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스님이 교통사고로 입적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석주스님 사망과 관련,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석주스님의 사고를 조사한 아산경찰서는 스님의 죽음에 대해 단순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일부에서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경찰의 수사 결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찰 수사가 석연치 않다고 판단한 것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있다며 아산경찰서에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11월 14일 오후 3시경, 사고는 석주스님이 천안 각원사에서 점심을 먹고 충남 보문사로 돌아가는 길에 발생했다.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스님이 타고 있던 SM5 차량은 충남 온양민속박물관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불교계 일각에서는 석주스님의 교통사고사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을 뿐 아니라, 타살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사고지점, 사고차량 파손정도, 석주스님의 부상정도 등 사고 당시의 여러 정황을 미루어 사람이 죽을 정도의 사고는 아니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스님들과 신도들 사이에서는 ‘이를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석주스님의 법력에 누가 될 수도 있다’며 쉬쉬하고 있는 분위기다. 석주스님의 제자인 모 스님은 “이번 일을 언론에서 들추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석주스님의 사회적 영향력과 종교계의 위치를 고려할 때 석주스님의 죽음이 이상한 쪽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부분은 덮어두는 게 좋을 듯 하다”며 말을 아꼈다.

석주스님의 또 다른 제자는 아예 “나는 큰스님의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설령 아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것을 입에 담는 것은 피해야 할 부분”이라며 질문 일체에 함구했다. 반면 사실을 규명해야한다는 스님들도 있었다. 신분 밝히기를 꺼린 한 스님은 “사실 문도들과 신도들 사이에서 큰스님의 죽음에 대해 의혹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사실이 드러난 이상 여기에서 나오는 의혹들은 해소하고 넘어가야 뒤탈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의혹으로 남는 부분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것은 두고두고 큰스님에게 누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과정 미흡

석주스님 교통사고와 관련된 의혹은 경찰수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사고 현장과 사고차량 그리고 사고 당시 피해자들에 대해 조사해보면 경찰이 당시 사고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사고자의 진술만으로 신속히 사건을 처리한 흔적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에 대해 아산 경찰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현장에 나가 모든 것을 꼼꼼히 살폈지만 단순 교통사고 이상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현장에 출동해 모든 정황을 면밀히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경찰의 조사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석주스님이 탔던 SM5 사고차량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차량의 사고 부위는 그 파손 정도가 경미해 한눈에 보기에도 이 정도로 사람이 사망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현장을 조사한 경찰관은 “사고 원인에 대해 운전자가 타이어 펑크라고 했다. 조사결과 실제로 타이어가 심하게 찢어져 휠도 많이 손상돼 있었다”면서 “사망원인까지는 몰라도 사고 원인은 타이어 파손으로 인한 것 같아 그렇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타이어펑크 원인

석주스님의 사고차량을 몰았던 운전자 서모씨는 경찰 진술에서 우회전을 하던 중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신호등을 들이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해 “사고자는 갑작스런 타이어의 펑크로 차가 갑자기 심하게 기울었다고 진술했다. 우리가 현장에 나가 조사해 보니 실제로 자동차의 타이어가 펑크나 있었고 휠도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그밖에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사고 현장은 충남 온양민속박물관 사거리로 이곳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로 한산한 사거리다. 운전자의 설명대로 이곳에서 우회전을 하려다 사고가 났다면 우회전시 차량의 속도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D보험회사의 교통사고 조사 관계자는 “차가 90도로 방향을 바꿀 때 속도는 보통 20~40㎞다. 이 이상을 넘어서면 제어가 힘들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또 운전자는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 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고차량에 적용된 타이어는 노튜브 타이어로 갑작스런 펑크가 나더라도 휠이 깨질 정도로 공기가 급하게 빠지지 않는다.이런 노튜브 타이어가 갑자기 주저앉으려면 소형폭탄이 장착돼 있거나 갑자기 엄청난 압력을 받아 터져야 한다는 게 타이어 전문가들의 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만약 이런 펑크가 났다면 현장에 펑크 원인물이 있거나 폭발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또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본 차량은 한쪽 휠이 상당히 파손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지만 사고현장 바닥에는 휠이 깨질 정도로 심하게 긁힌 자국이 없다. 차가 충돌했다는 신호등도 마찬가지다. 차량의 우측면에는 신호등과 긁힌 흔적이 있는데, 신호대에 남은 흔적은 언뜻 육안으로 관찰이 힘들 정도로 충돌흔적이 경미했다.

차량내 혈흔

현장의 모습은 사실 그 외형만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고로 사람의 두개골이 골절돼 처참하게 사망했다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사고 차량은 차량 오른쪽 앞문과 뒷문 일부가 긁히면서 약간 찌그러져 있다. 석주스님은 뒷좌석 오른쪽에 앉아 있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차량 파손 정도로 보아 이 정도의 사고로 사람이 사망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석주스님은 정수리 부분을 크게 다쳐 엄청난 양의 피를 흘렸는데, 차량 내부에는 혈흔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석주스님은 뒷자리에 앉은 상태로 발견됐는데, 입고 있던 도포의 가슴과 배 부분에만 상당량의 피가 묻어 있을 뿐 시트는 깨끗했다.

혈흔이라고는 스님이 앉았던 왼쪽에 지름 4㎝가량의 혈흔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깨끗하기는 머리를 부딪혔다는 조수석 등받이 부분도 마찬가지다. 당시 현장에 구급차를 급파, 석주스님을 응급실로 운반했던 한국병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려운 물리학적 해석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상식적으로 볼 때 시속 40㎞의 속도에서 정면충돌도 아니고 측면충돌로 앞 시트에 머리를 부딪혀 두개골이 그토록 심하게 손상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인간의 머리뼈는 콤팩트 본이라고 해서 압축된 형태의 뼈로 상당히 단단하다. 그런데 이것이 자동차의 부드러운 시트에 부딪혀 파손됐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측면충격으로 사망?

사고 당시 차량에는 운전석에 1명, 조수석에 1명, 뒷좌석에 1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다리에 중상을 입었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경미한 부상을, 뒷좌석에 앉은 석주스님은 두개골 골절로 사망했다.만약 석주스님이 오른쪽에 가해진 엄청난 충격으로 사망했다면 조수석에 앉은 사람도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당시 조수석에 앉았던 사람은 거의 부상을 입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안전벨트를 맺기 때문이라고 밝혔기만 안전벨트는 전방 충격보호만 될 뿐 측면 충격보호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그리고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오른쪽 다리에 중상을 입고 현재 입원 중인데, D보험사 교통사고 조사 담당자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오른쪽 다리를 다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오른쪽 다리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또 석주스님의 앉은키를 감안할 때 정면충돌로 인해 앞좌석 시트에 정수리를 부딪힐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한국병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국병원 응급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황만으로 봐서는 어떤 상황에서 충격이 가해졌는지 전혀 예상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의혹들이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경찰에 검찰의 재수사 지시가 내려지자 불교계 일부에선 “이는 항간에 떠도는 의혹제기가 타당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하면서 경찰에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선 시신 부검이 필수지만 이미 시신은 기본 검안만 마치고 화장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주스님 사망의혹은 풀리지 않은 채 영원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다.

석주스님 조카 강모씨 “반드시 진실 규명해야”

큰 아버지 죽음 석연치 않은 점 많아이번 사건 취재 중 우연히 석주스님의 조카라고 밝힌 강모씨를 만날 수 있었다.석주스님이 자신의 큰아버지가 된다고 밝힌 그는 “우리는 그냥 종단에서 열반에 드셨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지내다가 얼마 전 신문을 보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며 “또 큰아버지의 죽음에 이런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시신의 인도가 사고사인지 타살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그토록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며 “만약 이번에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대충 덮으려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정식으로 이를 문제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재조사를 지휘하고 있는 대전지방검찰청천안지원의 홍승욱 검사는 이에 대해 “시신의 인도는 내부지침 상 원래 특별한 타살의혹이 없는 한 최대한 빨리 유가족들에게 인도하도록 하고 있다”며 “경찰이 사고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판단돼 시신을 인도한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홍 검사는 또 이번 사건을 재조사하는 이유에 대해 “신도들이나 다른 분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꼭 그것 때문에 재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재조사라고 알려졌는데, 엄밀히 말해 재조사가 아니라 단순 보강조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검사는 왜 재조사를 하는가에 대해 “경찰 수사가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고, 또 여기저기서 의혹도 많이 제기되고 해서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경찰수사의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디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나하는 질문에는 “수사가 일반적인 것 보다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고, 의혹 제기는 여기저기서 하고 있지 않나”라며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아산경찰서 검찰 재조사지시에 ‘사건 축소 은폐의혹’ 곤혹

당시 사건담당 경찰관 전출로 주위시선 더 부담아산경찰서는 이번 사고에 대해 ‘뒤 봐주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사고자 측의 편의를 봐 주기 위해 경찰이 이번 사건을 재빨리 종결시킨 뒤 이를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아산경찰서는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석주스님의 교통사고를 조사한 담당 경찰관이 사고 종결 직후 다른 곳으로 전출해 의혹이 일고 있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그러나 “전출이라는 것이 의도한 바대로 단 며칠 사이에 쉽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당 경관은 석주스님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전출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일부 신도들은 “사라진 것은 담당 경찰뿐 아니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라는 온양박물관사거리의 구멍가게 주인도 사건 발생직후 어디론가 사라졌다”며 의혹을 지우지 않고 있다. 석주스님이 사고난 현장은 온양박물관사거리로 그곳에는 조그만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이 구멍가게의 주인은 당시 사고를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다른 신도는 의혹이 자꾸 커지는데 우려를 표시하면서 “그 구멍가게 주인은 가게 이외에 다른 일도 하는데, 때에 따라 가게 문을 닫고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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