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 국회 국정감사 첫날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 한·미 간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논의를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유 의원은 “대통령과 청와대 안보실장 국방부장관이 국민에게 몇 번 약속한 문제를 뒤집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대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고 사과할 일 있으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까지라면 누가 봐도 당연한 얘기이고 비약할 일이 전혀 없다. 문제는 다음 말이었다. “어물쩍 넘어가고 국군통수권자가 뒤에 숨어있는 모습은 별로 안 좋다”고 한 발언이다. 다른 여야의원들은 전작권 재연기 문제를 지적하긴 했지만 아무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진 않았다. 그런 만큼 유 의원의 대통령 사과 요구 발언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가 누군가, 박근혜 대통령의 야당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 핵심인물 아니던가, 때문에 그의 이번 발언이 ‘탈박(脫朴)’을 작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문제로 박 대통령과 소원해졌다는 점에서 집권 1년도 안돼 여권 내 탈박 행렬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그 사흘 전인 지난 11일 열린 최윤희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대선공약인 DMZ 세계평화공원과 관련해 “아직은 굉장히 황당한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효성 문제를 일으켰다. 그는 “통일부 예산 문건을 보면 2014년부터 3년 동안 무려 2500여억 원을 투입해서 만든다는 세계평화공원의 면적이 불과 1㎢”라며 “DMZ 자체가 4㎞인데 그 안의 1㎢에 불과한 아주 작은 사각형 공원에 통일부 예산을 1년간 402억 원을 쓴다는 것”이라는 예산낭비를 꼬집었다.

반면 국방예산은 “노무현 정권 때보다도 못하다”는 인식을 나타내고 국방예산 축소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고 나섰던 터다. 진 전 복지부장관의 사퇴 파동에 이은 유승민 의원의 박 대통령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여의도에 꿈틀대는 ‘반 박근혜’기운의 조기 가시화로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누구하나 명시적으로 ‘반박’을 기치로 내걸지 않지만 언제든 상황이 변하고 스스로 필요한 시점이 되면 의식적으로 반박 기류를 형성할 잠재력은 친박 내부에 적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다.

최근 김무성 의원이 만든 ‘역사교실’이란 모임에 이름을 올린 현역의원 수가 100명이나 됐다. 김무성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이 행보를 주목 받는 이유는 김 의원이 친박계 좌장이었던 것처럼 유 의원도 친박계 핵심브레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두 사람이 ‘자기 정치’를 도모하면서 ‘탈박’ 에너지를 키우고 ‘반박(反朴)’ 기운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애증(愛憎)의 갈등, 즉 사랑과 미움의 감정기복이 자기정치의 대의로 나타나서는 분란만 일으키는 독불장군처럼 될 수밖에 없다. 사랑과 미움과 소신이 혼재한 의식의 발로는 그 진정성이나 대의를 의심 받는 게 당연하다. 소신이 배신으로 공격당해서도 안 되지만 배신이 소신인양 돼서는 더 큰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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