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을 맞아, 무수히 많은 남녀들의 탈선행각이 포착되고 있다. 피서지 곳곳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속칭’묻지마 바캉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피서지에서의 탈선행각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그들만의 탈선’,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들여다봤다. 혹자는 여름을 두고 ‘탈선의 계절’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피서지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뜻. 피서지에서의 일탈은 휴가를 떠나기 전 파트너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최근에는 피서지에서 파트너를 찾는 ‘현지조달’ 행위는 주춤해진 반면 인터넷으로 ‘묻지마 바캉스’ 파트너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묻지마 바캉스 팅’은 말 그대로 바캉스를 함께 즐기기 위한 파트너를 찾는 것으로 인터넷을 통해 짝을 찾아 조건만 맞으면 말 그대로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함께 피서를 떠난다.

“20대 후반 남성 셋입니다. 부산 어때요? 같이 가실 분 연락 주세요. 매너 확실합니다”, “20대 중반에서 후반 여성 두 명, 빨리 오세요. 비용걱정 없이 선착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는 이처럼 화끈하게 놀아 줄 ‘바캉스 파트너’를 찾는 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바캉스 파트너를 구하는데 있어서 남성들이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조건은 ‘외모’다.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한 사이트에는 “같이 동해로 떠날 여성을 찾습니다. 돈 없어도 예쁘면 그만”, “건장하고 잘생긴 20대 후반 청년 네명. 폭탄 사절. 거울보고 알아서 연락 주세요” 등과 같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 반면 여성들이 내세우는 조건의 첫 번째는 ‘돈과 매너’. 그러나 최근에는 유영철 사건의 여파로 ‘묻지마 바캉스’에서 남성들의 신원공개를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모 채팅사이트에 한 남성이 파트너를 찾는다며 남긴 글에 대해 한 여성은 “세상이 흉흉해서 동행하겠다는 여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걸”이라는 답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지난 달 28일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바캉스 파트너와 휴가를 다녀왔다는 직장인 권모(32)씨.권씨는 “과거에는 휴가지에서 나이트 클럽 등 주로 유흥가에서 파트너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서로 조건을 맞춰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것이 추세다”라고 전하면서 “ 때문에 휴가지에 가보면 대부분 짝을 이뤄 온다. 예전처럼 남자끼리 여자끼리 바캉스를 떠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묻지마 바캉스’ 파트너를 찾는 남성들이 인터넷에 파트너를 구한다는 글귀와 함께 자신의 신상과 사진 등을 올려놓으면 이것을 본 여성이 접근을 해 온다는 것. 일단 여성이 관심을 표명해 오면 서로 상대의 외모와 신상에 대한 탐색이 이어진다. 서로 상대가 마음에 들면 서로 행선지와 비용 분담 등에 대해 협의한다.

행선지의 경우 미리 어디로 떠날 예정이라고 정해놓고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기도 하지만 상대가 나타나면 같이 협의해서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파트너를 찾는 것은 대학가에도 만연하게 퍼져있다. 서울의 S대에 재학중인 김모(26)군은 “주위에서 인터넷으로 바캉스 파트너를 찾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이렇게 파트너를 구하는데는 남녀가 따로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묻지마 바캉스’ 족들은 애초 부적절한 만남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들과 함께 피서지로 떠나 온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있다. 지난 달 30일 피서를 다녀왔다는 한 네티즌은 모 사이트 게시판에 “가족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바닷가로 피서를 다녀왔는데, 벌건 대낮에도 곳곳에서 낯뜨거운 장면들이 연출돼 아이들 보기에 너무 민망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에는 ‘커플 교환 바캉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커플 교환 바캉스’는 동거 커플들이 인터넷을 통해 미리 약속날짜와 장소를 정해 피서지에서 만나 파트너를 교환해 즐기는 것을 말한다. H콘도의 한 관계자는 “카운터 쪽 애들 말 들어 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커플이 파트너를 교환해 즐기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S호텔의 한 관계자도 이와 유사한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이 관계자는 “며칠전 함께 놀러온 두 커플이 있었는데 이들은 이틀 정도는 함께 잘 지냈다”며 “그런데 삼일 째 되던 날 그들의 객실에서 싸움이 났다고 해서 가 보니 여자들끼리 울고 불고 난리였다. 알고 보니 네 명이서 술을 마신 후 여자들이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틈을 타 남자들끼리 파트너를 서로 바꿔가며 즐겼기 때문”이라며 혀를 찼다.

한편 인터넷을 통한 바캉스 파트너 구하기는 성 매매의 창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바캉스 파트너를 찾는다는 구실로 현지에서 원조교제 등 성 매매를 하려는 이들도 있기 때문. 이처럼 인터넷 채팅을 통한 동반여행 제안이 늘어나자 파트너를 조건으로 화대를 제시하는 사이버 윤락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물주’를 찾아 암묵적으로 원조교제를 약속하는 10대들도 등장하는 등 성매매 창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올려진 글들 중에는 “피서지에서 영계랑 같이 노실 분 연락 주세요”, “피서지에 같이 갈 돈 많은 매너 남 찾아요” 등의 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내용을 살펴보면 “용돈 주면 같이 놀아 드려요. 하루 노는데 30만원”, “부산으로 놀러 가실 분 연락 주셈. 혼자 놀러가기 심심한 아저씨만”, “너무 나이 많으면 사절. 이틀에 50만원” 등과 같은 식으로 원조를 암시하는 글들이다. 이에 대해 부산 해운대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방학을 맞아 인터넷을 통해 원조교제를 하려는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게시물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짜 정보를 올려놓는 경우가 많아 진위를 가리기 힘들뿐 아니라 이 가운데 진짜가 있다 하더라도 글을 올린 뒤 곧 삭제해 이를 추적해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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