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신 신부의 시국미사 논란으로 한국사회가 들끓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초 대남 공작부서에 모든 좌파단체들이 나서 ‘정권퇴진운동’에 나설 것을 지령했다고 알려진 후의 일이라 더욱 의도가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교에 국경이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일이다. 때문에 성직자들의 언행은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인권이 탄압받을 때 종교의 힘으로 호소할 수 있고, 인종이 굶주릴 때 종교의 힘으로 세계적인 관심과 도움을 이끌어 낼 수 있기에 성직자의 정치적 편견은 절대적인 금기사항이 된다. 핍박받는 민족이 무심함을 느낄 만큼 종교는 현실정치에 뛰어들기를 주저했다. 그런데 나라로부터 종교 원로 대접을 받고 있는 신부가 신자들을 모아놓고 강론을 통해 국론분열을 획책하고 나섰다.

만약 신자들 가운데 연평도 포격사건 때 희생당한 유가족이라도 있었다면 신부고, 뭐고 간에 멱살잡이 당해 끌려내려 오는 사태가 발생되고 남았을 터다. 사제복에 가려진 박 신부의 실체가 궁금하기만 하다.

1970~1980년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한국의 양심이었다. 유신헌법 반대운동을 선두에서 펼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리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폭로해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그런 사제단이 ‘신앙과 양심’을 내세워 시국사건마다 정치적 선동을 부채질하면서는 신도들조차 등을 돌리는 지경이 돼버렸다. 신부가 무슨 치외법권이라도 가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80년대 같은 민주화운동 시기에 수행보다는 아스팔트에서 시위를 주도한 인물로 잘 알려진 조계종 ‘지선’스님은 백양사 방장추대 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벽암록’에 나오는 글을 인용해서 “밝은 대낮에 사람 속이는 말 좀 하지 마소”라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담보되지 않은 통일, 통일이 빠져있는 민주화 모두 허구라고 본다”며 “지도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정치권으로 후루룩 날아가 버렸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나무랐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천주교의 비공식 조직이라고는 하나 구성원 모두가 신부다. 신부의 위치는 신도들 입장에서 보면 지도자보다 더한 성역 같은 존재다.

때문에 그들 사제단이 미사라는 종교 형식을 빌려 사실상의 정치집회를 열면 종교와는 거리가 먼 진영논리가 교단뿐 아니라 국민을 분열시키는 첨병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들은 이미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정진석 추기경을 향해 “골수 반공주의자” “교회의 불행”이라고 막말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아직은 이번 주장이 전주교구 시국미사 강론에서 행한 박창신 신부 발언으로 나타났지만, 곧 정의구현사제단 전체의 주장으로 확산될 공산이다.

민주사회의 정치는 정치인들의 몫이다. 신앙적 양심으로 교회 사목자가 정치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교회에 대한 정치적 박해나 민중이 폭압정권에 유린당할 때 십자가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 같은 좌,우파 간 ‘증오정치’가 불을 뿜는 시기에 신부가 그 구조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손톱만큼도 세상 위한 일이 못된다.

이 땅에서 종북 세력의 기를 키워서 뭘 어쩌자는 노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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