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대권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 자신을 차기 야권 대선 후보로 한 분위기 띄우기에 돌입한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왔고 ‘권력의 폭주’ ‘절망적인 퇴행’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지난 대선 패배 직후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고개를 숙인 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랐던 1년 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각본에 의해 언제든 표정을 바꾸는 명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 같다. 좌파식 변화무쌍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든 패장이 취할 옳은 태도로는 보이질 않는다. 과거 ‘친노세력’의 강한 투쟁성이 노무현 정부를 어렵게 만들고 유권자들을 진저리나게 해서 이명박 정부가 쉽게 집권한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1년 가까이 국회를 옭아매고 있는 세력이 친노계 전사들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석기 내란음모로 대변되는 통진당 사태에 대해서도 한마디 사과는 고사하고 당 해산 심판 청구가 “반민주적 폭거”라고 말하는 문재인 의원의 인식이 친노의 정체성을 웅변한다. 북한의 전쟁위협 발언에는 철저히 귀를 닫고 박근혜 정부의 국가 정체성 확립의지는 종북몰이로 매도하는 문 의원의 생각 끝이 어딘지를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그가 나타내는 최근의 행보가 미리 짜인 일정표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지난 대선의 야권후보 단일화 파트너였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 창당을 구체화한 시점에서 야권의 대표성을 잃지 않겠다는 치열한 경쟁의식이 그를 패장(敗將)의 침묵 속에 갇혀 있지 못하게 한 공학적 냄새가 짙다. 정치인이 정치를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문 의원은 대권에 실패한 정치인이다.
실패로 인한 당내 갈등이나 혼란을 바로잡고 미래를 향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의 정답일 것이다. ‘친노(親盧)’와 ‘반노(反盧)’,‘비노(非盧)’의 권력투쟁에 기름을 붓고 국론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급진좌경세력의 중심에 서고자 한다면 그는 위험한 정치선동가에 불과할 뿐이다. 문 의원이 공안통치를 이끌고 있다고 공격하는 박 대통령은 문 의원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지지율조사에서 대선 득표율을 훨씬 웃돌고 있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문 의원이 ‘워터게이트사건’과 관련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대통령의 거짓말과 진실은폐 시도를 작금의 정국과 빗대서 거론한 대목에서는 “그 사람 참 낯 두껍다”는 반응이 많다. 그런 말을 하기에 앞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및 사초(史草) 실종과 관련된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반성하는 것이 도리라는 얘기다. 민주당 내부조차 “문재인 의원이 부적절한 시기에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다”며 “국가부정 세력을 두둔하는 사람들은 국가분열 세력에 속한다”고 성토하는 마당이다.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의 최소한의 자질은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정치적 이해에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고 국가와 국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선득표율을 앞서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문 의원을 지지했던 표심이 실망해서 돌아서고 종북척결에 공감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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