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는 이정현수석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장은 한 마디로 소통불통의 도가니였다. 박 대통령은 불통논란에 대해 소통의 의미가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는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이냐,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정의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박 대통령과 불통에 대해 공방을 벌이기 전에 소통불통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해야하는 숙제까지 떠안은 셈이다. 현재 정치권의 불통 논란의 핵심은 정파와 이념을 떠나 상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정상적인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무시하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야당의 불통 주장에 대해서 여당내 유력한 당권.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의원까지 나서 야당의 말이 맞다고 맞장구치는 이유일 게다.

박 대통령은 불통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신년기자회견장에서 국민 민원 해결 노력과 퇴근후 폰 정치를 예로 들었다. 국민 고충 해결을 위해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읽고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비서관에게 수시로 통화한다고 말했다. ‘민원해결=소통이라는 주장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넘어가겠다.

그러나 늦은 밤 이뤄지는 폰 정치는 박 대통령이 언급했다시피 너무 숨막힐 수 있는사안이다. 박 대통령의 폰정치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는 본 기자가 직접 목도한 적이 있다. 모 인터넷 매체가 주관한 한 대학교와 함께 연 정치 아카데미 강의 때였다. 당시 첫 번째 초청 강사로 이정현 홍보수석이 나섰다.

그날은 마침 이 수석이 정무수석에서 홍보수석으로 발령난 날이었다. 하지만 이 수석은 특강 장소에 한 시간 넘게 일찍 도착해 있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는 이 수석과 축하 인사를 나눌겸 수행비서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말은 대통령과 통화중이라 안된다는 것이었다. 끝내 강의 시작할 때까지 대통령과의 전화때문에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폰정치는 계속됐다. 이 수석이 한창 강의를 하고 있는 도중 휴대폰 벨이 갑자기 울렸다. 이 수석은 다른 전화는 진동으로 했지만 대통령 전화만 벨로 했다며 양해를 구한 뒤 강의장을 빠져나갔다. 이 수석이 다시 강의를 하기위해 돌아온 시간은 무려 30분이나 지난 후였다.

기자는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밤늦게 전화통화를 한다는 것이 일부 부하 직원에게 숨 막힐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할 때 그 심경을 몸으로 느끼는 이유다. 부하 직원들이 단순히 일과시간이 끝나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숨이 막히는것은 절대 아니다. 어떤 조직이건 일 때문에 윗사람과 통화를 해본 사람들은 그 느낌을 잘 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반복되는 용어들 그리고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식 대화가 이뤄진다. 그것도 대한민국최고 권력자였던 故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어떤 기분일지 이해가 간다.

윗사람과 웬만한 친분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전화를 통해 업무지시를 받은 부하의 경우 할 말이 없다. ‘자기 검열까지 작동될 경우 옳은 말은커녕 ~ 하다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수석 특성상 말대답을 하지 않을 성품인지라 강의전부터 강의중까지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면 얼마나 많은 말을 박 대통령이 한 것일까.

당 대표시절, 후보 시절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참모들은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는 것은 황송한 일이었고 지시를 받을 경우 ‘Yes’로 시작해 ‘Yes’로 마무리됐다. 전화통화의 두려움은 얼굴이 보이는 상사보다 저 건너편 보이지 않는 상사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과 판단 그리고 부하 직원의 침묵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다. 그래서 현명한 직장 상사들은 전화로 용건을 간단하게 말하고 결론은 대면해서 결정한다.

박 대통령의 폰정치에 대한 애정은 휴대폰을 소지한 문고리 3인방과 연결돼 휴대폰 권력이라는 폐해를 낳기도 했다. ‘휴대폰을 갖고 있는 문고리 권력에게 한 자리를 차지하기위해 아부할려는 정치권 인사들이 떼로 몰렸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은 예삿폰과 다르다. ‘어둠속에서 군림하듯하는 폰정치는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 오히려 부하 직원과 직접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럴 때 외부 인사들과 소통 역시 물 흐르듯 이뤄질 수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