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누수방지에 퇴임후 안전판까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갑오년(甲午年) 새해를 맞이해 여당내 조기전대냐 비대위 체제냐 현상 유지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공식적으로 지난 12월23일 정우택 최고위원(충북 청주상당)이 포문을 열었다.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다”며 조기전당대회 개최론에 불을 지폈다. 차기 당권을 두고 경쟁이 본격화된 셈이다.

현재 여권내에서는 조기 전대론(2~3월개최), 선거대책위원회 내지 비상대책위원회(5월 구성), 현상유지후 전당대회(8월개최) 세 가닥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조기 전대론은 충청권 출신 중진의원들인 이인제, 이완구, 정우택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친이 내지 비주류 출신이 다수다.

반면 선대위 내지 비대위 구성은 당내 황우여 대표를 제외한 현 지도부가 주도하고 있다. 명분도 안철수 신당창당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에 맞서 ‘외부인사’를 영입해 견제하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지방선거에 승리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속내는 올해 있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 행사를 하겠다는 복심이 깔려있다. 한 마디로 대표가 없는 자리에 ‘바지 대표’를 내세워 ‘왕노릇’을 하겠다는 심산이 깔려있다.

조기전대나 비대위.선대위 구성 주장이 탄력을 못 받는 것은 청와대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다. 청와대나 친박 주류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전대나 비대위 체제로 갈 경우 당이 분열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결국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져 그 후폭풍이 박근혜 정권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성패에 따라 당권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차라리 황우여 대표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루고 8월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8월 전대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 있다. 지방선거에서  ‘여당 압승’으로 전망돼 조기전대나 비대위 체제로 갈 경우 당 간판 선수의 위상이 급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당장 ‘권력 2인자’로 부상할 수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

아울러 청와대에서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 행세를 할 필요가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할 잠룡군에 대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차기 서울시장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김황식 인사들이 급부상할 경우수도 대비해야 한다. 청와대 일각에서 ‘홍준표 불가론’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조기 전당대회나 비대위 체제와는 달리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는 인사는 2016년 20대 총선 공천권을 가진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1년뿐이 남지 않은 상황으로 임기말 누수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그런 시기에 당권마저 비주류가 잡을 경우 박 대통령의 퇴임후 안전판까지 사라질 수 있다.

결국 청와대에서는 지방선거에 압승하거나 선전을 해 ‘입맛’에 맞는 당권 주자를 고를 수 있다. 반면 만약의 경우 패해도 전국적으로 친박 성향의 당원.대의원이 다수인 유리한 상황에서 조직의 힘으로 당 대표를 옹립할 수 있다. 조기 전대를 통해서도 옹립할 수 있지만 지방선거에 패할 경우 ‘책임론’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한번은 되지만 두 번의 기회는 없는게 정치적 현실이다. 청와대가 8월 전당대회에 집착하는 이유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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