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소신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의 소신과 원칙이 사나운 철도파업으로 꺾이고 마느냐, 아니면 지켜 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평소 벤치마킹 해온 1980년대 영국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의 뚝심 리더십을 차제에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처 총리는 고질적인 ‘영국의 병’으로 치부되었던 노조의 불법·폭력 파업 버릇을 꺾음으로써 세계적인 지도자의 반열에 올랐다. 박 대통령도 지난 십수 년 동안 우리나라 공권력을 무력화시켜 온 전투적 철도노조 파업에 직면해, ‘한국의 병’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처 총리 당시 탄광노조의 파업 쟁점도 한국 철도노조 파업과 닮았다. 영국 탄광노조는 석탄공사가 적자를 많이 내는 국영 탄광을 폐쇄하려 하자 그에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한국의 철도노조도 정부가 천문학적 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서발(發) 고속철도(KTX) 운영에 자회사를 설립하려 하자, 그것을 ‘분할 민영화’의 수순이라고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의 자회사 설립 반대 파업은 경쟁체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서 정당성이 없다.

영국 탄광노조와 한국 철도노조의 두 파업은 직접 임금과 무관한 기업경영 간섭 투쟁이라는 데서 서로 닮았다. 또한 영국 탄광노조 파업에 부두노조와 운수노조 등이 동참하였듯이 한국 철도파업에도 민주노총 등이 가세했다는 점에서도 둘은 같다.

대처 총리는 영국의 보수당 당수로서 법과 도덕과 원론 준수를 강조해온 지도자였다. 그러나 탄광노조는 대처 총리를 여자로 얕잡아보고 탄광 폐쇄에 반대해 파업에 돌입했다. 탄광노조는 영국의 역대 정권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처 총리도 자신들의 전투적 투쟁에 굴복하며 두서너 달을 견디지 못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대처는 10개월이나 맞서며 탄광노조의 파업에 강력히 대처했다. 경찰관 3500여 명이 부상하는 가운데서도 폭력 노조원 9000여 명을 연행하는 등 법대로 다스렸다.

결국 탄광노조는 파업 10개월 만에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1년 가까이 거리 투쟁에 나섰던 노조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후 걸핏하면 파업으로 영국 산업현장을 마비시키며 경제를 병들게 했던 전투적 불법·폭력 파업은 자취를 감췄다. 대처 총리는 노조파업 제압을 계기로 국내외적으로 ‘철의 여인’으로 추앙되었다. 대처는 ‘영국 보수당의 유일한 남자’라는 별칭을 듣게 되었고 ‘전사(戰士)’, ‘철의 여인’, ‘철의 나비’로 칭송되었다.

박 대통령도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그의 소신과 원칙이 시험대 위에 섰다. 그는 23일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불퇴전의 전의를 표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철도노조의 장기 파업, 민노총 등의 동조파업, 야당의 파업지지 선동, 일부 단체들의 박 대통령 비난 등에 주눅 들어서는 안 된다. 파업의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에 동요돼서도 안 된다. 타협이라는 미봉책으로 빠져서도 안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게 된다면,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노조에 휘둘리고 야당에 끌려다니며 ‘갈대 대통령’이란 오명을 떠안게 된다. ‘한국의 병’을 덧들일 따름이다.

박 대통령이 명분 없는 철도파업에서 소신과 원칙을 지켜낸다면 ‘새누리당의 유일한 남자’ ‘조용한 아침의 나라 전사’ ‘아시아의 철의 여인’으로 우뚝 솟는다. 반대로 그가 소신과 원칙을 접는다면,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잃고 만다. 그리고 그는 ‘철의 여인’ 대신 ‘갈대 여인’이란 오명을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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