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살해 충격연천 ‘D 성도회’ 현장 취재
‘극단적인 믿음이 부른 재앙?’.“생명수는 죽은 사람도 부활시킬수 있는 물이다”, 연천 D 종교집단 한 신도의 말이다. 이 종교집단의 사람들은 아직도 그릇된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빗나간 종교집단의 극단적인 믿음으로 인해 신도를 집단 구타,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왜곡된 교리를 맹목적으로 따르며 집단생활을 하던 종교단체의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을 들여다봤다.

신도 가족중 몇몇 중증환자들 생명수 치료 받다 숨져“살릴 수 있다” 사체에 다시 생명수 붓는 촌극도 연출

시체 4구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 ‘D성도회’가 집단생활을 했다는 경기 연천군 신서면 답곡리. 이곳은 동두천에서 철원 방면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연천읍에서 8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D성도회를 찾아가는 초입에는 벼농사와 밭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전형적인 시골의 풍경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산악지대에 군부대가 있고, 곳곳에 지뢰지대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 곳이 휴전선과 근접해 있는 군사지역임을 알 수 있다.D성도회의 진입로는 비포장도로에서 차량 진입이 어렵고, 주변에 생필품가게 등 생활편의시설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집단으로 칩거생활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인근 주민 김모씨는 “D종교단체인줄로만 알았지, 집단생활을 하며 살인까지 저지를지는 몰랐다”며 “신도들과 주민들이 마찰을 빚거나 하는 일이 없어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는 “D단체 버스가 매일 출입하며 신도들을 싣고 다니거나 외지 번호판을 단 승용차가 가끔 오갈 뿐 외부인들의 출입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이처럼 주변 주민들에게조차도 베일에 싸여 있는 D성도회는 어떤 곳일까. 2,000여평의 야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 D성도회는 산림을 불법 훼손, 조립식 컨테이너 속에서 장기간 집단생활을 해왔다.입구에는 CC(폐쇄회로)TV가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 1개와 한복을 입은 4∼5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지키며 외부인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었다. 기자가 이번 사태의 입장을 묻자, 청년들은 “지금 물음에 답해줄 간부들이 모두 잡혀 있거나 현재 부재중이다”라며 “수사기관이나 언론에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대답을 회피했다.입구에서 다시 가파른 산길을 몇백미터 올라가야 이들이 말하는 ‘성전’이라고 부르는 집터가 나온다.

이곳에 가건물 숙소와 교육관, 제단, 탑 등이 세워져 있다. 또 둘레로 3m 높이의 철책이 쳐져 있다.이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신도 최모씨가 최근 성전 신축 공사 도중 간부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하면서부터.최씨는 성전 공사중“주변에 뱀이 많아 물릴 수도 있으니 약을 준비해야겠다”고 말했다가 “‘생명수’로 치료하면 되는데 무슨 약이 필요하냐”는 핀잔과 함께 신앙심이 약하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당한 것이다.그렇다면 그들이 ‘약’을 거부하면서까지 그토록 맹신한 ‘생명수’는 치료 효험이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그 물은 ‘생명수’가 아닌 생명까지 빼앗은 ‘맹독’이 됐다.검·경의 수사결과, 이 종교단체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생명수가 죽은 시체까지 부활시킬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져왔다.이들은 검·경이 제보를 받고 압수수색을 펼칠 때도 시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며 부활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오전 11시께 현장수색에서 신도들은 완강히 저항하며 몸싸움을 벌였고, 컨테이너에 보관 중이던 시체 4구를 현장 철책 너머로 빼돌리려다 검찰과 경찰에 의해 저지되기도 했다.한 신도는 “조금만 기다렸으면 분명히 죽은 사람을 소생시켜, 우리의 능력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건 발생 이후에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들의 말처럼 발견된 시신 4구는‘생명수’를 마시며 부활되기는커녕 점점 부패했다는 것이 검·경의 설명이다.발견된 시신들 중 이모씨는 ‘성전’건립과정에서 일을 게을리 한다는 이유로 일부 신도들로부터 컨테이너에 감금된 뒤 곡괭이자루 등으로 머리, 어깨 등을 집단폭행 당해 늑골 골절로 인한 호흡 장애로 사망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또 다른 양모씨와 신모씨도 D성도회 관련 현장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풍과 언어장애를 앓아왔던 양씨의 경우 D성도회에서 6일 치료를 받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도 애초 집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종교단체 관련 현장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는 유족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이 단체에서는 이처럼 폭행 또는 치료과정에 숨진 사람들을 ‘환자’라고 부르며 되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부활의 치료제는 ‘생명수’였다.D성도회의 실질적인 대표로 알려진 송모(49·여)씨는 자신을 ‘상제의 딸’이라고 자처하며 “상제의 계시를 받고 상제가 내리는 ‘생명수’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이를 믿고 신도들은 지난해 도장 인근 10m 지하 암반에서 지하수를 발견한 뒤 생명수, 용천수, 약수 등 3종류로 나누고 배급 형식으로 매일 처방했으며, ‘생명수’가 나온다는 샘물 주위에 컨테이너를 설치, 그 안에서 기거해왔던 것.죽은 시체 4구는 물론 병을 앓고 있는 신도 또는 신도의 가족 100여명 등은 이 ‘생명수’을 마시거나 몸에 부어 마사지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단체에서는 생명수를 시체와 환자들에게 뿌리거나 마시게하고 처방전 형식의 기록부를 간호일지처럼 작성해온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압수수색과정에서 찾아낸 100쪽 분량의 노트 2권과 수첩 등에 적힌 ‘생명수 치료일지’에는 이번에 발견된 4구의 시신과 불치병 환자 등 20여명에 대한 엽기적인 치료과정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폭행으로 사망한 이씨에 대해 이 일지에서는 ‘2003. 1. 25일 이모씨 사망, 가슴부분 갈비뼈 2개 부러짐, 피부색이 변하자 생명수를 몸 전체에 뿌림. 그러자 피부 등 처진 부분이 없어짐. 계속 생명수를 몸에 부어 죽은 피를 몸에서 배출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사체의 경우 내장을 제거하고도 뱃가죽이 살아나고 있다고 기록하고 부패과정을 독성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판단, 엉뚱한 해석을 하기도 했다. 한 신도는 “생명수를 마시고 난 뒤 키가 크고 발톱도 새로 나는 등 회복될 기미를 보였다”며 아직도 ‘생명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검찰 한 관계자는 “신도들은 시체가 부패돼 피부색이 변한 것을 보고 몸속의 독성이 빠지고 새살이 나는 증거라고 자기 멋대로 해석했다”며 “특히 장기가 부패해 몸밖으로 나와도 생명수를 뿌리는 시술을 멈추지 않는 등 그릇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D 성도회’는 ‘성전’을 짓는다며 산림을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교주 자처 송씨 부부, 지역 유지 행세남편에게 보내진사회저명 인사 초청장3장 발견돼‘생명수’ 파동을 일으킨 D성도회의 실질적인 대표 송모(49·여)씨와 남편 최모(51)씨 부부의 호화생활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상제의 딸’을 자처했던 송씨가 신도들이 매달 내는 헌금을 통해 고급 승용차를 몰고, 고급아파트 생활을 하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사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M아파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결과, 1억원이 입금된 예금통장, 현금과 수표 등 8,000여만원이 나왔다.특히 장롱에서 압수한 정성금(헌금) 봉투에는 신도들의 이름과 함께 100만원부터 8,000만원까지 다양한 액수가 적혀 있었다.

이에 따라 신도들이 내는 헌금으로 송씨부부가 재산을 축적해온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이들 부부는 48평형 아파트에 살면서 수천만원대 리무진을 타고 다녔으며 집안에는 3,000만원대의 외제 가구도 갖추고 호화판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또 이들 부부는 함께 구속된 신도 김모(31)씨를 보디가드 겸 수행비서로 고용, 리무진 운전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또 남편 최씨는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 건설회사를 설립, 종교단체의 ‘성전’공사를 맡아오기도 했다. 게다가 송씨 집에서는 남편 최씨에게 보내진 사회 저명인사의 행사 초청장 3개가 발견되기도 했다.검찰 관계자는 “송씨 부부가 신도들의 헌금을 이용해 재력가로 변신한 것 같다”며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 동두천과 연천군 일대에서 지역 유지행세를 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D성도회’는 민족종교라고 주장하는 D 종교단체에서 떨어져 나온 신흥 종교집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D 종교단체 교주가 지난 96년 1월 후계자 없이 숨지자, 종파간 이해다툼 끝에 분리해 나왔다.지난 2001년 송씨 부부는 D단체에서 교리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리 독립해, 자신을 따르던 신도 100여명과 함께 연천군 답곡리에서 교단을 세웠다.신도들은 송씨 등의 명령에 따라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한복차림으로 농사와 공사, 기도를 반복하며 원시공동체 생활을 해왔다. 신도 가족 이모(57)씨는 “아들이 지난해 5월부터 D성도회에 빠져 들었다. 아들이 지금까지 이 종교단체에다 바친 돈만 1억5,000만원이 넘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들이 제발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며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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