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은 6개 부처에 대한 중폭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1·4 개각으로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농림부, 여성부, 해양수산부, 법제처의 장관들이 교체됐다. 신임장관들이 사는 집은 서울 강남의 40여평이 넘는 10억대 아파트부터 10여평 남짓의 오피스텔 원룸 등 거주지가 다양하다. 또 어떤 장관은 지방에서 급히 상경하는 바람에 서울에 거처가 없어 임시로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 이번에 입각한 신임장관들이 사는 집은 어느 정도 규모의 얼마짜리 집일까. 신임장관들이 사는 집을 취재했다.

오영교 행자부장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오영교 행정자치부장관은 동네주민들과 좋은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장관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46평의 규모로 현재 시가 11억원 정도다.지난 1·4개각 후 오 장관의 집에는 각 정부기관과 기업들로부터 오 장관의 입각을 축하하는 많은 화환이 도착했다. 그러나 오 장관은 모든 화환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오 장관 아파트 경비원에 따르면 “배달 오는 모든 화환은 돌려보내 달라는 장관님의 요청이 있었다”며 “평소 장관님의 검소하고 청렴한 성격으로 미뤄보아 화환이나 선물이 오면 안 받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아파트 경비원은 “코트라 사장시절부터 오 장관을 알게 됐는데 다른 CEO들과는 달리 집에 가정부도 두지 않고 현재도 가정부가 없다”며 “자가용도 오래된 중형차를 타고 다니는 검소한 성격을 지녔다”고 말했다.오 장관의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평소 주민들과 친하게 잘 지낸다”며 오 장관의 소탈한 성품을 전했다.오 장관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고려대를 나왔다. 행정고시(12회)에 합격한 오 장관은 중소기업청 차장, 산업자원부 차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을 역임한 무역통이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

장하진 여성부 장관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시가 3억 4,000만원 정도의 25평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장 장관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남편인 김홍명 조선대 교수의 명의로 돼있다.장 장관의 아파트 경비는 “장관님이 아파트에 이사온지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는 바가 별로 없다”며 장 장관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장 장관의 아파트 입구 경비실에는 여러 곳에서 배달 온 화환들이 보관 중이다. 장 장관의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장 장관이 그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또 다른 주민은 장 장관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을 알지만 장 장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주민들과의 친분관계도 역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장 장관은 광주출신으로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한국여성개발원 원장,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 열린우리당 열린정책연구원 이사 등을 지낸 그녀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진보적 여성계에서 발이 넓은 학자로 통한다.장 장관은 고려대 장하성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장하원 열린우리당 정책실장의 누나이며,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조카이기도 하다.

오거돈 해수부장관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하다 이번 개각으로 서울로 급히 상경하게 됐다. 오 장관은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서 부인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거처가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은 호텔생활을 해야 할 상황이다. 부산의 오 장관 아파트는 56평의 규모로 시가 2억 2,000만원 정도다. 부산출신의 오 장관은 내무부(현행자부)와 부산시 주요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전문가로 지난 2003년 10월부터 2004년 5월까지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지낸 뒤 부산시장 선거서 패배했다.오 장관은 지난 5일 취임식에서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인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건설하는 중심에 해수부가 있다”며 해양강국건설의 포부를 밝혔다.

박홍수 농림부장관

가족들을 경남 남해에 둔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원룸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박 장관은 자녀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가족들을 남해에 두고 홀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박 장관의 서울 거처인 ‘민족통일 대통령 리빙텔’은 별난 이름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규모가 10평이 조금 넘는 이 원룸 오피스텔은 지난 17대 총선당시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몰렸던 곳이기도 하다. 이 오피스텔 복도는 이탈리아산 대리석이 깔려있지만 내부는 다른 오피스텔과 큰 차이가 없다.박 장관은 경남 남해에서 마을 이장을 시작으로 지역 농민운동을 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장, 열린우리당 농민위원장을 역임하고 17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비례대표(20번)로 국회에 입성했다.

김선욱 법제처장

김선욱 법제처장은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김 처장측은 거주지와 규모, 시가 등이 알려지는 것을 매우 꺼려한 관계로 김 처장이 살고 있는 주거지의 위치정도만 공개하게 됐다. 국내 법여성학계의 몇 안되는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이화여대 대학원을 거쳐 독일 콘스탄츠대대학원에서 행정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김 처장은 여성최초의 법체처장으로서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여성정책담당관’ 제도 도입 등 한국 여성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편 지난 1·4 개각에서 입각했던 이기준 교육인적부 장관은 내정 당시부터 도덕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장관의 사퇴요구가 이어졌고 지난 7일 이 전장관은 사흘 만에 전격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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