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여성들의 성적취향도 바뀌고 있다. 유교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온 우리 사회에서 ‘순결 이데올로기’는 오랫동안 여성들의 가치관을 지배하는 주요 이념이었고, 그것은 여성에게 일종의 족쇄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현대 여성들은 더 이상 ‘촌스럽고’, ‘불평등한’ 순결이데올로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최근 한 성인 사이트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색적인 설문조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우와의 인터뷰’가 그것이다. 이 설문조사에는 여성들의 세세한 성적취향은 물론 평균 섹스파트너 수와 선호하는 섹스장소 및 분위기까지 총 망라되어 있어 변화하는 여성들의 성의식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여성들만의 은밀한 사생활

성과 관련된 설문조사에 여성들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소극적인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응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자신의 경험을 낱낱이 고백하는 한편, 성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여성들의 은밀한 ‘비밀’들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이처럼 여성들만의 솔직하고 적나라한 사생활을 들춰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사이트는 ‘입소문’을 타고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들도 ‘원한다’

서울 장위동에 사는 권성훈(32·무역업)씨는 직업의 특성상 외국 바이어들을 접대할 기회가 잦다. 실수없이 바이어들을 접대하기에 적당한 술집을 알아보기 위해 이 성인 사이트에 가입한 권씨는 우연히 사이트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여우와의 인터뷰’라는 것을 알게됐다. “여우와의 인터뷰에서 ‘여우’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예요. 매력적인 여성을 표현하기에 ‘여우’만큼 적합한 단어도 없잖아요. 말그대로 여성들의 사고방식을 다이렉트로 알아볼 수 있는 셈이죠.” 아직 미혼인 권씨는 ‘여우와의 인터뷰’를 보며 여성들에 대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곳에 나타난 여성들의 사고방식은 그동안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는 것이다.“여성들도 자위행위를 한다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정작 그동안 사귄 여자친구들은 하나같이 부인했어요. 자기는 죽어도 아니라는거죠. 내숭이 심한 애들은 성관계에는 집착하면서도 자위행위에는 절대 관심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기도 했었죠.” 그러나 인터뷰 결과 많은 여성들이 자위행위에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더라는 것이다. 또 잠자리를 갖는 애인에게조차도 드러내기 어려운 성적 욕구를 강하게 분출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여성들이 남성이 주도하는 ‘수동적인 섹스’에 길들여져 있다고 생각했던 권씨의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 권씨는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낸 것에 무척 흥분된 표정이었다.

여자를 알면 백전백승

“여성들이 자위행위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무척 신선했다고나 할까요. 더 나아가 어떤 경우에 오르가슴을 느끼며, 남성이 어떻게 해주면 흥분을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모습은 사뭇 충격적이었어요.”남들과 비교해볼 때 뒤처지지 않는 학벌과 직장을 갖고 있는 그는 상당한 외모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귀던 여성들로부터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고 쓰린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는 그의 고백은 기자에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문제는 권씨 자체에 어떤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여성들을 너무도 몰랐다는 것이다. 권씨는 그동안 여성들에게 한다고 했는데도 괜시리 투정부리고 짜증과 신경질을 반복하던 여성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권씨의 연애실패는 성적 트러블이 있었음에도 표현하지 않은 여성과, 이를 눈치채지 못한 권씨간에 앙금이 폭발했던 셈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을 분명히 하고, 자신의 숨겨둔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인터뷰를 접한 결과, 여성들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권씨.

“여성들의 은밀한 사생활에 대해서는 정말 몰랐어요. 음란물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익히고, 상상만 할 뿐이었죠. 특히 여성들도 남성들 못지않은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은 표현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는 문제잖아요. 적극적인 여성을 만나보지 못한 탓인지 저는 여성들에 대한 일종의 신비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남성에 지배당하는 수동적인 성적관계에 여성들이 얼마나 지쳐있으며 지겨워하는지, 또 그런 것들이 연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됐어요”라고 전했다. 그동안 여성들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신비감과 무지들이 현실적인 연애를 방해하는 주범이었음을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는 그는 “나이만 먹었지 저는 여자들에 대해 너무 몰랐네요. 그동안 몇 번의 연애에 실패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라며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권씨는 이어 “다시 인연이 찾아오면 여성들의 숨겨진 심리를 이용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성들 은밀히 엿보니…

그렇다면 여우와의 인터뷰 내용은 어떤 것일까. 질문은 총 29개로, 개중에는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질문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A(20·대학생)씨는 “17살 때 첫 경험을 했다”고 당당히 밝혔다.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며 그녀가 써놓은 글이 눈길을 끈다. “첫경험은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이에요. 정말 짜증나요. 순결관념 따위에 얽매여 살진 않았지만 첫경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난 거의 반강제적으로 당했어요. 근데 그XX 아주 웃겼어요. 좋다고 할땐 언제고 울긴 왜 우는지…” 특히 중학교 1,2학년 때 사귀던 남자친구와 첫경험을 나눴다는 응답도 상당수여서 달라진 성의식을 실감케 했다.B(22·회사원)씨는 짜릿한 섹스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적나라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피곤해하는 남자친구를 보채서 반 강제적으로 했을 때 묘한 정복감과 쾌감을 느꼈어요. 제가 올라탔어요. 여자도 성적 욕구를 느끼거든요. 남자가 먼저 주도해야한다는 법이 있나요?” C(29·대학원생)씨는 “애인이 관계를 가질 때마다 흥분하면 엉덩이를 때리는데, 아주 짜릿했어요”라고 고백했다. D(30·회사원)씨는 “관계를 갖기전 애인은 꼭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해보라고 시켜요. 처음에는 변태처럼 생각되어 거부했는데, 이상하게 짜릿하고 격렬한 섹스로 이어지더라구요.” E(27·주부)씨는 성폭행을 당한 경험과 당시의 느낌에 대해 고백했다. “11살 때 아파트 계단에서 한 살 많은 동네 남자애에게 당했어요. 아무 것도 몰랐던 저는 그 남자애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에게 들킨거예요.” 또 F(32·회사원)씨는 중학교 때 사촌오빠에게 당한 경험에 대해 담담히 털어놨다.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은 어떤 기준에 의해 분류하기 어려울만큼 다양했다. 과연 순결이데올로기가 ‘꽉’ 잡고 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이처럼 과감한 성적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짜릿했던 섹스 경험에 대해서는 스릴과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나 장소 등과 관련된 답변이 유독 많았다. 직장 동료와 비상구 통로에서 할 때, 거래처 팀장과의 첫 경험, 남편 몰래 다른 남성과 하룻밤을 보냈을 때, 헤어진 애인과의 카섹스 등이 있었다.쾌락을 느낀 성 행위에 대해서는 섹스 체위가 주를 이뤘다. 뒤로 하는 후배위, 말 타기 자세에서의 격렬한 섹스가 가장 많았고, 거울로 서로의 적나라한 자세를 보면서 하는 섹스, 빨간 전등 밑에서 하는 섹스, 속옷을 입은 채로 하는 섹스 등의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평균 섹스 시간에 대해서는 30분에서 한 시간이 가장 많았는데, 5분미만이라는 답변도 있어 일부 응답자들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또 일부는 하룻밤에 6~7번의 관계를 갖는다고 밝혀 애인의 왕성한 정력 및 ‘찰떡궁합’을 자랑하기도 했다.섹스하고 싶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에 대해서는 가수 비와 차승원, 배용준, 장동건 등 수려한 외모와 단단한 몸을 가진 이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유명인은 싫다고 응답하는 여성들도 상당수 있어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위행위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그 중 기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여성은 전체 여성 응답자 중 10%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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