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0일 마감이 한창인 기자에게 갑작스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민주당 법사위원실의 한 보좌관이었다. 내용인 즉, "김기춘 대통령 실장이 현재 암에 걸려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다"는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황당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간지 기자 본성상 확인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전화를 건 곳은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실의 A보좌관이었다. 평소 '마당발'에다 청와대 인맥이 많다고 소문나 있는 인사였다. 기자는 전후사정을 밝히며 질문을 던졌다.

첫 반응은 "처음 듣는 말이다"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반응은 흥미를 가질만한 정보를 줬다. '건강이상설' 모르겠지만 12월 연말에 사의를 표명한다는 소문은 들었다는 말이다.

이정도면 만족할 만한 정보였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국회에서 정보를 담당한 경찰 I.O(Intelligence Officer·국내 정보관)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새누리당만 오랫동안 담당한 I.O로 청와대, 검찰, 국정원, 정부부처 등 막강한 정보 라인이 있는 취재원의 답변은 첫번째 통화의 기대감을 사그러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자는 최후의 수단으로 청와대에 아는 지인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은 '아니다'였고 그 이유 역시 수긍이 갔다.

이 인사는 "8월5일자로 실장을 취임했는데 그 달에 건강검진을 받는다. 만약 몸에 이상이 있었다면 기용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주 월요일 김기춘 실장이 회의를 주관하는 데 전혀 몸에 이상이 없어 보였다"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연말 사의표명설'해서도 '그런말은 듣지도 못했다'며 일축했다. 오히려 김 실장을 반대하는 인사들이 '음해'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치는 말이 생명이다. 그러나 말과 소문은 종이 한장 차이다. 정치인의 말은 기사꺼리가 되지만 소문을 기사화했다간 망신만 당한다. 이번건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첫번째 소스가 민주당이라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했어야 했다.

또한 궁중심처로 알려진 청와대에서 '공안정치의 대가',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며 야당뿐만 아니라 집권여당내에서조차 견제 당하는 인사가 바로 김기춘 대통령 실장이 아닌가.

'용두사미'로 끝난 연예인 성매매 의혹 사건과 겹치면서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정치권에선 이 속담을 '카더라식 소문에 욕만 먹는다'는 말로 고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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