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프부터 아반떼 쿠페까지 젊은 고객 사로잡다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수입차 시장이 호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입차 등록대수는 1만4953대로 역대 최다 월간 등록대수를 갱신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기존 내수시장에서 흔하게 보아왔던 차들과 차별화된다는 점과 최근 자동차 주요 구매층이 과거보다 많이 젊어짐에 따라 신세대들의 취향이나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 등이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최근에는 실용성과 멋,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쿠페 차량이 인기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쿠페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현대차 초기부터 쿠페 개발…원조는 1974년 포니 쿠페 콘셉트카
‘국민 쿠페’ 도전하는 아반떼 쿠페와 ‘리얼 쿠페’ K3 쿱까지


‘쿠페(Coupe)’는 프랑스어로 ‘자르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18세기 유럽과 미국에서는 좌석이 내부에 있는 일반적인 마차보다 차체가 작고 무게도 가벼운 4륜 마차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쿠페의 좌석은 2인승의 밀폐된 좌석 하나와 밖으로 보다 높이 설치된 2인승의 마부석 하나로 이루어진 형태를 띠었다.
이후 20세기에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가 선보이면서 문이 2개만 달리고 후석이 밀폐된 자동차에 경쾌하게 달리는 소형 마차의 이름을 따 쿠페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특히 성능이 우선시되는 경주용 자동차 또는 운전석 뒤에 대형 엔진을 얹은 미드십 엔진을 적용한 고성능 차량은 후석이 불필요했기 때문에 쿠페 형태의 차량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때부터 쿠페 차량은 속도와 고성능을 상징하는 전유물로 여겨졌다.
쿠페 차량은 자동차 시장에서 주류는 되지 못했지만, 두꺼운 마니아층으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는 차종 중 하나다.

국산 최초 양산형 쿠페 ‘스쿠프’

국내 자동차 시장 최초의 쿠페는 비록 양산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으나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포니 쿠페는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주지아로의 디자인에 의해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이며 현대차를 알리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이 차량이 1990년 현대차에서 생산한 ‘스쿠프’다. 스쿠프는 당시 정통 3박스 구조의 세단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낮게 기울어진 뒷유리, 날카롭게 디자인된 후드와 헤드램프 등 역동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국산 스포츠 쿠페의 시작을 알렸다.
1991년 10월에 이르러서는 국내 최초의 터보 엔진을 장착한 ‘스쿠프 터보’를 출시해 최고출력 129마력에 최고속도는 200km/h를 육박하는 스포츠 쿠페다운 성능을 보이며 국내 젊은 세대들에게 ‘드림카’로 여겨지기도 했다.
스쿠프는 1995년 단종되기까지 약 5년간 25만대를 판매했다. 이 중 해외수출이 18만여 대에 이르는 등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최고속도 200km/h 벽을 허문 ‘티뷰론’

스쿠프에 이어 등장한 현대차의 쿠페 차량은 1996년 아반떼 플랫폼을 바탕으로 생산된 ‘티뷰론’이다.
티뷰론은 엔진뿐만 아니라 트랜스미션까지 순수 독자기술로 제작됐다. 최고출력 150마력의 2.0 DOHC 엔진을 장착해 정지상태에서 8.6초 만에 100km/h를 돌파하는 발진가속 성능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티뷰론부터 공기역학을 고려한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더욱 강화했다. 후드와 휠하우스 등에 볼륨감 있는 디자인을 적용해 역동성을 더욱 강화하는 등 쿠페 차량의 스포티한 특성을 더욱 강조했다.
이어 출시된 ‘투스카니’역시 젊은층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투스카니는 아반떼XD 플랫폼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6단 수동변속기, 기존의 2000cc의 베타엔진과 함께 최고출력 175마력을 발휘하는 V6 2700cc의 델타엔진까지 적용해 국내 스포츠 쿠페의 진보를 가져왔다.
또한 디자인 측면에서도 날렵하고 볼륨감 있는 차체에 국내 최대 크기의 17인치 알루미늄휠, 듀얼머플러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에서 생산하는 스포츠카에 적용되는 사양이 대거 적용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후륜구동 고성능 스포츠 쿠페 등장

현대차는 2007년 투스카니의 단종과 함께 국내 고객들의 고성능 스포츠 쿠페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본격적인 후륜구동 고성능 스포츠 쿠페를 선보였다.
현대차는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8 LA 국제오토쇼(2008 LA International Auto Show)’에서 정통 스포츠 쿠페를 지향하는 콘셉트카 ‘제네시스 쿠페’를 선보였다.
현대차 미국디자인센터에서 제작된 콘셉트카 제네시스 쿠페는 2004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했던 콘셉트카 ‘HCD-8’의 볼륨감 있고 매혹적인 차체 라인과 ‘200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했던 콘셉트카 ‘HCD-9’의 날렵한 유선형 측면 스타일이 조화를 이뤄 현대차만의 독창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2011년 10월에는 3년여 만에 동력성능과 디자인을 대폭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제네시스 쿠페’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 차량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한 과감한 디자인에 헤드램프 및 리어 콤비램프, 입체감 있는 후드어퍼 그릴 등 각 부분에 고급스러움을 더해 고성능 스포츠카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과거 쿠페가 일부 마니아층에서만 관심을 받았다면, 기아차 포르테 쿱은 합리적인 가격과 독특하지만 과하지 않은 멋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차량이다.
포르테 쿱은 2009년 6월 뉴욕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포르테 쿱은 2008년 공개된 콘셉트카 ‘쿱(KOUP)’의 디자인 콘셉트를 그대로 계승,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 자동차 사이트인 MSN오토스는 “포르테 쿱은 스타일과 가치를 제공해 줄 신차”라며 “쏘울과 포르테에 이어 선보인 포르테 쿱까지 이 세 차종은 우수한 가치와 개성있는 디자인을 겸비한 기아차만의 전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아반떼 쿠페는 2도어 타입의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을 통해 쿠페형 차종의 역동성을 강조한 외관에 더해 기존 i40와 쏘나타 등에 적용된 중형급 누우 2.0 GDi 엔진을 장착해 기존 세단형 아반떼에 비해 쿠페의 멋과 뛰어난 주행성능을 더했다.

아울러 서스펜션 강성을 증대시키고 스티어링 응답성을 향상시켜 기존 준중형 차급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역동적인 주행을 가능케 했다.
기아차는 지난 8월에도 준중형 세단 K3의 쿠페 버전인 K3 쿱을 출시했다. K3 쿱은 2009년 선보인 포르테 쿱 이후 4년 만에 출시하는 후속 모델로, 국내 쿠페 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포르테 쿱의 성공 신화를 다시 한번 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아차의 야심작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출시 행사 당일 “‘K3 쿱’은 성능, 스타일, 프리미엄의 3박자를 모두 갖춘 ‘리얼 쿠페’를 콘셉트로 새롭게 탄생했다”며 “204마력의 터보 엔진이 구현하는 동급 최고의 주행성능은 물론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차별화된 쿠페 스타일이 개성과 멋을 추구하는 ‘K3 쿱’ 고객들에게 분명 최고의 만족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과 고객 니즈 부응을 위해 초기부터 다양한 시도를 보여왔다. 최근 국내에서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개성 있는 상품을 요구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어 자동차 시장도 이에 따라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상품 다양화로 고객니즈 부응, 감성만족 노력

현대차는 과거의 스쿠프부터 현재의 제네시스 쿠페, 아반떼 쿠페에 이르기까지 쿠페 차량의 상품성을 강화해 온 것뿐만이 아니라 PYL브랜드 론칭, 디젤 라인업 확대 등 고객의 다양해진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케팅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국내 최초로 박스카인 쏘울을 선보인 것에 이어 2011년에는 박스형 경차 레이를 출시하는 등 고객들의 다양해진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포진시키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얼마나 더 좋은 제품인가보다 고객을 얼마나 감동시키는 제품이냐가 중요한 시대에서 현대·기아차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skycro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