 다양한 성문화를 소개하고 만들어나가겠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직접 사이트를 운영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섹스 관련 최고의 인터넷 키워드였던 sex.co.kr은 이후 무료회원제로 운영, 30만명이 넘는 회원들을 보유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20대의 젊은 청년들이 넘어야 할 암초는 많았다. 가장 큰 것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밝혔듯 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고정관념이었다. 이에 대해 남씨는 “술자리 안주거리밖에 안되는 성을 공론화시키고 싶었다”며 “하지만 젊은 패기만으로 현실의 벽을 깨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음기회에 다시 도전?
‘법의 테두리’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 회원이 게시판에 올린 사진이 문제가 돼 ‘음란물 유포 방조죄’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서버까지 압수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남씨는 “대형 포털사이트들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스팸메일을 발송한 사람들에 대해 처벌하더라도 메일 계정을 내 준 사이트를 문제 삼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처벌기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자동차는 편리하게 잘 타고 다니라고 만든다. 차로 인해 몇 명이 죽는다며 자동차가 있어서 문제라는 보도는 나오지 않는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분명 안좋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섹스 자체를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것. 결국 고심 끝에 지난 10월경부터 사이트 운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고, 내년 1월 1일부터 사이트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 현재 남씨와 친구 2명은 고향 부산으로 내려간 상황. 남씨는 “현재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이라며 “잠시 쉬면서 사이트 운영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가 폐쇄된다는 소식을 접한 회원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하루 평균 60여명이 남씨에게 메일을 보내고 있는 것.남씨도 건전한 성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접지는 않았다.

그는 “홈페이지를 통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마음으로 힘든 결정을 내렸고,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 뵐 것을 약속했다”며 “이번에 실패했던 경험을 살려 다시 재도전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밝은 성의 모습을 찾아보겠다던 부산 사나이들의 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인터뷰>남기중 레드엑스 대표“섹스를 공론화하고 싶었는데 …”‘sex.co.kr’도메인을 치열한 경쟁 끝에 확보해 화제를 모았던 남기중 레드엑스 대표는 “젊은 패기와 열정만 가지고는 부족했다”며“많이 지쳐 있어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사이트 운영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관심이 일고 있는 도메인 처분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다”며 “현재로선 팔려는 생각은 크게 한 적은 없고, 임대를 하거나 다시 재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남 대표와 일문일답

- 사이트 폐쇄 결정은 언제부터 고민했는가?▲ 10월 10일 경부터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검찰조사, 현실의 벽 등 여러 가지 사안을 검토한 끝에 사이트를 폐쇄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 어떤 요인이 폐쇄까지 검토하게 만들었나?▲ 무엇보다 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사회는 급변하는데 법과 사회의 성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표현의 한계에도 많이 부딪혔다. 성을 공론화시키고자 했던 열정과 패기는 컸지 ‘섹스’를 모조리 음란하다고 보고 있는 우리사회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 수익은 어느 정도였는가?▲ 사이트 운영할 정도의 수입은 나왔지만 많지 않았다. 내가 한 달에 받아간 돈은 20여만원에 불과했다. 돈에 대한 욕심보다 성의 공론화라는 목표가 분명했기에 수익에 대한 큰 불만은 없었다.

- 도메인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현재 많이 지쳐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다만 팔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있다. 현재로선 임대를 한다거나 다시 재도전해 볼 생각이 크다.

- 다시 사이트를 운영하겠다는 뜻인가.▲ 당연히 계획은 가지고 있다. 다시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있다. 좀 더 준비하고 이번 실패를 통해 배웠던 것을 교훈으로 삼는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사이트를 직접 운영해본 소감은?▲ 좋은 기회였다. 실패할지라도 서른이 되기 전에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지난 9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사업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9개월간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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