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의원들 하시는 처사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의 가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월 25일 이후의 불과 보름 사이에 드러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만 해도 몇 가지다. 정치적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기간에 동료의원의 질문 내용에는 전혀 관심 없이, 정부 측 답변엔 전혀 흥미 없이 묘령의 여인과 “여보 사랑해” 카톡 주고받다 언론 카메라에 잡힌 사건이 일어났다.

본보 특종보도로 알려지지 않았으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고 보면 의정단상에 앉아 비밀스럽게 엉뚱한 수작 하는 국회의원이 또 없으란 보장이 없다. 모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은 여비서에게 “아침밥 하라”고 시키고, 보좌진에게 키우는 개 털 깎기는 기본적인 일이고, 자기 집수리에 출장비 가로채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피를 수혈해서 개혁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민주당이 비례대표로 당선시킨 장하나 의원은 공개적 ‘대선 불복’ 발언으로 마치 금기시하던 ‘판도라의 상자’를 자신이 열었다는 듯 이상한 영웅심마저 내비치는 지경이다. 급기야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언급하며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저주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다. 이 네 가지 일이 겨우 보름기간에 일어난 여의도 소식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파문은 끊임없이 이어졌었다. 홍익표 의원의 ‘박정희 귀태(鬼胎)’ 발언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임수경 의원은 탈북자를 변절자로 표현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냈는가 하면 김광진 의원은 ‘새해 소원은 이명박 급사’라고 했다. 삼척동자가 아연 할 이런 표현이 시정잡배가 아닌 국회의원 된 사람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속한 진영논리에 빠지면 상대는 공격의 대상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눈이 멀고 귀가 닫히며 입은 거칠어지기만 하는 판이다. 속속들이 상대를 부정하는 이 구경꾼 떠난 저주의 굿판을 19대 국회가 언제까지 이어 갈 것인지 짙은 안갯 속 같다. 이 상태면 2016년 5월 임기 만료까지 저주가 계속될 것이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 속에 민주당은 지지도 추락을 걱정하기에 앞서 제1야당의 면모부터 갖춰야 할 처지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총체적 부정선거’로 규정한 물색없는 한 초선비례대표 의원의 돌출발언이 민주당 차원에서 ‘대선 불복’ 전략 채택이 가능할 것인지의 민심 떠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민주당이 그동안 불공정 대선을 주장하면서 ‘대선 불복’과 관련해서는 애매한 줄다리기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장 의원의 ‘보궐선거’ 발언에 곤혼스러워하는 이면엔 그에게 동조하는 당내 목소리가 없지 않다. 지도부가 지도부답지를 못해서 일어나는 일일게다. 민주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면 이제라도 ‘대선 불복’ 여부를 분명한 당론으로 밝혀야 한다.

새누리당 또한 민주당에 대한 질타를 호재로 삼아 국회 파행까지 감수하겠다는 자세는 옳지 않다. 피 흘리는 전쟁터에도 승자의 아량이란 게 있는 법이다. 여야 4자회담을 통해서 겨우 성사시킨 정국 정상화가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 문제로 파탄이 날 수는 없다. 성숙된 여당 모습이 절실한 때다.

고군분투했던 선거에 감격적인 당선을 하고 함박눈 쏟아지는 듯한 화려함을 나타냈던 국회의원들이다. 지금 그들 모습은 그 함박눈 녹을 때의 지저분하고 추함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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