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남자를 만나 함께 잠을 잔 뒤 지갑을 터는 일명 ‘사기 번개’가 유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낯선 여자를 만나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는 남성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역이용한 신종 사기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일부 유흥주점 등에서 남녀 단체 번개를 주선해 업소의 매상을 올리고 여성들에게 커미션 일부를 떼어주는 놀라운 방식의 ‘사기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들어 번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기 행태를 집중 취재했다.


인터넷이막 보편화되기 시작했을 때 가장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문화충격’ 가운데 하나는 바로 ‘번개’라는 것이었다. 낯선 사람들이 온라인의 공간에서 만나 친교를 맺고 현실 사회에서 만난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번개는 가장 일반화된 친교의 방식이자 인맥관리의 방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번개를 통해서 각종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32살의 기혼 남성인 직장인 L씨는 최근 씁쓸한 사건을 경험했다. 퇴근 무렵 모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대화방을 개설해놓고 ‘건수’를 한번 잡아보려고 했던 것.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재미삼아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의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여성이 ‘떡밥’을 물었던 것. 자신을 29살의 미혼녀라고 소개한 그녀가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재미삼아 만난 29세 미혼녀
그녀는 아는 동생과 함께 살고 있으며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유부남인 L씨는 ‘얼씨구’하는 심정으로 곧 만날 약속을 했다. 만남 후 곧바로 일식당으로 들어간 둘은 조기 매운탕과 초밥정식, 그리고 전통주까지 마시며 시간을 보낸 뒤 곧바로 모텔로 들어가 성관계를 가졌다. 그렇게 L씨는 ‘행복한 하루’를 보낸 뒤 헤어졌지만 곧 스스로 낭패를 당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지갑 속에 70만원이 있었는데 달랑 남은 돈은 2만원. 성관계 후 샤워를 하는 동안 그녀가 지갑을 털어 달아났던 것이다. L씨의 말을 들어보자. “처음 만날 때부터 조금 이상한 점은 있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예전에 만난 적 없었냐는 걸 계속 물어봤고 만나기 직전에는 멀리서 내 얼굴을 미리 확인하는 것 같았다. 헤어진 다음에 돈이 없어진 걸 알고 전화를 했지만 그때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기 번개에 당한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또 다른 직장인 J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여자가 먼저 인터넷으로 쪽지를 보내 ‘만나서 괜찮으면 성관계를 갖고 싶다’고 했던 것. J씨는 “사실 여자 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쪽지를 보내 성관계를 맺고 싶다고 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며 “혹시나 해서 만나 본 건데 역시나 돈을 훔쳐 달아났다”고 말했다.
물론 그 역시 처음에 의심을 안해 본 건 아니었다. 혹시나 ‘꽃뱀’은 아닌지 의심을 했던 것. 특히 모텔을 갈 때는 ‘자신이 아는 곳으로 가자’고 해서 의심이 더욱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성관계를 가질 때 속궁합도 아주 잘 맞았기에 ‘경험이 풍부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찾는 여자’로 착각을 했던 것. 관계 후 사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와 보니 여자는 이미 나가 버리고 없었다. 물론 돈은 한 푼도 남아 있질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자신이 아는 모텔에 가자고 한 이유가 있었다.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특히 욕실에서 방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욕실에서 샤워할 때 돈을 훔치는 모습이 최대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잔머리였다.”


계획된 범행에 혀 내둘러
이렇게 남자들과의 잠자리를 무기로 밥과 술을 한껏 얻어먹고 돈을 훔쳐 달아나는 여성은 현재 인터넷 상에 몇 명 지목되는 아이디가 있을 정도. 하지만 아이디야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잡기는 힘들다.
번개사기를 한 여자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게 사기를 당해본 남성들의 의견이다. 일단 가장 먼저 미혼 남성보다는 기혼 남성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기혼일 경우 돈을 빼앗겨도 문제가 될 것을 우려, 경찰서에 잘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30대 초 중반이 미끼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 또한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상대를 간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를 만나 고급스러운 음식점에 가서 실컷 음식을 얻어먹으며 묘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야한 농담 등으로 뭔가를 암시하기도 한다.


야한 농담으로 남자심리 역이용
이 역시 식당을 나간 다음 단계에선 성관계까지 갈 수 있을 것을 기대하게 하여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되는 남성들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때로 어떤 여성들은 남성과 함께 있을 때 미리 돈을 훔친 후에도 시간을 보내는 과감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야만 의심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최초 채팅을 할 때 단적으로 성관계 이야기를 꺼내 남성으로 하여금 기대감을 한껏 높이게 한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단독범행’을 저지르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업소측과 짜고 번개팅을 통해 집단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남자 2명, 여자 10명 확보, 남자 8명 급구’라는 식의 대화방을 개설한 후 여기에 참석하는 나머지 남자에게 술값을 모두 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업소 측에서는 주선자와 고정적으로 참석하는 일부의 여성들에게 정해진 커미션을 주게 되는 것.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주로 신천과 신촌 등 젊은 남성들이 자주 가는 유흥가의 포장마차 등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단체번개팅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이루어지고 있는데 짝짓기게임이나 노예게임 등을 통해 술값 이상의 추가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또한 이른바 ‘술팅’이라는 전형적인 범죄 수법도 있다. 상대에게 술을 엄청나게 먹여 취하게 한 뒤 여관에 데려다 준다는 명목으로 함께 여관을 간 뒤 지갑을 훔쳐 달아나는 것을 말한다.



#사기 당한 네티즌 인터뷰
“번개로 먹고 사는 여성도 있다”

취재진은 이같은 인터넷 사기 번개에 대해 꽤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 한 네티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본인이 직접 이러한 사기를 당한 후에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그런 ‘사기녀’들의 행태를 관찰해왔다고 한다.

- 본인은 언제 이런 사기를 당했나.
▲ 한 1년 전 쯤이다. 그때는 이러한 사기가 거의 없을 때였다. 아마도 내가 거의 처음으로 이런 걸 당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인터넷에는 그에 관련된 고발 글이 전혀 없었다. 그때 만난 여성은 30대 중반이었는데 나름대로 예쁘장하게 생기고 성관계도 능숙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 미끼에 불과했고 내가 가지고 있던 현금 30만원을 가지고 그대로 달아났다.
- 도대체 그런 여성들은 어떤 부류인가.
▲ 대부분 특정한 직업이 없고 카드빚 등에 쫓기는 경우가 많다. 또 외모가 약간 되는 여성들이 이러한 일을 하는 것 같다. 예쁘지 않으면 남자들도 만나기만 하고 바로 도망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번개로 숙식을 해결하는 직업적인(?) 여성들도 있는 것 같다.
- 좀 자세하게 이야기해 달라.
▲ 만나는 시간대를 교묘하게 점심 때나 저녁 때로 잡는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밥은 먹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음식점에 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이 싼 백반을 먹진 않는다. 최소한 ‘요리’ 정도가 있는 음식점에 가게 되고 이때 여자들은 식사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하루에 두 번만 번개를 해도 점심 저녁 해결되고 돈까지 훔쳐서 달아나니 여자들 입장에서는 꽤 쏠쏠한 일이 아니겠는가.
- 이런 사기 번개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이런 여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먼저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는 점이다. 솔직히 아무리 개방적인 여자고 성을 좋아한다고 해도 먼저 그런 말을 꺼낸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는가. 뭔가 원하는 다른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일단 이런 여성들만 우선 조심하면 되고, 처음 만나고 바로 모텔에 따라 들어가는 여자도 주의해야 한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눠보니 주말보다는 평일에 당했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주말엔 쉬는 전형적인 꾼(?)의 수법인 것으로 짐작된다.

사진제공 : www.pandor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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