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이혼국가?’우리나라가 이혼율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안을 위기에 처했다.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대비 이혼율은 47.4%를 기록해 조만간 50%대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 2쌍중 1쌍이 이혼을 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자칫 ‘이혼천국’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쓸 상황에 놓였다. 해가 갈수록 증가 추세에 있는 이혼 실태를 짚어봤다.

“참으면 될까요? 아기 아빠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갈수록 더해집니다. 하지만 아기 아빠는 제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금은 아기 아빠도 잘못한 것을 알기나 한 듯 가정에 충실하려고 하는 것이 보인답니다. 그래서 참아보려고 하는데 정말 힘드네요.”“전 결혼 8년차 주부입니다. 아이들도 두 명 있습니다. 남편은 주기적으로 바람을 피웁니다. 채팅이 웬수랄까요. 몇 년 전엔 아가씨랑 바람이 나서 천만원 정도 빚지더니 이젠 동갑내기 아줌마와 바람나 죽고 못사네요. ‘만나기만 했지 갈 데까진 안 갔다고 다신 안 만난다’고 이 남자 그리고 그 여자에게까지 다짐을 들었는데 그 다짐을 들은 지 몇 시간 후 다시 이메일이 왔다갔다 했더군요 ‘사랑한다’는 이메일. 허무합니다. 다신 전화통화도 안 한다고 맹세한 게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못 믿겠습니다. 애들 생각해서 살려고 다짐을 해보지만 너무 힘들어요.”이혼 관련 S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진 글이다.

남편의 바람에 대한 아내의 고민이 담긴 이 글들처럼 최근 부부간의 갈등과 관련된 문의가 인터넷과 이혼법률상담소, 가정문제 상담소 등에 빗발치고 있다. H 이혼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외도문제, 가정폭력 등 부부간의 갈등을 호소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늘고 있다”며 “대부분이 이혼을 전제로 한 뒤 자녀 양육권과 위자료 문제 등을 묻는 전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0년대 이전까지 ‘이혼’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처럼 들렸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대비 이혼율 50%대에 육박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보건복지부와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교가 지난해 11월28일 공동 발간한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관계 연구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수년 내에 세계 최고의 ‘이혼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에 이른다. 이 수치는 세계에서 결혼 대비 이혼율이 가장 높은 미국(51%), 스웨덴 (48%)에 이어 3번째다. 특히 결혼 대비 이혼율은 지난 80년 5.9%에서 90년 11.4% 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최근 10여년 동안 가파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년 내에 연간 결혼 대비 이혼율이 50%를 넘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실제 외환위기 전인 지난 96년 이혼 건수가 7만9,895건에 불과했으나 98년에는 11만1,727건으로 크게 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가 갈수록 수치가 높아지고 있는 이혼율의 특징은 신혼이혼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9월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0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2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 소송은 4만7,500건으로 하루평균 13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동거 3년 미만인 부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98년 40.4%였던 것이 99년 40.6%, 2000년 42.8%, 2001년 46.6%에 이어 지난해는 49.5%로 집계됐다. 심지어 결혼생활 1년 미만의 이혼사건 비율도 98년 9.2%에서 지난해 11.9%로 늘어나 이혼하는 10쌍 중 한 쌍은 결혼한 지 채 1년도 안 된 신혼부부들인 것으로 조사돼 결혼생활 초기단계에 있는 부부의 이혼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S 재혼 전문컨설팅사 관계자는 “배우자 선택에 있어 성격, 사고방식, 인생관 등은 고려치 않고 학벌, 직장, 경제력, 외모 같은 외적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신혼이혼의 주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기의 황혼이혼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예전과 달리 여권이 신장되면서 ‘참고 사는 것이 오히려 더 불행을 낳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자식이 예전같이 이혼에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 문화 부부갈등의 원인으로 급부상
이혼의 가장 큰 사유는 역시 ‘외도’. ‘200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이혼소송 청구 사유는 배우자 부정행위가 49.3%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어 본인에 대한 부당대우(22.5%), 동거·부양의무 유기(12.9%), 직계존속에 대한 부당한 대우(6.7%), 3년이상 생사불명(6.2%) 등의 순이었다. 대다수가 남편의 외도로 인한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실제 각종 인터넷 이혼상담사이트에는 남편의 외도문제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의 글이 수없이 많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외도에 대해 상당히 관용적이어서 남편의 바람을 참고 사는 아내가 훨씬 많다”며 “이에 남편의 외도문제로 여성은 오랜 기간 인내와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외도’가 이혼사유로 등장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남성의 전화 관계자는 “가출, 도박 문제와 더불어 아내의 불륜을 상담해 오는 남편들이 늘고 있다”며 “자녀 양육 문제 등을 고민하며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혼을 결심한 이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최근들어 외도로 인한 이혼에 자주 등장하는 게 인터넷 채팅이다. 70∼80년대 춤바람이 외도를 부추겼다면 요즘은 인터넷 채팅이 대신하고 있는 것. 실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는 ‘30대 유부남, 애인 구함’ ‘바람 피울 남자를 구함’ ‘아줌마만 들어와’라는 방제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화상채팅방에서 가정주부들이 음란행위를 벌이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밖에 성격차이, 성적 불만족 등도 주요 이혼 사유가 되고 있다. 한편 이혼 관련 상담센터 관계자들은 부부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이혼을 예방하는 길로 “부부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부부의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대화 단절”이라며 “하루 1시간의 대화는 부부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떤 큰 문제에 부딪혀도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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