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노래방 단속이후 변종, 편법 서비스 기승


노래방 도우미에 대한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각종 편법 및 변태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래방 애인 대행’이라는 신종 아르바이트가 생겨나는가 하면 손님들과의 마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업주들의 집단행동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보건증 발급을 받는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어 이는 또 다른 ‘풍선효과’도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 단속 한 달째를 맞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현상과 난맥상을 집중 취재했다.


노래방에 대한 단속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신종 서비스는 이른바 ‘노래방 도우미 대행 서비스.’
도우미에 의한 대행 서비스는 결혼식장의 하객이나 애인 등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로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발달한 서비스업이다.

단속 벗어나는 애인대행서비스
하지만 최근 노래방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 이후 노래방에 가서 함께 놀아주는 신종 서비스로 발전해 최근 가장 극성을 부리고 있는 직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도우미를 데리고 노래방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
이렇게 하면 노래방 업주는 단속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 손님의 입장에서는 기존처럼 노래방 도우미와 함께 노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최근의 단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수천명의 노래방 도우미들이 이 사이트를 이용해 영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이트를 이용한 개별적인 거래는 일종의 보도방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것. 따라서 1:1의 성매매 제안이 가능해지고 경찰의 단속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트에서는 대부분 ‘노래방 도우미 없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연락주시면 언제든 애인처럼 놀아드립니다’, ‘불법이 아닙니다. 노래방에서 합법적으로 일하실 분 찾습니다’ 등의 홍보 문구를 올려놓고 도우미 여성과 남성들을 모집하고 있다.

인터넷 통해 급속 확산
물론 회원 가입비를 내야 하지만 일단 회원등록이 되면 얼마든지 다수의 여성들과 쪽지나 이메일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성매매에 관해서는 오히려 더 음성화되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에서는 노래방 업주들이 뭉쳐 집단적으로 반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업주들은 업주와 도우미, 그리고 손님을 함께 처벌하는 조항과 캔맥주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생존권 차원에서도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노래방 업주의 이야기다. “이번 단속과 법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래방 업종 자체를 완전히 죽이려는데 있다. 말은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이미 손님들은 노래방을 더 이상 찾고 있지 않으며 업주들은 노래방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그나마 노래방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자식 교육 시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투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 기존 노래방 시설들 중 상당수가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속에 80% 폐업한 지방 노래방도
지방의 경우 심한 경우 한 지역의 80% 이상의 노래방들이 폐업을 결정하기도 했다는 것. 특히 경찰들이 단속을 할 때 룸에 남녀가 있으면 무조건 단속을 해 건전한 애인 사이나 친구끼리 노래를 즐기러 오는 손님들까지도 내쫓는 식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성매매특별법 직후에 발생됐던 풍선효과가 조심스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집창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성매매의 음성화, 변태화를 불러온 것과 마찬가지로 노래방 도우미 단속 이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단적인 예로 여성들의 보건증 발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소위 ‘1종업소’라고 부르는 유흥·단란 주점의 경우 합법적으로 여성 도우미의 고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주들은 사업자 등록증만 유흥·단란주점으로 내고 실제 간판은 노래주점, 노래 연습방 등으로 내서 손님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경찰도 단속을 할 수가 없게 된다.

‘1종업소’라면 다 통한다?
실제로 광주의 한 경찰서에는 노래방 도우미를 적발하긴 했지만 음악산업진흥법(제22조)에 근거해 처벌을 하지 못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임모군 등이 모 노래홀에서 도우미를 불러 즐기는 과정에서 손님들이 미성년자임을 알아챈 도우미들과 싸움이 벌어졌다.
업주의 신고로 경찰이 들이닥치기는 했지만 남성들이 휘두른 폭행 혐의로만 입건을 했을 뿐 음산법(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늬만 노래방’인 노래홀이나 노래주점 등은 도우미를 불러서 술을 마실 수 있는 합법적인 장소가 돼버리고 말았다.
또 노래방 단속을 악이용하는 추태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남성들의 경우 업소에 와서 술을 시키고 도우미를 불러달라고 한 뒤 계산을 하기 직전에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을 해서 돈을 내지 않기도 한다는 것.

단속 핑계로 도우미값 계산 안한다?
서울 혜화동의 한 노래방 업주는 “한 달에 2~3팀은 이렇게 돈을 못주겠다고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보낸 적도 있었다”며 “도우미들은 보건증을 발급받아 1종업소로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결국 죽어나는 건 업주들 뿐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한 단체가 손님으로 가장, 다수의 노래방에 잠입해 도우미와 주류 판매를 요구한 뒤 이를 카메라에 담아 고발을 하자 업주가 억울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업주들은 이 고발로 인해 40일간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정부 당국에서는 의욕적으로 시작한 음산법과 노래방 단속.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천태만상의 기이한 현상들을 낳고 있다. 법이 새롭게 개정되거나 단속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업주들의 집단 반발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노래 도우미 인터뷰

“왜 이런 단속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취재진이 만난 가영(26·가명)은 노래방 단속이 현재 자신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이 심한만큼 법망에 구멍도 많다는 이야기다. 그녀는 애초에는 일반 노래방에서 일을 했지만 단속이후 1종 업소로 바꿔 일을 하고 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 현재도 계속해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가.
▲ 그렇다. 단속이 시작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좀 움츠러 들고 생계 때문에 걱정도 되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우리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 같다. 보건증을 발급받고 차라리 예전보다 더 속 편하게 일하고 있다.
- 도우미를 찾는 손님들도 여전히 많은가.
▲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상당수의 노래방이 폐업을 하는 상황이라 이쪽 1종 업소로 손님들이 몰리고 있다. 손님들도 1종 업소의 도우미 고용이 합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단속에 대한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
- 노래방에 대한 도우미 단속이 법적인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 솔직하게 말하면 이런 법을 왜 시행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봐야 보건증만 있으면 얼마든지 1종 업소에서 일을 할 수 있고 기존 도우미들도 계속 일을 한다. 도대체 노래방 도우미 단속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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