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부터 대선 개입 의혹까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이어 군 사이버사령부 역시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남긴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군은 지난 4월까지 북한땅굴(일명 제5호 땅굴) 탐지작전을 진행했던 것이 알려졌다. 이에 경기 구리시 일대 학생들 사이에는 제5땅굴이 존재한다는 ‘땅굴 괴담’이 SNS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병역 기피를 위해 ‘가짜 고아’행세를 하고, 군 수사관이 사망한 장병의 유가족에게 성추행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일요서울]은 국방위원회 국감 현장에서 나온 ‘핫 이슈’를 정리해 봤다.

고아 군 면제 위한 제도, 병역 기피 위한 도구로 전락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 母 “군 헌병대 믿을 수 없다”

국회 국방위 소속 민주당 김광진 의원(비례)이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고아사유 제2국민역 편입 현황’에 따르면 ‘고아사유’ 병역감면 제도를 통해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은 무려 1954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8세 미만 아동으로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5년 이상 보호된 사실이 있는 사람’ 항목에 해당돼 면제받은 사람은 1883명(93.8%)에 달했다. ‘아동양육시설 5년 이상 등록시 군 면제’ 제도는 부모를 알 수 없거나 13세 이전에 부모가 사망한 경우와 달리, 일정 기간(5년) 아동복지시설에 있다가 나온 뒤 가족과 동거를 할 수 있어 가짜 고아 행세로 병역을 면제받을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을 계속적으로 받아왔다.

 군 면제를 위해서라면
‘가짜고아’라도 괜찮아

김광진 의원실의 오중석 비서관은 지난 1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5년 동안 아동양육시설에서 보내면 병역을 면제받는 제도는 1974년 만들어졌다. 이는 당시 군 입대를 앞둔 6·25 전쟁고아들의 군 면제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지금은 군 면제를 위해 악용될 소지가 커 매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적상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모두 사망한 ‘고아’가 아닌 외부적 요인(경제적, 부모이혼 등)으로 시설에 들어왔다가 5년 뒤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이들이 해당 제도를 악용해 군 면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오 비서관은 “경제적인 이유로 복지시설에 갔다가 몇 년 뒤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도 (해당 제도는) 서류로만 심사하기 때문에 군 면제를 받는다”며 “‘아동복지법에 따른 보호대상아동 발생 원인별 현황’을 살펴보면 미혼모와 부모 이혼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도 군 면제를 받을 수 있으니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동보호시설의 입·퇴소 요건이 엄격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며 “이를 막기 위해 시설의 요건을 엄격하게 진행해야 하며, 해당 아동이 양육시설에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軍수사관, 사망 장병 母에
“여관에서 만나자”

지난 14일 군 헌병대 수사관이 군 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모친에게 성행위를 요구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국감을 통해 알려지자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이날 김광진 의원은 헌병대 수사관이 사망 군인 모친 A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메시지에는 “때론 친구 때론 애인으로 만나고 싶어. 무덤까지 비밀 지키기로 해. 종종 만나서 뽀뽀도 하고 싶은데 어쩌지”, “좀 전 문자 왜 답 안 해. 빨리 답해. 때론 애인처럼 뽀뽀하고 싶은데 화끈하게”, “뭘 생각해 본다는 거야. 결정만 내리면 되지 쫀쫀하게. 즐겁게 사시오. 후회 말고”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수사관은 2002년 군 복무 중 사망한 A씨 아들의 사건 재수사를 담당하는 헌병대 수사관이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오랫동안 고민하던 A씨는 지난 8월 초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 의원의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울면서 “그동안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너무 괴롭고 힘들다. 헌병대 수사관에게 수모를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문자뿐만 아니라 전화로도 많이 (성행위를 요구하는) 말을 했다. 자신의 근무지와 중간 지점에 있는 여관에서 만나자고도 했다”며 “상대방은 아들의 죽음에 대해 수사하는 수사관이고 나는 약자였기 때문에 따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해당 수사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씨는 “헌병대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공정한 수사를 위해 외부 수사기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고상만 보좌관은 “해당 수사관은 현재 공무원이 아니라 정년퇴직을 한 상태로 도덕적 비난은 가능하나 처벌은 불가하다”며 “국방부 대변인은 ‘헌병대 수사관이 그런 문자를 보낸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우리가 전화번호를 공개하면 수사관의 신원이 드러난다. 그러나 A씨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5땅굴을 찾아라
軍 땅굴 작전 진행중

군 당국이 올해 14건의 북한 침투용 땅굴 관련 민원을 접수받고 경기도 구리시 등에서 ‘제5땅굴’을 찾기 위한 탐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본부가 지난 11일 새누리당 한기호(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의원에게 제출한 ‘땅굴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땅굴 탐지 활동에 들어간 예산은 올해에만 4억8564만 원이다. 군은  1951년 탈북자 박창성 씨부터 최근까지 북한이탈주민에게 38건의 땅굴 관련 진술을 들었다. 이어 군은 2009년부터 지난 4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기존 땅굴식별 징후가 있는 지역에서 집중 작전’과 같은 땅굴 관련 지침을 내렸다.

최근 5년간 땅굴 탐지 관련 민간인 민원 제기는 모두 13건이다. 2009년 2월에는 인천시 금곡동에서 땅굴로 추정되는 동굴을 발견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고양시 행주동에서는 행주산성에 남침 땅굴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러나 합동조사 결과 땅굴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접수된 신고는 2011년 11월이다. 이 밖에도 최근 5년간 땅굴과 관련된 민원은 모두 275건이며 남양주에서 가장 많은 민원이 접수됐다. 지난 3월에는 경기도 구리에서 ‘뚜’하는 소리와 함께 지반이 솟구치며 금이 가는 일이 발생해 땅굴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재 군은 해당 지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는 상황이며, 경기 구리시 일대 학생들은 제5땅굴이 존재한다는 '땅굴괴담'을 SNS를 통해 확산시키기도 했다. 

군 사이버사령부도
대선개입… 댓글작업?

지난 15일 열렸던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진성준 의원(비례)은 ‘국방부 장관 직속인 국방정보본부 산하의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군무원 일부가 대선 관련 댓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사이버 사령부 소속 군인 A씨(@coogi1113)는 지난해 7월 24일 트위터에 “분명한 것은 이런 종북주의자들이 제1야당 민주당과는 한식구이거나 이웃사촌입니다’라는 글을 올렸으며, 그보다 앞선 5월 9일에는 ‘민주당은 정권 때문에 공산당과도 합당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진 의원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통화에서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제보가 선거가 끝난 후 당에 들어왔다. 물증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과 군무원들이 트위터에 야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야당 후보를 종북으로 모는 글을 리트윗한 사실들이 드러났다”며 “군인은 정치적으로 중립해야 하는 것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 이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7, 8월 두 달 동안 사이버 사령부 소속 군무원 80여 명이 집중적으로 채용됐다. 또한 당시 사이버사령관을 지냈던 연제욱은 지금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가 있다. 매우 이례적인 고속승진이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에서 올린 댓글을 퍼 나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서로 공조 관계였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 ‘광무제’는 지난해 4월 28일 ‘친북좌파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경계하는 것“이라는 글을 리트윗했다. 해당 글을 작성한 계정은 국정원 의심 트위터 계정 중 하나다.

한편, 새누리당은 “사이버사령부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국방부는 지난해 대선 때 군의 정치적 중립 준수를 강조하는 공문과 지시를 다섯 차례에 걸쳐 내려 보냈다”며 “댓글 등은 개인적인 일이며 확인해 처벌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현재 자체 조사본부를 꾸리고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이다. 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 4명은 자신이 올린 글을 시인했으며, 국방부는 조사 결과를 22일 1차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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