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클러버’문화를 양산해낸 클럽가에 수상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90년대 중후반 외산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며 미녀사냥을 즐기는 ‘야타족’의 원산지(?)였던 X대 주변은 젊은 클러버들 사이에서 최고의 장소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건전한 놀이문화가 이뤄져야할 클럽가 일대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심심찮게 목격, 순수 클러버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압구정동과 청담동으로 숨어들었던 ‘신흥 귀족’들의 컴백 및 외국인들의 집결과 함께 이상한 기류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도로를 빼곡히 점령한 차들, 여기저기 고성방가를 지르며 도로 한복판을 뛰어다니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비틀거리는 여성들….

클러버 문화가 가장 잘 발달되어 있는 X대 주변에서는 결코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다. 특히 주말만 되면 X대 앞의 거리는 밤늦은 시간까지 차량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국인들까지 클럽가로 대거 몰려들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초기의 순수한 클러버들의 문화가 심각한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 클럽가로 몰려드는 ‘불나방’들은 오늘도 사냥감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거리를 배회한다. 간간이 어린 학생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 중 술이 아닌 마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도 섞여 있다는 것이다.

클럽 화장실에서 대마초 흡연

지난 12월3일. 갑작스런 한파가 몰아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맞은 X대앞의 클럽가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기자는 이곳에서 제보자 이 아무개(22·대학생)씨를 만났다.기자는 이씨와 간단히 통성명을 한 후 바로 인근 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클럽 앞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아슬아슬한 옷차림을 한 여성들 사이사이로 간간이 외국인도 눈에 들어왔다.인파를 헤치고 들어간 클럽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확 풍겨져 나왔다. 어두운 클럽내부는 희뿌연 담배연기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강렬하다 못해 귀청이 찢어질 듯한 힙합 음악이 머리를 웅웅거리게 만든다. 그러나 싫은 표정을 짓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다. 모두들 그 분위기에 익숙한 듯 자연스레 즐기는 분위기다. 음악에 맞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괴성을 내면서 광적인 춤을 추는 사람들, 음악에 취한 듯 흐느적거리는 사람들, 남녀가 몸을 맞대고 섹시댄스를 추는 사람들도 보인다. 클럽 구석 에서는 한 남녀가 거의 포개지다시피 한 자세로 부비부비 댄스를 추며 진한 키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누구도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 기자를 이씨는 오히려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을 내뱉는다.

그는 “뽀뽀하는 거 처음 봐요? 이제 저런 정도는 기사거리도 안되잖아요”라며 기자를 이끈다. 이씨가 데려간 곳은 다름아닌 화장실.홀 귀퉁이에 있는 화장실 내부는 메케한 연기로 가득찬 상태였다. “대마초 연기예요” 이씨가 낮게 속삭인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클럽 화장실에서 대마초 연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일부는 대놓고 피울 정도라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예전부터 클러버들 사이에서 마약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소문이 ‘진실’로 밝혀지는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대마초인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설령 안다해도 모르는척 넘어간다는 것이다.문제는 아무런 단속이나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지껏 단속이 이뤄진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이씨는 “단속 나와도 소용없어요. 정말 재수 없을 경우 직빵(현행범)으로 걸리지 않는다면 말이죠. 더구나 이렇게 발디딜 틈도 없는 클럽 내부까지 단속 나올리도 없죠”라고 말했다. 이씨는 “단속을 나오더라도 마약을 완전히 뿌리 뽑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단언했다. 클럽내에서 마약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밀리에 공공연히 이뤄져왔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엑스터시’ 거래도 이뤄져…

계속 이어지는 이씨의 얘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요즘은 이곳에 미군 애들이나 외국인들이 아예 ‘나들이’를 하러 와요. 한국의 ‘원나잇’ 문화를 경험하러 오는 거죠. 그것도 모르고 외국인들에게 호감을 보이며 꼬리치며 노는 여자들을 보면 진짜 한심해요.”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원나잇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경우에 따라 심각한 강력범죄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이씨는 “예전에 한 여자애가 클럽에서 만난 외국인들과 희희낙락거리며 같이 놀더라구요. 몇시간 지나서 보니 여자애가 외국인한테 업혀 나가더라고요. 뻔~하죠. 아마 다구리(집단폭행) 당했을 거예요”라며 혀를 끌끌 찬다. 외국인과 놀다가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인사불성이 돼서 업혀나가는 여성들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씨가 목격한 장면만도 여지껏 수십건은 된다고.얼핏 보기에는 술에 취한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이는 ‘마약’때문이라는 것이 이씨의 설명. 이씨에 따르면 클럽 가에서는 보통 ‘엑스’라는 마약이 많이 돌고 있다고 한다.

‘엑스’는 마약류의 일종인 엑스타시를 일컫는 말로 미국에서는 축제나 파티 때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클럽가를 드나드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엑스’는 마약이 아니라 ‘피로회복제’ 정도로 여겨진다는 것이다.클럽 안에서 간혹 마약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는 사실은 과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소문을 듣고 일반인이 마약을 구입하려해도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철저히 신분이 보장되는 사람들에 한해 한 정당 약 7~8만원 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가끔 흐느적거리며 춤추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2~3시간 정도는 쉬지도 않고 춤을 추는 여자들이 있어요. 하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안 봐도 비디오죠. 눈빛이나 표정이 다르니까요. 웃기는건 걔네들 중 일부는 마약을 살 빼는 약으로 알고 있다니까요” 라고 귀띔했다.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사람들은 클럽내에서 코카인이나 필로폰도 흡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마약들이 유통이 되는 이면에는 속칭 ‘원나잇’문화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다.

‘여자쇼핑’에 마약이용

“클럽문화는 국내 젊은이들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예요. 주변 신경쓰지 않고 음악과 춤에 취해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에게도 어필하는거죠.” 그러나 문제는 일부 외국인들 중 잘못된 클럽문화를 즐기는 부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일부 외국인들 사이에는 아예 ‘쇼핑’하러 가자는 말도 나돌고 있다고 해요. 백화점에서 물건고르듯 ‘여자쇼핑’하러 클럽에 온다는 거죠. 클럽에서 살 맞대고 놀다보면 한국여자 꾀어서 데리고 놀기는 식은죽 먹기라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거예요.”이씨는 일부 한국 여성들이 근사한 외모의 외국남성이나 잘생긴 백인 남성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범죄의 표적이 되는 원인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 일부 사람들에게 마약은 성공적인 원나잇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쁜 마음 먹으면 무슨 짓을 못하겠어요? 술만 많이 먹여도 끌고가기가 쉬운데…약 먹여봐요. 몸도 못가눠요. 아예 ‘나 잡아잡수’라는 식이 되는거죠.”‘친절한’ 남성들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하는 일부 여성들은 그것이 마약인줄 알고서도 호기심으로, 또는 단순한 기분 전환제 정도로 생각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제안인지, 약에 취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퇴색된 클러버 문화에 우려

이씨는 오염되고 타락해가는 클럽문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요즘 일부 클럽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놀 곳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예요. 몇 년 전만해도 춤과 음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마니아들만 모이는 괜찮은 곳이 있었는데…요즘은 제가 봐도 ‘연애’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 같아요. 제가 말씀드린 원나잇이나 마약 문제만 봐도 그렇고…너무 무질서해요. 소위 물이 흐려졌죠.”그는 마지막으로 클러버들을 대신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발길을 돌렸다.“클럽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클럽문화가 확산되면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듭니다. 과거의 순수한 클러버들의 문화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어쩌다 클럽이 원나잇의 대명사 혹은 여자 꾀어 놀 수 있는 곳으로 퇴색됐는지 모르겠어요. 클러버로서 너무 속상합니다. ‘작업’이나 ‘원나잇’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절대 클러버라 할 수 없어요. 정말 춤과 음악이 좋아서 이곳을 찾는 클러버들은 순수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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